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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2부 체질에 따른 약점과 그 극복, 제7장 사심과 박통 - 2. 긍심과 경륜 / 소음인의 소양 기운: 소음인과 경쟁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2부 체질에 따른 약점과 그 극복, 제7장 사심과 박통 - 2. 긍심과 경륜 / 소음인의 소양 기운: 소음인과 경쟁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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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인과 경쟁

 

그럼 소음인이 긍심(矜心)을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태음인 아이에게 속도를 강요하지 말아야 하듯이, 소음인 아이에게는 경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경쟁이란 보편적 기준을 놓고 달성하는 정도를 다투는 것이다. 일반화된 것을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는 아이는 경쟁을 즐기며, 경쟁에서 불안감을 별로 안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소음인들에게 대중 교육에서의 경쟁은 아무래도 힘겹다.

 

소음인에게 경쟁을 강요하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숫기가 부족하고 위축되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강한 긍심(矜心)을 띠는 형태이다. 유명인들 중에 긍심(矜心)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몇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천재 소리 듣는 형제들과 계속 비교 대상이 되면서 자란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초등학교 때 반에서 중간쯤이나 하다가 중학교 가면서 반에서 한 5등쯤 하고, 고등학교 가면서 전교 1,2등을 다투더니 결국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친구들이 가끔 있었다. 그런 아이들 중에는 소음인의 비율이 일반적인 인구비례보다 확실히 높게 나타난다. 물론 집에서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잘 배려하며 키운 경우다. 또는 정반대로 부모가 너무 바빠서 아예 네가 알아서 하라고 놔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경우의 공통점은,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자기 방식으로 해서 성공한 아이들이 소음인 중에 많은 이유가 뭘까? 그것은 소음인이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를 어려워하지만, 배우면 가장 확실하게 배우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 중에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a^b(a+b)/2라고 정의하였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제들, 이런 문제들을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소음인이다. ‘[a], a를 넘지 않는 최대의 정수라고 정의하자.’ 이런 건 좀 쉽다. 두 문제의 차이가 무엇일까? 뒤의 경우는 새로운 기호가 필요해서 도입한 것이다. 그냥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으로는 식으로 표시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앞의 경우는 그냥 사칙연산만으로 충분한데도 새로운 기호를 도입한 것이다. 왜 새로운 기호를 도입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아이는 묻다. “왜 그렇게 정의하는데요?”

 

많은 선생님이 그런 경우에 야단을 치거나 짜증을 낸다요즘은 모르겠는데 70년대에는 그런 경향이 좀 있었다. “그건 그냥 그렇게 정의한 거야. 그렇게 약속을 한 거라고, 거기에 가 왜 들어가니?” 그럼 아이가 다시 묻는다. “항상 그런 건가요?” 선생님은 이제 진짜 짜증이 났다. “그냥 이 문제에서 그렇다고 치고 풀라는 거야. 너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수업 방해하려고 묻는 거냐?” 아이는 선생님이 왜 화가 났는지 의문만 하나 더 늘었다. 새로운 기호를 하나 도입한다는 것이 소음인 아이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존의 기호로 충분한데 새로운 기호를 도입한다는 것은 무언가 그럴 만한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찾아지지 않는다. 아이는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그 고민을 충분히 하도록 허용하면 그런 문제를 아주 잘 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게 보기보다 대단한 것이다. 아이가 혼자 힘으로 기호는 도구일 뿐 본질은 아니다라는 철학적인 내용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음인이면서도 새로운 기호의 정의와 관련된 문제를 능숙하게 푸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런 철학적 개념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 확인된다.

 

우리나라 수학은 너무 일찍 기호를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흔히 기호와 본질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런데 아이가 혼자서 그 헷갈림을 뚫고 나왔다는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철학적 훈련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그런 훈련을 통해 과정을 하나하나 뚫고 나온 아이는 언젠가는 다른 아이들을 젖히고 앞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슬프게도 대부분의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가 그런 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차분히 기다려주지 못한다.

 

당신의 아이가 소음인이라고 생각되면 너무 많은 양을 시키려 하지 말기 바란다. 너무 여러 가지를 시키려 하지도 말고, 그보다는 하는 일에 충분히 집중하고, 잘 안 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게 하는 일에 신경을 쓰시기 바란다.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은 절대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을 구축해서 대처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대충하는 방식보다 느리다. 그러나 언젠가는 빠르게 된다.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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