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과 관찰
현대 과학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할 때, 변수를 단순화시키고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방식이 바로 소음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실험은 소음인도 중시하지만 태양인이 더 즐기는 것 같다. 소음인은 아무래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치밀하고 늦는데, 태양인은 “긴가민가 하면 실험해봐”라며 쉽게 실행에 옮기는 차이인 듯하다. ‘사고 실험’이라고 실험적 방법을 머리 속에서 논리로 쫓아가는 방식이 있다. 현대 이론 물리학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인슈타인이 좋아했던 방법이다. 이런 것이 전형적으로 소음적인 방법이다.
반면 태음인은 관찰을 한다. 직접 나서서 조작하는 것을 별로 안 내켜 한다. 조작된 결과보다 자연스러운 결과들을 관찰하는 쪽이 원리를 찾아내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다량의 데이터를 쌓아두는 것이 익숙하니까 가능한 태도이기도 하다. “책을 묶은 끈이 헤어져 다시 매는 일을 백 번 하도록 책을 읽으면 뜻은 자연히 드러난다[讀書百遍意自見].” 이것이 태음적인 접근이다. 새로운 일에 끼어들 때는 한 발씩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언제라도 발을 뺄 준비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험해보고 나서야 조금씩 더 깊게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막상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할 때는 이미 그 일에 대해서 상당한 폭을 확보하고 있다.
학문하는 사람들이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면 태음인의 폭과 소음인의 깊이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태음인의 논문은 자상하다는 느낌이 들고, 소음인의 논문은 간결하다는 느낌이 있다. 체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논문만 읽고도 저자가 태음 기운이 강한 사람인지, 소음 기운이 강한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나중에는 시, 소설 등도 저자의 기운이 어느 쪽이 강한지 느낌이 오게 될 것이다.
학문뿐만이 아니다. 바둑의 기풍 같은 데서도 폭과 깊이의 차이가 있다. 바둑 두는 독자들은 임해봉(林海峰, 1942~)의 기보와 조치훈(趙治勳, 1956~)의 기보를 대비해놓고 보면 태음 기운과 소음 기운의 차이를 느끼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기운에 대한 느낌이 실제 체질과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체질은 선천적인 것이고, 느껴지는 기운에서는 후천적인 부분이 포함되니까. 하지만 이 책을 열심히 읽고 나면 그것이 선천적인 영역에서 나오는 기운인지 후천적인 것인지까지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다.
자, 그럼 태양인의 직관, 태음인의 감각, 소양인의 감정, 소음인의 사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 요즘은 흔히 정보 홍수의 시대라고 한다. 요즘같이 쏟아지는 정보량이 많아지면 어느 체질에 가장 유리하고, 어느 체질에 가장 불리할까? 다음 내용을 보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융 | 이제마 | 내용 |
직관 | 태양 | 일이 돌아가는 이치, 원리를 수용하는 것 |
감성 | 소양 | 벌어진 현상을 수용하는 것 |
감각 | 태음 | ‘좋은가/나쁜가’를 판단하는 것 |
사고 | 소음 | ‘옳은가/그른가’를 판단하는 것 |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