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에
한식(寒食)
권필(權韠)
祭罷原頭日已斜 紙錢翻處有鳴鴉
山蹊寂寂人歸去 雨打棠梨一樹花 『石洲集』 卷之七
해석
祭罷原頭日已斜 제파원두일이사 | 제사 마치니 언덕머리에선 해가 이미 저물어 |
紙錢翻處有鳴鴉 지전번처유명아 | 지전 사른 곳에선 까마귀 우네. |
山蹊寂寂人歸去 산혜적적인귀거 | 적적한 산길엔 사람이 돌아가고 |
雨打棠梨一樹花 우타당리일수화 | 비는 팥배나무 때리니 한 나무에 꽃 폈네.『石洲集』 卷之七 |
해설
이 시는 한식날 지은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한식날 제사를 마친 들판에 해는 이미 기울고, 지전을 불태워 흩날리는 곳에 갈까마귀만이 제사 음식을 먹으려고 주변에 서성거리며 운다. 곧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적적한 무덤과 산길만 남았는데, 봄비가 팥배나무 한 그루 꽃잎 위로 빗발친다.
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인생이란 무상한 것이며 덧없는 것이다. 경중정(景中情)을 느낄 수 있는 시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35에서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명나라 사신 고천준(顧天埈)과 최임건(崔廷健)이 오자, 석주 권필이 포의로 종사관으로 선발되었는데, 선조대왕께서 석주의 시고를 찾아 들여오게 해서 향안(香案)에다 놓아두시고 항상 읊으시었다. 「한식」에, …… 이 시는 지극히 곱다. 또 ‘한식 지난 마을에 밥 짓는 연기 오르고, 비 개고 난 저녁에 새들 지저귀네.’는 그 자연스러움의 오묘한 경지가 어찌 ‘부용꽃은 이슬에 떨어지고, 버들가지는 달빛 속에 성글다[芙蓉露下落 楊柳月中疎]. (蕭慤의 「秋思」)’에 뒤떨어지겠는가? 계곡 장유가 말하기를, ‘내가 석주를 보니, 그의 입에서 형상화되고 그의 눈앞에서 구성되는 모든 것이 시가 아닌 것이 없다.’ 하였다. 대개 석주의 시는 참으로 이른바 하늘이 부여해 준 것인가? 안타깝구나! 처음에는 시로써 선조대왕에게 인정을 받았다가 끝내는 시로 인하여 광해군에게 화를 당하였으니. 선비가 때를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이같이 달라진다[天使顧崔之來 權石洲韠以白衣從事被選 宣廟命徵詩稿以入 置之香案 常諷誦之 其寒食詩 …… 詞極雅絶 且如人煙寒食後 鳥語晩晴時 其自然之妙 何減於芙蓉露下落 楊柳月中疏 谿谷曰 余見石洲 凡形於口吻 動於眉睫 無非詩也云 蓋石洲之於詩 眞所謂天授者歟 惜乎 始以詩受知於宣廟 終以詩得過於光海 士之遇時 其幸不幸如此哉].”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82~18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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