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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2. 훔볼트 : 언어학적 칸트주의, 선험적 주체의 언어학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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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2. 훔볼트 : 언어학적 칸트주의, 선험적 주체의 언어학②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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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적 주체의 언어학

 

 

마지막으로 다섯째, 그는 주체(subject)의 활동은 사유 속에서 대상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나아가 이 사유는 언어를 통해서 행해지기 때문에 결국 대상이란 언어를 통해서만 형성된다는 것을 추가합니다.

 

일례로 치즈의 종류를 들어 봅시다. 요리를 즐기는 프랑스에서는 치즈의 종류가 700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용도와 맛, 만드는 방법 등에 따라 극도로 자세한 치즈의 이름이 다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 치즈의 맛을 즐기는 그들의 생활에서 기인한 거겠지요.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일반 치즈와 피자용 치즈 등이 전부고, 더 나아간다 해도 해태치즈, 매일치즈 등과 같은 고유명사 이상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 700가지 치즈를 맛보고 이름을 배운다 해도 실제로 치즈 맛에 둔한 우리로서는 그 미세한 차이를 별로 유의미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주체의 생활, 활동 속에서 치즈라는 대상이 형성되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입니다. 어떤 대상에 민감한 민족일수록 그에 대해 더 미세하고 많은 대상들을 형성합니다. 바로 언어를 통해서 말입니다.

 

주체의 활동이 대상을 형성한다는 이 명제는 대상은 주관이 형성하는 것이고 판단은 주관의 작용이라는 칸트의 견해를 그대로 빌려 온 것입니다. 즉 훔볼트가 칸트의 견해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훔볼트는 선험적 주체가 사고의 기초라는 칸트의 견해에 명시적으로 동조합니다. 그리고 바로 언어(모국어)야말로 주체들이 그 위에서 사고하는 일종의 선험적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사고도 언어(모국어)를 빌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따라서 모국어에 내장된 세계관 속에서 행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적 활동과 언어는 결합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후 훔볼트의 사상을 계속 발전시킨 바이스게르버(L. Weisgerber)는 위의 말과 관련하여 언어(모국어)세계를 변화시켜 인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세계를 영유하고 전유하는 방식이며 내적 조직이라고 말합니다(모국어와 정신형성).

 

따라서 만약 칸트가 훔볼트의 연구를 참조할 수 있었다면 순수지성의 선험적 형식을 범주라고 하지 않고 언어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사실 그게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훔볼트의 칸트주의는 매우 생산적인 보충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훔볼트처럼 언어구조 속에서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정확하게 칸트적인(근대적인) 선험적 주체를 구성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훔볼트는 언어(모국어)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구조를 제약하며, 그래서 세계를 파악하는 관점을 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써 언어와 사고구조 간의 긴밀한 관계가, 그리고 사고에 대한 언어의 선차성(先次性)과 우위성이 분명해집니다. 이러한 명제를 훔볼트는 칸트의 선험적 주체라는 개념에 이어 붙입니다. 즉 언어란 그걸 사용하는 주체들 모두에게 공통된 사고의 기반이며, 선험적인 구조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종종 지칭되는 훔볼트는 칸트적인 선험적 주체를, 결국은 새로운 주체철학을 언어를 통해 재건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불어 훔볼트 역시 칸트와 마찬가지로 선험적 구조로서 언어의 연구가 바로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언어학은 인간에 대한 과학, 다시 말해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질서를 만들어내는가를 연구하는 과학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훔볼트의 언어학은 칸트적인 의미에서 근대성 안에 있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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