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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룡전(梁四龍傳)」의 입전의식 - Ⅳ. 서귀 이기발의 의리 정신과 「양사룡전」의 입전 의식, 2. 진아의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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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룡전(梁四龍傳)」의 입전의식 - Ⅳ. 서귀 이기발의 의리 정신과 「양사룡전」의 입전 의식, 2. 진아의식

건방진방랑자 2022. 6. 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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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아의식

 

 

마지막은 본고에서 제시한 진아(盡我)’이다. ‘진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다음 글에서 확인된다.

 

 

 

대저 더없이 미약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높고 두터운 하늘, 땅과 그 덕을 합하는 것은 성인이라도 어렵지 않겠는가?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 사시(四時)를 차례대로 따르게 하고 음양을 법도대로 조절하는 것은 훌륭한 재상이라도 어렵지 않겠는가?

(중략)일시의 절개로 만고의 강상(綱常)을 부지하는 것은 의로운 선비라도 어렵지 않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이것은 모두 나에게 있어 내가 진실로 내게 있는 것을 다 한다면 나는 반드시 그 어려움을 어렵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 가운데 공자가 계시고, 훌륭한 재상 가운데 주공(周公)이 계시고, 훌륭한 장군 가운데 방숙(方叔)이 있고, 효자 가운데 증삼(曾參)이 있고, 의사(義士) 가운데 백이(伯夷)가 있으니 이 분들은 모두 나를 다하신[盡我]’ 분들이다 공자 같은 성인께서도 과연 천지와 함께 그 덕을 합치하는 것을 어려워 하셨는가? 주공 같은 재상도 과연 사시를 순조롭게 하고 음양을 조절하는 것을 어려워 하셨는가? (중략)백이의 절개로도 과연 만고의 강상을 부지하는 것을 어려워했는가? 비록 그러하나 세상에는 또한 나 아닌 것이 있으니 나 아닌 것은 남이다. 무릇 덕(), (), (), ()은 진실로 내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그것을 다하여 공자가 되실 수 있었고, 주공과 방숙은 그것을 다하여 주공과 방숙이 될 수 있었고, 증삼과 백이는 그것을 다하여 증삼과 백이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이른바 때[]라는 것은 남에게 있지 내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끝내 지위를 얻지 못하셨고, (중략)백이는 말고삐를 부여잡고 한 간언을 이룰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내게 있는 것은 비록 아주 어렵더라도 능한 자는 어렵다 여기지 않고, 남에게 있는 것은 비록 아주 쉽더라도 성인도 끝내 쉽게 할 수 없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내게 있는 것을 다 하지 않고서 남에게 먼저 구하는 것, 이는 우리의 공통된 걱정거리 아닌가?

夫以莫微之人身也, 而能與莫高厚之天地合其德, 爲聖人不其難矣乎. 居宰輔之位而能使四時順其序, 陰陽調其度, 爲良相不其難矣乎? (中略)一時之節能扶萬古之綱常, 爲義士不其難矣乎? 雖然, 是皆在我, 我苟盡在我, 我未必不易其難. 是故, 聖人有孔子, 良相有周公, 良將有方叔, 孝子有曾參, 義士有伯夷, 是皆盡我者也. 孔子之聖, 果難與天地合其德乎. 周公之相, 果難順四時調陰陽乎. (中略)伯夷之節, 果難扶萬古綱常乎. 雖然, 世亦有不我者, 不我, 人也. 夫德也才也誠也節也, 是固在我者, 故孔子能盡之而爲孔子, 周公方叔能盡之而爲周公方叔, 曾參伯夷能盡之而爲曾參伯夷. 若夫所謂時也者, 在人非在我, 故孔子終於不得位 (中略)伯夷不能遂叩馬之諫. 是故, 在我者雖甚難, 能者不以爲難; 在人者雖甚易, 聖人亦終不能易之. 况凡人乎? 不盡其在我者, 而先求諸人, 此豈非吾人所通患者乎?(西歸遺藁4 5 與松京留守李令書)

 

 

인용문은 서귀가 개성유수 이시만(李時萬)에게 보낸 편지글의 일부이다. 서귀는 진아(盡我)’한 인물의 예로 성인 공자, 훌륭한 재상 주공, 훌륭한 장수 방숙, 효자 증삼, 의사(義士) 백이를 열거하면서 그들이 각자 성현으로 추앙 될 수 있었던 것은 에게 있는 덕(), (), (), ()을 모두 다 펼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편 서귀는 세상에는 아닌 이 있다고 하면서 그 예시로 []’를 들었다. 라고 하는 것은 에게 있지 않고 에게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에게 있는 것은 제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바로 의 것이기 때문에 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 이하 여러 성현도 이루지 못한 바가 있었다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로 논의를 이끈다. 그것은 에게 있는 것을 다 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에게 있는 것을 다 하려 하지 않고 에게 있는 것을 먼저 구하려 한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병통이다. 그러니 남에게 있는 것을 구하려 하지 말고 내가 할 도리를 다 해야 한다고, 다시 말하면 진아(盡我)’해야 한다고 서귀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의리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이다. ‘는 의리 시행의 주체이다. 여기서의 는 내게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이다. ‘는 의리 시행의 외적 조건이다. 의리는 기본적으로 실천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실천의 상황의 동반하는데 그 상황이 곧 이다. 의리는 이 와 만나 時宜로서 구체화되는데, 그런 점에서 는 의리의 실천에 있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귀의 경우를 놓고 보면 는 불의한 를 만났기 때문에 외재해 있는 를 따를 수 없고 에게 내재한 것을 따라야 했다. 그것이 서귀에게는 은거를 통한 盡我의 구현이었다..

