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인의 효율성
소음인은 운전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으로 가면, 가면서 생각도 하고 쉬기도 하고 일도 할 수 있는데, 자기 차로 가면 그걸 못한다. 그 점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면허 딴 지는 10년쯤 되는데 핸들 잡아 본 건 손으로 꼽을 정도인 사람은 소음인 중에 많다(물론 차 몰 형편이 되는 경우의 이야기다). 소음인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는 확실히 그쪽이 이득을 주는 경우이다. 즉 같이 의논할 일이 있는 사람끼리 한 차를 타고 가면 남의 방해를 안 받고 의논할 수 있다든지, 중간에 들를 곳이 많아서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확실히 시간 절약이 된다든지, 짐이 많다든지, 뭔가 뚜렷하게 유리할 경우에만 차를 몰고 가고,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소음인은 늘 다니던 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출발 전에 어느 길로 갈 것인가를 미리 다 정해놓고 가는 경우도 다른 체질보다는 많다. 교통방송 등으로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등의 준비도 잘하는 편이다. 소음인은 전반적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산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건 겉에서만 관찰한 이야기다. 그 효율을 맞추기 위해서 미리 상당한 준비를 하고, 정리를 하는 것이다.
운전도 자기 역량에 딱 맞춰서 한다. 잘 아는 길이고 운전 실력에 비해 과하지 않으면 산길이나 샛길로도 가는 것이고, 운전 실력, 기상 상태, 운전자의 몸 상태, 차의 상태 중에 어느 하나라도 무리가 있을 것 같으면 막혀도 큰길로 간다. 속도도 자신의 운전 역량이나 피로도에 맞춰서 적절한 수준으로 간다. 그 적절함에 대한 것도 그 순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할 때 미리 계산해서 정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효율성의 이면에는 거꾸로 비효율이 숨어 있다. 그때그때 상황 봐서 순발력을 발휘하는 소양인이나, 예비 계획을 여러 개 준비해서 대처하는 태음인이 보기에는 답답하기만 하다. 최선인 단 하나의 계획을 찾기 위해 지나치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다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막상 가족이 볼 때는 무지하게 비효율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데, 소음인인 경우가 많다. 대충 넘어가도 되는 걸 일일이 따지고 있는 모습이 가까이 있을수록 잘 보이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보기에는 아주 비효율적으로 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효율성이 작은 집단에서는 중요하다. 기본적인 동의가 되어 있는 집단 내에서의 일, 즉 당여(黨與)에 강한 이유이다. 하지만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면 기본부터 다 맞춰가야 비로소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일에 들어갈 수 있는 소음 경향이 좀 갑갑할 수 있다. 역시 극복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