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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형주에 남겨진 사석(捨石)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형주에 남겨진 사석(捨石)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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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에 남겨진 사석(捨石)

 

결국 유비와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조조와 손권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형주에 관우를 남겨놓고 촉을 정벌하러 떠난다. 처음에 제갈량은 형주에 남고 유비와 방통이 황충, 위연과 함께 촉으로 간다. 그러나 낙봉파에서 방통이 죽게 되자 장비, 조자룡 등을 다 끌고 제갈양이 촉으로 간다. 관우가 무장치고는 지략이 높기는 하지만, 주유, 사마의, 육손, 여몽 같은 전문적인 지략가의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관우 옆에 아무도 남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 지역을 잘 아는 방통을 관우 옆에 남기고, 자신이 촉으로 유비를 따라갔다면 역사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장수 역시 거의 남은 사람이 없다. 요화야 산도적 출신이고, 미방은 장사꾼 출신이다. 관우의 아들들을 제외하면 주창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물론 촉을 확보하는 것이 급했지만, 촉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마자 장비, 조자룡, 황충 중에 한 명만 형주로 보냈다면 과연 관우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을까? 위연은 처음 보자마자 반골임을 알았던 제갈량이 부사인이나 미방은 궁지에 몰리면 관우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관우는 애당초 형주 같은 요충지를 수비하기에 적합한 장수가 아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수다. 수비형 장수로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요충지를 수비하는 장수는 전황이 조금만 여의치 않으면 바로 원군부터 청해야 한다. 그러나 관우는 즉각 원군이 오지 않으면 전멸할 만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관우 성격이 그런 것이야 제갈량도 뻔히 아는 것이고, 이를 대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형주가 공격을 받아 촉의 본국으로 사자가 오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 상용이다. 상용에 성격이 불같고 그 이름만으로도 적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장비가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형주의 위기 소식을 듣는 즉시 달려갔을 것이며, 관우는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상용에 배치된 장수는 유봉과 맹달이었다.

 

유봉이나 맹달이라면 유비와 공명이 있는 성도에 어찌할까를 물을 수밖에 없다. 상용을 비운 채 형주로 달려갈 배짱이 있는 장수들이 아니다. 원군은 도착하지 않고, 관우는 죽는다. 유봉은 관우에게 즉각 원군을 보내지 않은 이유로 유비의 불신을 사게 된다. 그 불신이 결국 유봉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왕통 문제는 자연스레 유선으로 정리된다.

 

관우에게 맡겨진 임무를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새로 얻은 촉이 안정될 때까지 조조와 손권의 주력부대를 형주 주변에 묶어두는 일이었다. 유비는 관우를 믿었을 것이다. 관우라면 능히 지켜낼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갈량의 구도에서는, 관우는 형주에 남겨진 사석(捨石)인 것이다. 최소의 병력으로 최대한 적을 괴롭히다가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제갈량의 구도 속의 관우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흔히 말해지는 것만큼 훌륭한 전략가는 아니었을까? 관우조차 품지 못하는 속 좁은 사람에 불과했을까? 아니다. 제갈량이 옳았다. 그건 그 상황에서 촉한이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이며, 구사 가능한 유일한 전략이었다. 천하를 삼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형주에 침착한 수비형 장수를 남긴다면, 조조나 손권 역시 형주 주변에 주력부대를 남기지 않는다. 촉에서 유장이나 장로와 싸우고 있는 유비의 뒤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형주에 남은 것이 관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비를 어설프게 했다가는 언제 관우가 치고 들어올지 모르니까. 관우를 제거할 때까지는 주력부대가 거기에 묶이는 것이다. 유비와 제갈량은 촉을 손에 넣고 안정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결국 형주에 관우를 남긴 것은 촉이 당시의 국력으로 촉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만 촉이 확보되자마자 형주를 포기하고 관우를 불러들였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촉도 확보하고 관우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형주를 계속 지키는 것은 어차피 당시 촉의 국력으로는 무리였으니까. 그러나 그건 나라의 사기가 문제가 된다. 멀쩡한 영토를 내주고 온다는 것이. 또 자존심 강한 관우가 철수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 결국 형주에 혼자 남겨진 순간 관우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다. 형주가 공격받을 때 어설프게 원군을 보냈다가 원군까지 같이 전멸당하면 그때는 촉도 함께 무너지는 상황이었으니까.

 

 

 

 

인용

목차

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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