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21. 구경(九經)의 일②
‘존기위 중기록 동기호오 소이권친친야(尊其位 重其祿 同其好惡 所以勸親親也)’
여기서 ‘동기호오(同其好惡)’라는 말이 중요한 말입니다. 그 좋아함과 싫어함[好惡]을 같이 한다는 말이죠. 인생을 살다 보면 멀리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내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는 호오(好惡)가 같아야 합니다.
길을 같이 가다가 국화빵 파는 데를 지나는데, “야, 저 국화빵 사먹자!”고 했을 때, “에이, 뭐 그런 것을 사먹으려 하냐?”는 식으로 대꾸해버리면 김이 ‘팍’ 새지 않습니까? 매사에 “이거 안 된다, 저거 해라. 뭐 그런 시시한 영화를 보려고 하느냐 다른 일 하자” 등등 가까운 사람끼리 이러면 뭔가 일이 안 됩니다. ‘동기호오(同其好惡)’가 안 되면 친친이 안 되는 겁니다. 호오(好惡)를 같이 해주는 일, 비록 기호가 다르다고 해도 같이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수와 제자의 경우를 볼 때, 교수들이 교수 노릇 할 줄을 몰라요. 교수들이 덕이 없다고! 논문을 쓰라고 할 때, 그 논문이 어떻게 다 내 마음같이 쓰여 질 수가 있겠습니까? 흔히 부실한 논문이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하나하나 다 비판하고 좍좍 그어 제껴 버리면 사람이 못 큽니다. 그러니까 가까운 사람을 가깝게 키우는 방법은 ‘동기호오(同其好惡)’하는 데 있어요. 좀 마음에 차지 않게 써 왔더라도 잘 썼다 괜찮다고 하면서 좀 더 다듬으라고 해야지 사람이 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용기가 나고 자기의 최선을 발휘할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인간이란 아무리 내가 ‘동기호오(同其好惡)’를 해줘도 자기 잘못은 언제인가 깨닫습니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의 말이 옳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고집을 고수한 경우에 이 고집쟁이는 언제인가 자기의 잘못을 분명히 깨닫게 되어 있는데, ‘동기호오(同其好惡)’를 못하고 너무 성급하게 굴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들입니다. ‘동기호오(同其好惡)’는 결코 아첨하는 게 아니예요. 특히 결혼생활을 할 때,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한다고 하면 나도 같이 좋아한다고 하고, 싫어한다고 할 때 나도 역시 싫어한다고 해 주는 것, 하는 일에 대해서 잘한다고 맞장구 쳐주는 것, 이 ‘동기호오(同其好惡)’가 친친의 기본인 것입니다. 이것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참 중요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걸 잘 못해! 이것은 근본적인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다만 호오(好惡)의 문제일 뿐인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런 호오(好惡)의 문제에 대해서 지독하게 인색하고 고집이 세거든요. 국화빵 먹는다고 해서 무슨 천지가 무너지냐, 도덕이 땅에 떨어지냐?(웃음) 그런데 이런 사소한 데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모든 게 틀어져 버리니,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성임사 소이권대신야(官盛任使 所以勸大臣也)’
‘임사(任使)’라는 것은 한번 맡기면 잔소리 안 하는 것입니다. 대신(大臣)은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믿고 맡겨야지 여기에 자질구레한 참견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시사박렴 소이권백성야(時使薄斂 所以勸百姓也)’
요새말로 하면 세금을 낮추라는 말입니다. 백성에게는 시사(時使)가 중요합니다. 시사라는 말은 때에 맞춰서 시의적절하게【occasionally가 아니라 timely,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부린다는 말인데, 예를 들면, 농번기에 군대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옛날에 농번기에는 전쟁을 절대로 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전쟁에 이겼던들 곡량이 떨어지면 전승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전쟁을 일으켜도 농번기를 피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언제 싸우지? 늦가을에 싸우나? 겨울에 싸우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 말도 좀 문제가 있네요. 암튼, 백성을 때로 부린다는 것은 중요한 말입니다. 때가 아닐 때 백성을 괴롭히면 안 되요. 명절 때는 명절 연휴을 주고 또 조일 때는 조이고 그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많이 논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공휴일이 너무 많아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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