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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1부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 2. 스피노자 : 근대 너머의 근대 철학자, 스피노자의 ‘자연주의’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1부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 2. 스피노자 : 근대 너머의 근대 철학자, 스피노자의 ‘자연주의’

건방진방랑자 2022. 3. 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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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자연주의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실체’(substantia)양태’(modus)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됩니다. 실체란 개념에 대해선 앞서 말씀 드린 바 있지요. 물론 사상가마다 그 개념에 부여하는 내용에 차이는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둡시다.

 

실체와 양태에 대해 다시 한번 터미네이터 2란 영화를 예로 들어 생각해 봅시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터미네이터 T-1000이란 친구를 전체 세계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실체는 터미네이터로서 수행할 임무가 그것인데, 이 친구가 숱하게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거꾸로 그러한 바꿈(변화)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즉 그가 그처럼 수없이 모습을 바꾸는 것은 오직 터미네이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요. 물론 영화에선 이 임무를 미래의 컴퓨터가 입력한 것이지만, 일단 이 T-1000이란 친구를 전체로 가정하면 터미네이터란 임무는 변화의 원인이며, 그 변화에 의존하지 않는 요인입니다. 또 그것은 무한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특징을 갖습니다. 이래서 무한자라고 하지요.

 

한편 이런 변화들을 스피노자는 변용’(modification, 변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된 모습 각각을 일컬어 양태라고 합니다. 예컨대 때에 따라선 경찰관, 때에 따라선 어머니로 변하는 그 모습 각각을 일러 양태라고 하는 겁니다. 이는 다른 것(타자)에 의존합니다. 예컨대 잡음없이 검문을 통과해야 할 때는 경찰관의 모습을 취했다가, 주인공을 유인해 잡아내려고 할 때는 그의 어머니 모습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양태’(경찰관, 어머니)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좀더 근본적으로는 실체에 의존하고 있는 겁니다.

 

실체
(substantia)
터미네이터로 수행할 임무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으며 우주를 포괄하고 변화의 원인임 자기원인ㆍ신
변용
(modification)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변화들    
양태
(modus)
변화된 모습 다른 것(타자ㆍ실체)에 의존함  

<실체는 양태로 표현된다 = 실체는 양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스피노자는 자연 혹은 우주를 변화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우주 전체를 포괄하고 있으며, 그것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실체입니다. 이 실체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기에, 다른 것들을 원인으로 갖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바로 자기 자신의 원인입니다.

 

이래서 자기 원인이라고 하지요. 이걸 스피노자는 이라고 부릅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실체, 신은 바로 자연(우주) 밖에서 그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 안에 있는, 모든 변화의 원인을 가리킵니다. 이건 자연 자체를 뜻하지요. 이런 뜻에서 자연은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스피노자의 이란 개념은 종교적인 절대자가 아니라 바로 자연 안에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인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흔히 범신론이라고 합니다.

 

다른 한편 자연은 변화하는 각각의 개체들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태어나고 늙어가는 인간에서 흐르는 물과 변화하는 계절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하고 가변적인 것들의 집합이 바로 자연이지요. 이처럼 변화하는 개체들 각각을 일러 양태라고 한 셈인데, 이런 뜻에서 자연은 양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실체는 양태로 표현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스피노자에게 이 표현이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데, 여기서는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실체는 양태로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들뢰즈,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Spinoza et la probléme de l‘expression), 다시 말해 양태는 실체가 변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경찰관이든 어머니의 모습이든, 간호사의 모습이든 복도바닥의 모습이든 어떤 모습을 갖지 않고는 T-1000이란 친구가 존재할 수 없음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때론 손이 칼로 되기도 하고 몽둥이로 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서 양태라고 할 수 있지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은 이처럼 양태로서 존재합니다. 실체의 변용된 모습인 양태로서 말입니다. 그래서 개체의 본질은 양태다라고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 양태들, 이 개체들 전체를 싸안고 있으며, 그것들 전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바로 실체인 거지요. 따라서 스피노자가 보기엔 실체란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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