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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2장 - 2. 상황에 따른 중용의 예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2장 - 2. 상황에 따른 중용의 예

건방진방랑자 2021. 9. 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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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황에 따른 중용의 예

 

 

손가락 끝에서 어떤 물체를 올려놓고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물체의 중심이 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기울어지기 때문입니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농구선수가 손가락 끝에서 공을 돌릴 때 손가락 끝이 미세하지만 공의 무게 중심을 따라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동적 평형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동질성(Equality)이라고 하는 것은 영원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퀄리티는 순간의 이상적인 관념일 뿐이에요. 이퀼리브리엄이 존재하는 것은 이질성(Inequality)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급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죠. 과불급이 있기 때문에 중용(中庸)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고, 여기서 과불급에 대한 비판은 과불급이 평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벗어나는 상태에서 생깁니다. 이퀼리브리엄의 상태는 특정한 포인트로 표시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변화의 진동 폭은 필연적인 거예요. 그러나 정도를 지나치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아 버리고 그게 곧 중용(中庸)의 상실이죠.

 

인간의 건강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건강할 수는 없고 건강과 불건강의 벨트(Belt, )가 있는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포는 반투과성 세포막을 통해서 이온들이 항상 들락날락 합니다(Action Potential). 이것은 끊임없이 들락날락 하는 불균형 상태에서의 평형인 것이. 생명은 영원히 다이나믹합니다. 항상 끊임없는 불균형 속에서만 균형은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균형조차도 불균형의 어떠한 벨트이지 포인트가 아니예요. 생체에서 회복 불가능한 어떤 임계수준을 넘지 않으면서 그러한 벨트를 유지하는 것을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 동적 평형)라고 부릅니다. 중용(中庸)은 한마디로 말해서 호미오스타시스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중(時中)이라는 것이지요. 가운데 중()만으로는 안 되고 다이나믹, 즉 시()가 붙어야 된다는 말입니다.

 

내 강의가 왜 명강의인지 아세요?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그 상황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그에 따라 구라를 치는 형태가 다르니까 항상 재미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군자의 강의가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지식을 가지고 어디에 가나 똑같은 강의를 하면, 아무리 재미있었던 강의라도 몇 번이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게 되니까 재미가 없어집니다. 군자의 강의는 논리적 강의가 아니라 시강(時講)’이 되어야 명강의인 것입니다. 매사에 있어서 중()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시()도 함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시중(時中)이라는 말은 역전(易傳)의 사상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繫辭의 사상에서 온 거예요. 주역(周易)의 점이라는 것은 때를 보는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때에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를 점치는 것이죠. 역전(易傳)의 계사(繫辭)ㆍ문언(文言)ㆍ설괘(設卦) 등을 읽고 주역(周易)의 사상을 알아야 중용(中庸)이 보입니다.

 

소인의 중용(中庸)무기탄(無忌憚)’입니다. 소인들은 중용(中庸)을 한다고 해도 거리낌이 없이 무지막지하게 해버려요. 지난번에 어떤 여학생이 선의(善意)를 가지고 칠판을 지우겠다고 수고했지만,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 휙휙 지우는 바람에 분필가루가 마구 날린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칠판을 아무렇게나 지우는 것 같지만 분필가루가 안 날리게 지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그저 도와주겠다는 일념에 집착한 나머지 마구 칠판을 문질러 댄 것입니다. 소인의 중용(中庸)은 사람을 참 괴롭게 만들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어찌되었든 선의를 갖고 덤비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괴로우면서도 참아야 한다니깐. 현대사회에서는 무기탄(無忌憚)’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행동을 할 때에 중용(中庸)이 되는 것이지, 한 가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많은 폐해를 가져오고, 인간사의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용(中庸)은 어렵습니다.

 

이제 중용(中庸)에 대한 상당히 중요한 원론적인 얘기는 끝났습니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성론(誠論)’으로 가기까지는 일사천리로 해석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 강의가 중용(中庸) 그 자체에 대한 강의로서는 가장 중요한 강의입니다. 그리고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는가를 배웠을 거예요. 오늘 강의한 내용을 집에 가서 잘 복습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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