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3년상과 1년상
17-21. 재아(宰我)가 여쭈었다: “삼년상은 만 일 년으로 줄여도 이미 충분히 오라고 할 것입니다. 군자가 삼 년 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가 반드시 무너지고, 삼 년 동안 악(樂)을 익히지 않으면 악이 반드시 망그러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다 없어지고 새 곡식이 무르익으며, 불씨 만드는 나무도 다 바뀌니, 일 년이면 그칠 만할 것입니다.” 17-21.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기간에 쌀밥 먹고 비단옷 입는 것이 너에게는 편안하냐?” 재아가 대답하였다: “편안하옵니다.”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曰: “安.”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네가 편안하면 그리해라! 대저 군자가 상(喪)에 거(居)하는 동안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입맛이 없으며,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아니 하며, 거처하는 것 그 자체가 편안치 아니 한 법이다. 그러므로 그리하는 것인데, 지금 네가 편안하다 하니 너 혼자 그리해라!” “女安則爲之!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 故不爲也. 今女安, 則爲之!” 재아가 밖으로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여(予: 재아의 이름) 그대는 참으로 불인(不仁)한 자로다! 자식이 태어나서 삼 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부모의 품을 벗어나게 된다. 대저 삼년상이란 온천하의 공통된 상례(喪禮)이거늘, 여, 저 녀석은 그 삼 년 동안 돌 아가신 부모에게조차 사랑을 아끼고 치사하게 살려고 한단 말인가?”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子生三年, 然後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
너무도 유명한 장이다. 재아는 3-21, 5-9에서 이미 충분히 소개가 된 인물! ‘주침(晝寢)’을 했다가 썩은 나무[朽木], 거름흙[糞土]으로 비유된 인물, 그러나 사과십철(四科十哲)에 자공과 함께 언어 꼽힌 수제자(11-2), 공문(孔門)의 ‘가롯 유다’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없으면 『논어』가 재미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재아가 제기한 문제는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실사안이다.
‘삼년상’이란 이미 춘추 당대의 일상적 삶에서조차 상식에서 벗어나는 비현실적인 상례였다. 재아의 ‘일년안’은 합리적인 발상이며, 공리주의(utilitarianism)적인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공자는 그러한 공리주의적 효율성을 여지없이 뭉개버린다.
후스(胡適)는 ‘삼년상’의 문제는 원래 은나라 전통이었으며, 바로 공자가 은나라의 종교의례의 집행자로서의 유(儒)의 전통을 대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삼년상’에 대하여 특별한 애착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하여튼 그러한 배경적 설명과는 무관하게 공자는 자기 나름대로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강렬한 논리를 편다. 지금 나는 이 장의 논의에 관하여 어떠한 편도 들 수가 없다. 양쪽에게 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여의 공리주의는 공자의 직(直)한 감정 속에서는 너무 매정한 것이다. 그리고 무리하게,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원적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그러한 보수적 전통은 고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입장이다. 네 마음이 편안하냐고 묻는 공자의 말씀에 편안하다고 거침없이 답변하는 재아의 태도에는 인간적인 성실성이나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 공자의 논리가 지금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모르겠으나 편의주의ㆍ효율성지상주의에만 빠져있는 오늘의 세태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장이다.
‘삼년상’은 정현(鄭玄)의 설에 의하면 27개월, 왕숙(王肅)의 설에 의하 면 25개월이다. ‘기(期)’는 만 일년이다. 마지막의 ‘애(愛)’는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을 아낀다’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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