 

그렇다면 서귀는 무엇을 통해 진아(盡我)’를 실천하였을까?

 

 

堯舜君民計自深 요순의 임금 백성 계책 절로 심원한데
如何身世此山林 어째서 이 신세는 이 산림에 들어왔나?
夷齊餓死非吾分 백이숙제 아사(餓死)한 건 내 분수가 아니요
靖節歸來得本心 도연명의 귀거래가 내 본심에 꼭 맞았네.
俯仰百年無愧怍 평생을 돌아보며 부끄러움 짓지 말고
棲遲一壑任行吟 골짝에 거처하며 읊조리길 맘껏 하리.
讀書不可要科目 독서는 과거 시험 바라서는 안 되니
須向彝倫仔細尋 모름지기 이륜(彛倫)을 자세히 살펴야지. 西歸遺稿4 4 偶吟眎諸生

 

 

이 작품은 출사를 단념한 뒤 전주에 은거하면서 가르치던 유생들에게 보인 시이다. 이 시에는 절의를 지키기 위해 서귀가 선택한 방법과 은거 이후 지향한 삶의 대개가 드러나 있다. 서귀는 함련에서 백이숙제의 아사(餓死)는 자신이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도연명의 귀거래가 자신에게 마땅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그의 문집을 살펴보면, 가령 정신없이 바쁜 행색 모두 생계 때문이니, 백이숙제 대현(大賢)임을 비로소 알겠노라[奔忙行色皆糊口, 始識夷齊是大賢. 西歸遺稿4 4 秋夜雨中歸來有感.]”백이숙제 아니니 곡기는 못 끊겠고, 풍년들어 술잔에 술이나 그득 했으면[不作夷齊難却食, 年豐願得酒盈杯. 西歸遺稿4 4 立春.]”과 같이 자신과 백이숙제를 비교하며 자신은 백이숙제처럼 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백이숙제가 죽음으로 절의를 지킨 것은 서귀로서는 감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서귀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였는가? 경련에 제시된 부끄러움 없는 삶과 매임 없는 유유자적한 삶이 서귀가 은거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 던 삶이었다. 그리고 미련에서처럼 서귀는 출세를 위한 독서가 아닌 인륜을 깨우치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자 하였다. 서귀는 이러한 자기 삶의 지향을 제자들에게 보임으로써 제자들을 참 공부의 길로 이끌고자 하였다. 이처럼 출사를 단념한 서귀는 자신이 마땅히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하는 교육[학문]과 수양을 통해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고자 하였다.

 

서귀가 제시한 진아(盡我)’ 정신은 성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귀 자신이 개념화한 독특한 용어이다. 맹자에 나온 진기(盡己)’가 비슷할 수 있겠는데, ‘진기(盡己)’()’가 보편적 본성의 담지자로서의 측면이 강한차미란, 위기지학 : 성리학의 인성교육론, 도덕교육연구301, 2018, 18.반면, ‘진아(盡我)’는 인용문에서 공자-, 주공-, 증삼-, 백이-으로 대칭시키며 각자가 가진 것을 다 할 때 공자가 공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한 것처럼 개별 존재의 가능성에 중심이 실려 있는 개념이다. 이런 점에서 서귀의 진아(盡我)’는 앞서 제시된 의리의 두 가지 양상[那忍當爲]을 포괄하는 동시에 의리 시행의 주체로서 를 명시함으로써 그 주체성과 개별적 가능성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귀의 문집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의리의 양상이 양사룡전의 핵심적인 의사와 긴밀하게 조응된다는 점이다. 앞서 본 대로 양사룡이 지금 나는 천한 사람이라 많은 재물을 가지고서 어려운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나의 가난이 심해서 할 수 없다면서 혹여 사람을 이롭게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아버지께 은혜만 입고 보답하지 않는 자식과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한 것은 배은(背恩)은 차마 할 수 없다는 나인(那忍)’의 자세와 연결되고, “그런데 내게는 남에게 은혜를 베풀 돈과 재물이 없고, 내게는 남에게 혜택을 줄 작위도 없으니 나는 다만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마땅히 하리라.”라고 다짐한 것은 당위소당(當爲所當)’의 정신과 연결된다. 또 아내와 함께 묵정밭 수십 이랑을 개간하여 오이를 정성껏 가꾸고 험한 고개를 넘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오 이를 나누어줌으로써 그들의 갈증을 풀어준 것은 하늘에 보은하기 위해 자신 이 할 도리를 마땅히 행하는 진아(盡我)’의 실천으로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양사룡전이 하늘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론을 도입부에 두고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그 관계를 강조하고 상기시켰던 것을 감안하면, 양사룡은 오이 재배와 나눔을 통해 하늘과의 의리를 지킨 사람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양사룡은 서귀가 현실에서 발견한 진아(盡我)’의 실천자라 할 수 있다.

 

 

 

 

인용

목차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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