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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여행기 - 16. 28공원과 젠코바 성당, 그리고 질료니 바자르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자흐스탄 여행기 - 16. 28공원과 젠코바 성당, 그리고 질료니 바자르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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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8공원과 젠코바 성당, 그리고 질료니 바자르

 

 

유르타에서 놀다 보니 이미 시간은 3시 가까이 되었다. 시간이 어중간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바로 교육원으로 가서 헤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원장님은 질료늬 시장에 가자고 하시더라.

아마도 내일부터 3일간은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수도인 아스타나 여행을 가야 하기에 알마티를 떠나야 하고 아스타나를 다녀와선 그 다음 날엔 바로 탈디쿠르간으로 가야하기에 어찌 보면 오늘이 알마티에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란 그런 것이리라. 그러니 원장님은 알마티에서 볼 수 있는 곳을 모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

 

 

유르타에서 처음으로 마셔본 말젖 발효유 끄무즈.    

 

 

28공원과 젠코브이 성당

 

 

질료니 시장Zelyony Bazar 바로 옆엔 28공원(판필로프 공원Panfilov Park)이 있기 때문에, 거기부터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이름이 28공원일까?

대조국전쟁Great Patriot War(1941~1945)이 한창이던 때에 판필로프 장군은 소속 부대 28명의 부하를 이끌고 독일군으로부터 소련으로 통하는 길목을 굳건히 지켜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기에 공원을 만들어 그들의 전승을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공원의 중앙엔 젠코바 러시아 정교회 성당Zenkov Russian Orthodox Cathedral이 자리하고 있었다. 러시아풍의 돔지붕을 공원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테트리스에서나 얼핏 보던 그 광경을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러시아 양식의 건물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이곳은 1904년 건축가인 젠코바가 만든 목조건물이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석조건물처럼 보이는데, 저런 우람한 건물이 목조건물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기가 막히면 안 된다. 다음 이야기는 더욱 황당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첫 째로, 이곳은 못을 하나도 치지 않고 만든 목조건물이라는 사실이다. 어떤가, 황당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연히 건물이 매우 약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석조건물, 철근건물 더미 속에서만 살아서 나무는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만든 허상일 뿐임을 이 건물은 알려준다. 1911년 리히터 규모 10의 강진이 있었는데도, 이 건물은 건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콘크리트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전혀 되지 않아, 리히터 규모 10보다도 약한 지진이 나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역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柔之勝剛(노자도덕경)’는 말이 헛말은 아니다.

 

 

질료니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들.  

 

 

 

카자흐스탄의 정수는 질료늬 시장에 있다

 

질료니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굴심쌤은 소매치기를 당해서 그런 거라며 지갑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어제 메가에 갔을 땐, 쇼핑몰 분위기가 나서 둘러볼 생각은 없었다. 이런 쇼핑몰은 한국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긴 카작에서만 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활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래서 어느 지역을 가든 종합쇼핑몰을 갈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전통이 있는 시장에 가는 게 훨씬 낫다. 그곳엔 그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놓은 독특함이 살아 숨쉬고 그로 인해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그 민족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한 쪽엔 온갖 고기들이 즐비했다. 한국은 고기를 실온에 놔두면 상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여긴 마치 생선처럼 그냥 좌판 위에 널어놓았다.

 

 

한국시장에선 좌판에 깔린 물고기를 볼 수 있지만 여긴 고기를 볼 수 있다. 

 

 

 

끊이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교육원으로 향하는 차 안의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다. 사켄과 알무함멧은 나와 여학생들을 집에 초대했다.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위해 초대하여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그곳에서 잠을 잔 후에 내일 아침에 교육원에 함께 오자고 제안했다. 사람이 너무 많기에 이런 식의 초대는 선뜻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시 통 큰 스케일 대단하고 맘에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남학생들이 싫은 채를 하며 굳이 왜 온다고 하는 거야”, “설마 오겠어하는 식의 말들을 뒷좌석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남학생들은 입국한 다음 날부터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알무함멧이나 사켄의 초대는 자기들의 본거지에 여학생들이 들이닥치는 상황이라 보는 것 같았다. 그건 틀림없이 여학생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고, 싫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말투였다. 그 때문에 여학생들은 화가 나서 가지 않겠다고 대답을 했고 사켄과 알무함멧도 그 상황을 아는지, 다시 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여기서 느껴지는 감정의 선은 싫은 척을 해야 좀 더 품위 있게 보인다는 정서다. 아이들이지만 남녀 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학생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 반대편엔 이와 같은 극도의 거부를 드러내며 우월감을 느끼려는 마음도 도사리고 있다.

어떻게 된 게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하지만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다. 한 순간도 지겨울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결코 반어가 아닌 직설이다. 남학생들이 그제 말한 그 말이 하루 만에 어색하게 되는 순간이었지만, 앞으로 함께 지내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그 시간 속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풀어질 거라 믿는다. 내일은 아스타나로 여행을 간다. 여행 속의 여행이라, 설렌다.

 

 

여름 속 겨울 산 탐방부터 알마티 주요 거점까지 하루에 쭉 훑었다. 재밌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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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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