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의 자료수집 태도
나는 마가복음이 로마에서 성립되었다는 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갈릴리 사람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갈릴리 지역의 초대교회전승을 충실히 수집하여 예수를 철저히 갈릴리의 지평 위에서 선포하고 있다. 아마 성립시기는 70년 예루살렘 멸망 직후였을 것이다. 로마저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가가 팔레스타인 지리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면, 마가복음 제5장에 예수가 거라사인의 지방(the country of the Gerasenes)에서 귀신들린 사람을 만나 악령을 추방하는데, 그 악령이 돼지 속으로 들어가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서 몰사하는 장면(막 5:13)이 나온다. 그런데 말하기를 거라사와 갈릴리 바다와의 거리는 60km나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돼지떼가 우루루 내려가 죽을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 때문에 마가가 갈릴리 지역 지리를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가는 타지역에서 거라사인의 이야기를 듣고 추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거라사인의 지방’이라는 표현을 썼어도, 그것은 실제로 데가볼리 지역에 속하는 갈릴리 호수의 남동쪽 연안의 작은 촌락을 무대로 한 것이다. 무덤 사이에서 예수와 신들린 사람이 만나는 음산한 장면, 돼지 속으로 신들린 사람의 악령을 집어넣는 장면, 그리고 돼지 축산을 망친 시골사람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 그저 빨리 떠나만 달라고 간구하는 장면, 그 모두가 갈릴리 지역의 토착적 풍속과 분위기를 모르는 사람이면 묘사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마가가 신앙이 없는 유대인을 지독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마가는 유대 일반, 특히 유대 민중을 비판한 적이 없다. 그가 비판한 것은 그 중의 특정집단인 율법학자, 바리새파 사람들일 뿐이다.
하여튼 마가가 갈릴리 사람이며 갈릴리의 토착적 분위기에 젖어있는 사람이며 갈릴리를 맨발로 걸어다니며 갈릴리에서 자료수집을 행하였으며, 팔레스타인 교회의 정통적 전승과 함께 팔레스타인 북방의 민간설화로서 전해지고 있던 예수에 관한 담론들을 채집하여 결합시켰다고 하는 사실에 관하여서는 타가와 켄조오(田川建三)씨의 논증이 매우 깊이있고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다(田川建三 著, 서남동 監修, 김명식 譯, 『原始그리스도교硏究』: 제목과는 달리 마가복음서의 성격규정에 모든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동양인이 성서에 관해 쓴 보기드문 명저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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