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불우한 권필
天使顧ㆍ崔之來, 權石洲韠, 以白衣從事被選. 宣廟命徵詩稿以入, 置之香案, 常諷誦之.
其「寒食」詩: ‘祭罷原頭日已斜, 紙錢飜處有啼鴉. 山谿寂寞人歸去, 雨打棠梨一樹花.’ 詞極雅絶, 且如‘人烟寒食後, 鳥語晩晴時.’ 其自然之妙, 何减於‘芙蓉露下落, 楊柳月中踈.’
谿谷曰: “余見石洲, 凡形於口吻, 動於眉睫, 無非詩也.”云, 蓋石洲之於詩, 眞所謂天授者歟!
惜乎! 始以詩受知於宣廟, 終以詩得禍於光海, 士之遇時, 其幸不幸如此哉!
▲ 권필은 임금의 잘못을 꾸짖는 시 한 편으로 목숨과 바꿨다. -그림 이무성 작가
해석
天使顧ㆍ崔之來, 權石洲韠, 以白衣從事被選.
명나라 사신인 고천준(顧天埈)과 최정건(崔廷健)이 오니, 석주(石洲) 권필(權韠)이 벼슬 없이 종사관(從事官)으로 뽑히게 됐다.
宣廟命徵詩稿以入, 置之香案, 常諷誦之.
선조께서 석주의 시고를 들이라 명하시고 향로를 바치는 상에 두고 항상 그걸 읊으셨다.
其「寒食」詩: ‘祭罷原頭日已斜, 紙錢飜處有啼鴉. 山谿寂寞人歸去, 雨打棠梨一樹花.’ 詞極雅絶,
「한식(寒食)」 시는 다음과 같으니, 시어가 매우 아름답고 뛰어나다.
祭罷原頭日已斜 | 제사 마치니 언덕머리에선 해가 이미 저물어 |
紙錢翻處有啼鴉 | 지전 사른 곳에선 까마귀 우네. |
山谿寂寞人歸去 | 적적한 산길엔 사람이 돌아가고 |
雨打棠梨一樹花 | 비는 팥배나무 때리니 한 나무에 꽃 폈네. |
且如‘人烟寒食後, 鳥語晩晴時.’ 其自然之妙, 何减於‘芙蓉露下落, 楊柳月中踈.’
또한 ‘한식 뒤에 밥불 연기 나고 늦게 갠 때에 새 지저귀지.[권필의 「淸明日有作」]’라는 시구 같은 경우는 자연의 오묘함으로 어찌 ‘부용이 이슬 아래로 떨어지고 버들개지가 달 속에서 성글어지네[蕭慤의 「秋思」]’라는 구절에 못할쏘냐?
谿谷曰: “余見石洲, 凡形於口吻, 動於眉睫, 無非詩也.”云, 蓋石洲之於詩, 眞所謂天授者歟!
계곡이 “내가 석주를 보니 대체로 입에서 형상되는 것과 눈과 눈썹에서 움직이는 게 시가 아닌 게 없었다.”라고 했으니 석주는 시에 있어서 참으로 소위 하늘이 부여해준 이로구나!
惜乎! 始以詩受知於宣廟, 終以詩得禍於光海, 士之遇時, 其幸不幸如此哉!
애석하구나! 처음엔 시 때문에 선조에게 알려졌지만 끝내 시 때문에 광해군에 화를 당했으니 선비가 시기를 만남의 다행과 불행이 이와 같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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