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양능(良能)과 양지(良知)
7a-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배우지 아니 하고도 능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능(良能)이다. 사람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지(良知)이다. 7a-15. 孟子曰: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해제지동(孩提之童)【‘해(孩)’는 강보에 싸인 아이가 사람들이 웃기면 웃을 줄 안다는 뜻이다. 대개 2ㆍ3세 정도라고 조기와 주희가 주를 달았다. ‘제(提)’는 가슴에 안아준다는 뜻과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 간다는 두 뜻이 있다】이라도 그 부모를 사랑할 줄을 모르는 자는 없으며,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자기 형(兄)을 공경할 줄 모르는 자는 없다.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者;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가까운 육친을 친애하는 것이야말로 인(仁)이요, 나보다 나이 많은 사회적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아는 것이 의(義)이다. 이것은 별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과 의야말로 천하에 통달하는 품덕(品德)이기 때문이다.” 親親, 仁也; 敬長, 義也. 無他, 達之天下也.” |
여기서 말하는 양능(良能)과 양지(良知)의 사상은 후세에 왕수인(王守仁, 1472~1528)에 의하여 크게 진작되었다. 수인은 주희의 격물치지(格物致知)” 를 놓고 그 본의를 궁구하기 위하여 수행하던 중 37세 어느날 밤 홀연히 성인의 길은 오성 내부에 자족한 것이며, 그리고 외부사물에서 리(理)를 구하는 것은 오류라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결국 대인은 천지만물과 한 몸[一體]이 된 자이며 따라서 『대학』이 말하는 ‘명명덕(明明德)’이라는 것은 그 천지만물과 한 몸이 된 그 본연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내 몸이라는 본체(本體)에 이미 능한 것 이외에 증익(增益)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명덕(明德)의 본체가 바로 맹자가 말하는 양지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치지(致知)’는 오직 ‘치양지(致良知)’일 뿐이다. 내가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지를 확충(擴充)하고 실행(實行)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양지의 발견이야말로 ‘요순의 정전(堯舜之正傳)’이며 ‘공자의 심인(孔子之心印)’이라고 자부했다.
맹자의 철학사상에 양명이 말하는 심학적 측면이 분명히 있으나 양명은 너무 과도하게 그 일면을 확대해석했다. 양명의 양지의 사상이 주 자학의 주지주의적(intellectualistic) 엘리티즘의 성향을 거부하고 근세적 인간의 개체적 존엄성을 대변한 진취적 측면이 분명 있으나, 객관적 이법(理法)을 무시한 것은 오류에 속한다.
하여튼 근세유학의 발전이 모두 맹학(孟學)의 갈래라 말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모두 소경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이 그 일면만을 보아 왔다. 이제 맹학의 전모를 한국의 독자들은 깨우쳐 주기를 앙망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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