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12. 이미 주어진 도(道)와 이루어나가야 할 덕(德)
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曰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 五者天下之達道也. 知ㆍ仁ㆍ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길이 다섯이 있고, 그 길을 실천하게 하는 인간의 조건은 셋이 있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과 동생, 친구 사이의 사귐이 그 다섯이고, 지(知)·인(仁)·용(勇) 이 셋은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덕(德)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하게 하는 것은 하나(곧 誠)다. 達道者, 天下古今所共由之路, 卽『書』所謂五典, 孟子所謂“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是也. 달도(達道)는 천하고금의 공유하는 길로 곧 『서경』에서 말한 ‘五典’이고, 맹자가 「등문공」상4에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말한 게 이것이다. 知, 所以知此也. 仁, 所以禮此也. 勇, 所以强此也. 謂之達德者, 天下古今所同得之理也. 지(知)는 달도(達道)를 알게 하고, 인(仁)은 이것을 체현하게 하며, 용(勇)은 이것을 힘쓰게 한다. 달덕(達德)이라 말하는 것은 천하 고금에 공통으로 획득해야 하는 이치다. 一, 則誠而已矣. 達道雖人所共由, 然無是三德, 則無以行之. 일(一)이란 것은 성(誠)일 뿐이다. 달도(達道)가 비록 사람들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지만 삼덕(三德)이 없으면 행하여지지 않는다. 達德雖人所同得, 然一有不誠, 則人欲間之, 而德非其德矣. 달덕(達德)이 비록 사람이 함께 획득해야 하는 것이지만 하나라도 성(誠)이 없으면 인욕(人欲)이 끼어들어 덕이 덕이 아닌 게 된다. 程子曰: “所謂誠者, 止是誠實此三者. 三者之外, 更別無誠.” 정자가 “이른바 성(誠)이란 오직 이 세 가지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다. 세 가지 외엔 다시 별도의 성(誠)은 없다.”라고 말했다. |
제1장에서 말한 달(達)이란 말이 다시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이 달(達)과 도(道), 달(達)과 덕(德)이 짝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노자 『도덕경(道德經)』의 도덕(道德)과 같은 것이죠. 달도(達道), 달덕(達德)을 말하는 中庸에 『도덕경(道德經)』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내가 『도덕경(道德經)』을 한글로 푼 책의 제목으로 도덕(道德)을 일컬어서 『길과 얻음』이라고 했듯이, 도(道)의 세계는 길이요, 어떤 의미에서 사실(fact)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덕(德)이라는 것은 ‘득야(得也)’, ‘축지(畜之, accumulation)’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길[道]로부터 얻어서 쌓아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꽁푸(工夫)라고 하는 것이 바로 몸의 덕(德)의 문제인데, 온갖 형태의 꽁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기서 도(道)라고 하는 것은,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 형제(兄弟) 붕우(朋友)’라고 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주어져 있기 때문에 임의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처럼, 바로 주어져 있는 사실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내가 내 뜻으로 부모를 골라서 택한 것도 아니요, 이미 그렇게 태어난 마당에 내가 싫다고 나의 부모를 부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입니다. 타고나는 부모의 조건이 일단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 자식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집에 3만권의 장서가 이미 구비되어 있는데, 이것을 보고서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재수일 뿐입니다. 도(道)인 것이죠. “나에게는 왜 3만권의 장서가 없느냐”고 아무리 탓해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인간은 어차피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게 태어나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주어져 있는 그 도(道)를 가지고서 내 몸에 쌓아가면서 실천하며 이루어가는 것은 덕(德)의 세계입니다. 그것이 도덕적인 덕성(moral virtue)인 것이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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