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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15장 - 3. 증상과 위치에 따른 작전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5장 - 3. 증상과 위치에 따른 작전

건방진방랑자 2021. 9. 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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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증상과 위치에 따른 작전

 

 

위장도 체외이다

 

내가 항상 인체를 그리는 유명한 그림이 있어요. 인체를 동그랗게 그려서 반을 자르면 그림처럼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뚫려 있습니다. 몸 안의 위장은 체내입니까? 체외입니까? 이것도 체외예요. 여러분들은 겉의 피부만 체외인 줄 아는데, 이 안도 역시 체외입니다. 양자가 모두 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밥 먹을 때에 식탁 위에서 마늘 냄새가 소록소록 납니다. 이건 체외에서 나는 거지요? 밥 먹고 나니까 입에서 마늘 냄새가 꼬락꼬락 납니다. 이건 뭡니까? 이것도 똑같은 체외의 사건이죠? 그래서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됩니까? 마늘이 식탁이라는 공간에서 내 위라는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이지 똑같이 체외에 있다는 거예요. 음식이 이 위를 지나가는 동안에 체외에 있는 것을 체내로 빨아들이겠지요? 단계는 다 다릅니다. 체내로 빨아들이는 절차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먹은 것이 스킨을 통과하게끔 잘게 부수는 것입니다. 스킨이란 것은 상당히 타이트한 구조예요. 이 상피세포(epitherial cell)란 것은 내부의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같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게 아주 단단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의 벽 같은 것 바를 적에, 속에는 굵은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서 상대적으로 좀 엉성하게 바르고, 맨 나중에 마무리할 때는 고운 모래에다 시멘트도 많이 섞은 것을 잘 발라서 막을 형성시키지요? 인체의 스킨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히 타이트한 구조이기 때문에 속이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이걸 자세히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텐데, 아무튼 이 스킨을 통해서 음식을 흡수, 소화한다는 말입니다.

 

인체를 놓고 보면 약을 먹는다는 사건, 예를 들어 따뜻한 약을 먹는다고 하면 온중(溫中)이란 말을 씁니다. 생강이나 대추 같은 것을 다려 먹는 것은 전부 온중(溫中)입니다. 고약 같은 것은 어때요? 피부에 붙여서 밖으로 빨아내는 것이지요? 물론 반대로 피부로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체의 속에 고약을 붙일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탕약으로 해서 먹지요? 더운 약을 안에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한사(寒邪)가 들어와 있는데, 더운 기()가 구조적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발산하려고 하니까 한사(寒邪)가 밀려나겠지요? 약을 쓰는 작전이 이런 것입니다.

 

상한론(傷寒論)에는 인체에 대한 공간 개념이 있습니다. 상한론(傷寒論)에서는 팔강(八綱)’이라고 하는 것을 다뤄요. 표리(表裏허실(虛實음양(陰陽한열(寒熱). 이것을 팔강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음양이지요. 상한론(傷寒論)은 내용이 단순합니다. ((), ((), ((), (() 등에 따라서 인체를 보는 눈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같은 발열을 해도 오한(惡寒)이 있지요? 오한이란 발열인데도 불구하고 한()을 싫어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체온이 고온으로 올라가는데, 그럼 당연히 찬물 찜질을 해야겠죠. 그런데 오한이 나면 찬물이 무서우니까 몸은 마구 열이 나도 엄청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지요. 이 오한이라는 사건은 태양(太陽)병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한사(寒邪)가 아직 표()에 있고 면역기능이 아주 강할 때, ()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상당히 극렬한 전투가 표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튼 간에 이걸 보면 동양의학은 인체에 대한 공간설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은 인체에 대한 공간설계가 전부 경험과학적인 올간 시스템(organ system, 기관계)’에 의해서 공간설계를 해 놓은 것이죠. 동양의 인체의 공간설계는 바로 이 팔강법칙(八綱法則)’에 의해서 설계를 해 들어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스토마크(stomach)’에서 에이누스(anus)’까지 여기 간장이 있고 저기 뭐가 있고 하는 구조가 아니란 것입니다. 상한론(傷寒論)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어떻습니까.

 

 

 

증상에 따라 작전이 달라진다

 

결국 태양·양명·소양·태음·소음·궐음이라는 이것은 유행성 감염질환(infectious disease)에 나타나는 증상(symptom)의 단계입니다. 태양(太陽)병때는 오한·발열을 하지만, 양명(陽明)병에 들어가면 한사(病邪)가 깊이 들어가므로 오한이 없어지고 오히려 오열(惡熱)이 있습니다. 더운 걸 싫어하게 되요. 한사(病邪)가 깊게 들어가므로, 비유하면 휴전선에서 격렬하게 싸우던 전투병들이 후방으로 밀려서 지쳐있는 상태이니까, 양명(陽明)병 같은 증세는 사람들이 오히려 미열에다가 나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런 양명(陽明)병은 거기서 발산시킬려고 하는 작전이 좋을까요? 안 됩니다. 이럴 때는 거기서 똥으로 빼야겠지요. 토하게 하거나 하법(下法)을 쓴다는 것입니다. 증상에 따라서 심프터매틱(symptomatic, 대중요법) 작전이 달라져야 해요.

 

 

 

인체에도 사천왕이 있다

 

자고 일어나서 보니 목의 편도선이 따끔따끔하다. 이런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절간에 들어갈 적에 보면, 절 입구에 사천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사천왕은 잡귀가 들어올 때 문간에서 막는 놈들이죠. 그래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버티고 서있는 거예요. 인체도 사천왕이 있는데, 이것을 어디에 배치하겠습니까? 제일 입구입니다. 그것이 편도선이예요. 발데이어스 링(waldeyer‘s ring)이라고 해서, 링으로 되어 편도선 근처에 백혈구가 밀집되어 둥그렇게 방위선이 쳐 있거든요. 대개 편도선이 부으면 덩달아서 다른 데도 붓지요? 여기 겨드랑이가 붓는 것은, 팔에서 들어오는 외사(外邪)들을 처리하는 사천왕은 겨드랑이에 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다리에서 들어오는 것은 사타구니에서 처리하고. 인체라는 것은 안을 보호하기 위해서 길목 길목마다 작전적으로 사천왕 누각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겨드랑이·사타구니·편도선. 아시겠어요?

 

공간적으로 보면 인체에는 밖에서 안으로 외사(外邪)가 들어올 때, 안에서 밖을 막아내는 전선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점점 무너져 가면, 인체는 점점 취약해져 갑니다. 그러면 그것을 살려내기가 점점 어려워져요. 여기에 따라서 약을 쓰는 형태가 달라집니다. 안으로 깊게 들어올수록 보약으로 강화하면서 작전을 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작전이 나오지 않습니까? 밖에 있을 때는 안심하고 독한 약을 써서 밖으로 빨리 빼 준다거나 하는 작전이 많이 성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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