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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여행기 - 41. 카자흐스탄 발표회, 기대에서 찝찝함으로(6월 28일 금 15일차)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자흐스탄 여행기 - 41. 카자흐스탄 발표회, 기대에서 찝찝함으로(6월 28일 금 15일차)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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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카자흐스탄 발표회, 기대에서 찝찝함으로

 

 

오늘은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발표회를 하는 날이다. 발표회가 앞당겨진 데다 연습해야 할 양은 늘었기에 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오후 4시에 발표회를 하니 그 때까지 맹렬히 연습한다면, 흡족하진 않아도 불만은 없는 발표회가 될 것이다.

 

 

발표회를 위해 카자흐스탄 전통복장으로 입은 우리들.

 

 

 

들쭉날쭉하는 일정

 

저번 주 토요일에 탈디쿠르간에 도착하여 일정을 진행할 때부터 계획표와 다르게 가고 있었다. 토요일부터 tekeli에서 캠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하루짜리 여행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아이노르 선생님과 점심을 먹으며 일정 조율을 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은 가안假案이어서 실제로 진행하다보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수영장에서 대회를 한다는 것과 영화를 본다는 내용이 빠졌다고 알려줬고 그 외에는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거의 계획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발표회를 준비하는 데에 모든 시간이 들어갔다. 아니, 이 말도 어폐가 있다. 어차피 발표회의 의미가 큰 것이라 한다면, 연습을 위해 모든 시간을 퍼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번 대통령 학교 일정은 발표회를 준비하는데 모든 시간을 쓰겠습니다. 그러니 양해바랍니다.’라는 식의 한 마디 얘기만 했어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언반구도 없고 얼핏 보기엔 디아나 선생님도 계획을 세워놓고선 그 계획에 맞춰 무언가를 해나가겠다는 마음보다 주먹구구로 시간을 때우겠다는 마음이 강한 것처럼 보였기에 그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작어 공부시간도 있었는데 연극을 연습하는 시간으로 자연히 대체됐으며, 계획상에는 없던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시간까지 생겨났다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노래도 연습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막상 발표회땐 이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는 것.   

 

 

 

활동은 사라지고 발표회만 남다

 

원래는 연극 워크숍을 한다거나, 전통춤을 배운다거나 하는 것들은 있었다. 난 순수한 의미로 이런 것들이 체험인 줄만 알았다. 전통춤이란 걸 한 번 익혀 보고, 노래를 한 번 복식호흡으로 불러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학교의 교육 과정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라는 것을 얼핏 알게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단순히 배운다는 의미보다 발표회 때 할 것을 연습한다는 의미가 컸던 것이다. 그러니 모든 대통령 학교에서의 시간들이 발표회로 수렴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발표회 날짜가 앞당겨져서 연습할 시간이 촉박해지니, 활동은 사라지고 발표회만 남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플래쉬몹은 한 번만 가르쳐줬을 뿐이다. 그것도 하나하나 세밀하게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대충 한 번 쭉 따라해 보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갑작스레 해야 한다고 하니 무작정 따라해야 했다.

그런 현실에 비하면 단재학생들은 나름 플래쉬몹을 잘 따라했다. 전통춤은 여러 날을 연습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였지만, 계속 춤 동작이 바뀌고, 추가되었기에 아리송할 수밖에 없었다. 연극 같은 경우, 디아나 선생님도 연극지도를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며 교육원 원장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일처리가 빠르지 않고 딱 하라고 하는 것만 해치우고 다른 건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확하게 해야 하는 부분들을 대충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 말이 타국인의 편견을 담은 말일지라도, 이번 일로 이런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인 맥락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건 한국의 빨리빨리또는 제때에와는 완전히 다른 정조의 문화였던 것이다. 그러니 나의 입장에선 불성실하게 보였고 이해가 안 되는 것으로 보였던 게 당연했다.

 

 

 

오전 연습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오늘 오후 4시에 발표회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니 연습하기엔 시간이 꽤 넉넉한 편이다. 오전과 오후에 계속 연습하다보면, 그래도 좀 더 잘 하게 될 것이리라 기대했다.

전통춤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무용 선생님은 좀 더 추가하고 싶은 동작이 있으신지, 여러 동작을 홀로 해보시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친절하게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뀐다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우리와 직접적인 대화가 안 되기에, 직접 몸으로 이런 동작이 들어갑니다라고 보여주긴 했지만, 그 동작이 어느 부분에 들어가는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다. 두 번 연습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동작이 바뀌었기에, 춤의 후반 부분은 헷갈렸다. 그래서 오후에 연습할 때와 리허설을 할 때는 제대로 흐름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국어 교실로 이동했다.

거기선 연극 연습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품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소품 없이 연습을 해야 하니, 동작이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거의 자신의 대사를 외운 후였다. 그렇지만 내용을 모른 채 발음만 신경 쓰며 하다 보니, 책 읽듯 대사를 낭송하기 바빴던 것이다. 대사도 작은 목소리에 책 읽는 톤으로 하니, 이건 연극이라기보다 독백獨白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발표일임에도 오전 연습마저 그냥 쭉 흘러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태로 우린 어떤 식으로 발표할 수 있을까?

 

 

내가 입은 건 어느 왕자의 복장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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