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3. 지자(智者)ㆍ우자(愚者)는 인간세의 문제다
어쨌든 지자(知者), 우자(愚者)의 문제는 항상 인간세에 있는 문제라는 겁니다. 과(過), 지나치고, 불급(不及), 미치지 못해! 여기서 지자(知者), 우자(愚者) 문제는 물론 내가 말한 바이오로지칼(Biological, 생물학적)한 것이라기보다는 문명이라는 조건 속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명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행동방식을 살펴보면, 대개 지혜로운 자들은 익세시브 트렌드(Excessive trend, 과도한 경향)가 있고, 어리석은 자들은 인서피션트 트렌드(Insufficient trend, 부족한 경향)가 있다는 말이겠죠?
근데 도가(道家)는 여기에서 어느 쪽을 찬양했느냐 하면, 우(愚) 쪽으로 치우쳤어요. 노자의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것과 같다[大智若愚].’란 말이 기억납니까? 우(愚)를 유가(儒家)는 불급(不及)한 상태로 보았으나, 도가는(문명에 대한 안티테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완정(完整)한 걸로 보는 겁니다. 그니깐, 유가사상은 기본적으로 문명론적 철학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중용(中庸)은 유가 정통주의지! 그러기 때문에 중용(中庸)이란 것이 주자에게 아필된 거예요. 그럼 본문을 다시 풀어봅시다.
‘두지불명야(道之不明也, 따오즈뿌밍이에)’, 도(道)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탄식이죠?
‘아지지의(我知之矣, 워찌즈이)’, 왜 그런지 난 알아. “현명하다는 놈은 지나치고, 불초한 놈은 거기에 못 미치기 때문이지.”
4장의 문장은 하나의 중국적인 맛이 들어있는데, 문장을 나란히 병행시켰죠? 모든 문장의 레토릭에는 패러릴리즘(Parallelism, 대구법)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말 두 마리가 나란히 달리고 있는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해서, 이런 형태를 변문체(騈文體)라고 해요. 이것은 강조의 뜻도 있고, 반복의 뜻도 있고, 바리에이션(Variation, 차이) 등 여러 가지가 연결되는 테크닉입니다. 공자님 말씀이건 맹자(孟子)님 말씀이건 옛 성현들의 말에 담긴 레토릭의 다이네믹스(Dynamics, 역동성)는 대단합니다. 예수는 무식한 사람이래서 그랬는지 그 희랍어를 보면 이런 양식적 기교는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좀 더 진솔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도지불행야 아지지의 도지불명야 아지지의(道之不行也 我知之矣 道之不明也 我知之矣)’라는 변문(騈文)을 일단 내걸고 다음에 마무리 짓는 말이, 캬, 결정적인 말을 가지고 딱 쳐버리고 있죠? “현자과지 불초자불급야(賢者過之 不肖者不及也)” 여기 불초(不肖)에서 초(肖)는 ‘같다’는 의미인데. 아버지한테 자기를 불초소자(不肖小子)라고 말할 때, 이것은 “아버지와 같지 못한 부족한 저”라는 뜻이고, 일반적으로 말할 때는 ‘수준 미달’의 의미입니다. 어떤 문명적 의미의 준거(criteria)에 비춰 봤을 때, 평균 수준(average standard)에 못 미친다는 뜻이죠. 여러분들 ‘같지 않은 새끼’란 말 쓰지? 그게 불초(不肖)라는 의미예요. 비슷하지 않은 새끼가 비슷한 것처럼 폼 낸다고 할 때 쓰는 거죠. “그런 같지 않은 새끼는 못 미친다” 이 말이죠. 전에 말했다시피 중용(中庸)은 과불급(過不及)의 사태에 대한 다이내믹 이퀼리브리엄(Dynamic Equilibrium, 역동적 평형)이라고 했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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