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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상 - 13. 지나가면 교화되고 머물면 신묘함이 깃든다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상 - 13. 지나가면 교화되고 머물면 신묘함이 깃든다

건방진방랑자 2022. 12. 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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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지나가면 교화되고 머물면 신묘함이 깃든다

 

 

7a-1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패자의 눈부신 공업(功業)을 누리고 있는 백성은 환희에 차있는 것처럼 보인다여기 쓰인 환우(驩虞)’환오(歡娛)’와 같다. 그러나 왕자(王者)의 은은하고 진실한 공업을 누리고 있는 백 성은 호호(皞皞)호호(皞皞)’호호(浩浩)’와 같고, 광대자득(廣大自得)한 모습이다하여 여유롭게 만족감을 느끼며 산다.
7a-13. 孟子曰: “霸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皞皞如也.
 
부득이하여 죽이더라도 원망하지 아니 하며,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어도 누구의 덕분이라는 것을 구차스럽게 따지지 않는다. 인민들은 매일매일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누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沃案: 노자17의 주제와 거의 동일하다. ‘공이 이루어지고 일이 다 되어도 백성들은 한결같이 일컬어 나 스스로 그러할 뿐이라고 하는 도다[공성사수(功成事遂) 백성개위아자연(百姓皆謂我自然)]!’ 유가와 도가를 분리시키는 관점은 매우 천박한 시각이다.
殺之而不怨, 利之而不庸, 民日遷善而不知爲之者.
 
대저 성왕(聖王)여기 쓰인 단어는 군자(君子)’인데 주희는 성인(聖人)’의 통칭이라 했다. 양 뿨쥔은 왕자(王者)’와는 구분되는 비정치적 맥락이 있다고 하나, 상하문맥으로 볼 때 여기 군자왕자(王者)’로 해석되어야 한다. 성왕(聖王)이다이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의 교화가 이루어지며, 그의 체취가 보존되는 곳마다 신적인 기운 이 감돌아, 위로는 하늘과 아래로는 땅과 더불어 그 덕이 한 몸이 되어 흐른다. 어찌 이러한 천지동류의 감화를, 패자들이 백성을 조금 도와주는 수준의 은공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夫君子所過者化, 所存者神, 上下與天地同流, 豈曰小補之哉?”

 

왕자의 덕과 패자의 덕을 비교하여, 왕자의 덕이 그 얼마나 외면적인 성과로써는 비교될 수도 없는 본질적인 우월성을 지니는 것인지를 논구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가 2a-3, 4b-16에도 논의되고 있다. 앞의 논 설에 비해 패자(霸者)’왕자(王者)’를 개념적으로 명료하게 대비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장은 사유가 매우 정리된 말년의 로기온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의 궁극에는 항상 노자적인 자연스러움이 끼어든다. 왕도 정치의 이상은 백성들이 누구의 은덕이라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너그러움과 자연스러움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자가 태백(泰伯)의 왕위양보를 칭송하여 지덕이라고 한 것이나(논어(論語)8-1), ()의 정치를 무위(無爲)’의 다스림이라고 한 것은(15-4) 명백히 유가의 정치적 이상 속에는 도가적 가치가 함장되어 있음을 말한 것이다. 기실 내가 후대의 유가ㆍ도가라는 개념을 써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된 것이나 후학들을 위한 방편적 설법임을 밝혀둔다. 윤리의 궁극에는 항상 윤리를 초월하거나, 윤리 그 자체가 해소되는 경지가 깃들어야 한다. ‘야훼(Yahweh)’와 같이 지독하게 인격화된 존재를 전제로 하는 윤리체계에서는 도가적 발상이 생겨나기 어렵다.

 

여기 소과자화(所過者化), 소존자신(所存者神)’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앞 구절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주희는 후자 즉 소존자신(所存者神)’에 관하여서는 성인 마음 내부의 보존상태에 관한 이야기로 보고 도학적 설명을 가하였다. 참으로 졸렬한 해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조선의 맹자해석은 주희 때문에 너무도 심한 왜곡을 거쳐온 것이다.

 

조기만 해도 존재차국(存在此國), 기화여신(其化如神)’이라 하여 성인이 그 나라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감화가 하느님의 감화와 같다라고 하였다. ‘소존자(所存者)’()’을 심적 내부의 문제로 본 것이 아니라 그냥 있다라는 뜻으로 푼 것이다. 그런데 주희는 바로 이 문장이 순자(荀子)』 「의병(議兵)편에 나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순자』 「의병(議兵)은 임무군(臨武君)이라는 초나라의 장군과 순자손경자(孫卿子)’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순경(荀卿)의 다른 이름이다가 조나라의 효성왕(孝成王) 앞에서 병법에 관한 토의를 하는 기나긴 대화자료인데 그 분량이 방대하다. 임무군은 손무(孫武)ㆍ오기(吳起)류의 권모세리(權謀埶利)를 활용하여 공탈변사(攻奪變詐) 지향하는 병법을 말하는 데 를 반하여, 순자는 그러한 공탈변사의 제후의 군대가 아닌 왕자의 뜻을 실현하는 인인지병(仁人之兵)의 병법을 펼친다. 그 외로도 제자 진효(陳囂), 이사(李斯)와의 대화를 포괄하고 있는 이 의병(議兵)편은 진실로 맹자의 인정(仁政) 사상을 응용한 병법이며 유가의 정통사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용병술의 체계적 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대화 한가운데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러므로 인자의 군대는 주둔하는 곳마다 신적 기운이 감돌고 지나가는 곳마다 감화가 이루어지니, 그것은 마치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도 같아 백성들이 열희(說喜)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故仁人之兵, 所存者神, 所過者化, 若時雨之降, 莫不說喜.

 

 

여기서는 소존(所存)’소과(所過)’ 앞에 나오고는 있지만 그 뜻은 명료하다. ‘소존(所存)’은 인자의 군대의 주둔상황이다.

 

마지막에 순자는 한 나라가 타국을 병합하는 방법에 삼술(三術)이 있다고 말한다: 1) [以德兼人] 2) 무력적 우위[以力兼人] 3) 경제적 우위[以富兼人] 그런데 덕으로 병합하면 왕자(王者)가 되고, 무력으로 병합하면 약자(弱者)가 되고, 돈으로 병합하면 빈자(貧者)가 된다고 갈파한다. 겸병(兼幷)은 쉬운 것이지만 겸병된 토지와 인민을 자기 것으로 안정시키는 견응(堅凝)은 너무도 어렵다고 말한다. 겸병만 하고 견응을 못하면 반드시 다시 빼앗긴다. 그러므로 왕자의 사업은 대응(大凝)’에 있다고 말한다. 하여튼 맹자의 패자ㆍ왕자의 논리가 순자에게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순자가 맹자를 비판하고 있다고 해서 순자의 학설이 맹자와 단절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견해이다. 전국 말기에 있어서 맹자의 영향이 얼마나 광범한 것이었는가 하는 것을 우리는 새롭게 규탐할 수 있다. 순자의병편은 유가의 병법으로서 꼭 한번 탐독해볼 만한 명논술이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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