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4. 불알과 혈액응고의 중용
불알이 체현화한 중용
그러면 더울 때는 어떻게 됩니까? 여기서, 쉽게 알 수 있는 남자의 불알고환(scrotum)의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왜 불알이 밖으로 나와 있는 줄 알아요? 여학생들은 더욱 궁금하시죠?
여자의 경우는 자궁(uterus)을 지나서 훨씬 안쪽에 난소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소염이 맹장염 같은 질병과 혼동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어쨌든 남자의 정자는 불알안의 세미니퍼러우스튜불(seminiferous tubules)이라는 세정관의 내벽의 기저막의 원시생식세포가 분열과정을 거쳐 성숙하여 되는 것인데, 그 체세포가 아닌 생식세포가 ‘분열(division)’되는 데 있어서 최적조건은 체온보다 낮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알이 몸통 밖에 달려 있는 거예요. 어떤 책에는 1℃가 낮아야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책에는 4℃가 낮아야 한다고 쓰여져 있는데 후자가 맞는 것 같아요(32℃유지). 이처럼 의학 책도 정확한 것 같지만 애매하거나 제각기 다른 때가 많아요.
그리고 여러분, 집에 가서 유심히 한 번 살펴보세요. 불알 두개가 딱 이렇게 (
) 평행(balance)을 이루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대개가 한 쪽이 (대개 왼쪽이) 쳐져있어요. (
) …….내 것을 보니까 거꾸로더라구요. (재생大笑) 여러분 왜 이런 줄 알아요? 두개가 평행으로 되어 있으면 걸어 다닐 때 마찰이 많이 되어서 온도가 올라가겠죠? 그렇게 되면 정자생성(spermatogenesis)에 문제가 생기니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불알은 한 쪽이 낮게 쳐지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또, 뜨뜻한데 앉아 있으면 불알이 축 늘어지죠? 남자들은 잘 알지? 그 이유는 불알을 몸통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동시에 표면적을 넓혀서 빨리 열을 방출하려는 까닭입니다. 그러다가 추워지면 가장 먼저 불알이 오그라들어서 몸통 쪽으로 딱 달라붙죠? 그래야 표면적을 빨리 줄여서 불필요한 열의 방출을 막지. 그니까 불알처럼 기맥힌 중용(中庸)이 없는 셈입니다. 이렇게 인체는 정교하게 디자인 되어있어요. 불알만 보더라도 이 정도인데 정신 같은 것에 그런 디자인이 없겠습니까?
그래서 땀이 난다, 몸을 떤다 하는 것은 36℃라는 몸의 지속성(constancy)를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여러 성분이 섭취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소화라는 작용에 의해 잘게 부숴지게 되죠. 그렇게 부숴진 것들이 글루코오스(glucose)니 아미노산(amino acid)이니 지방산(fatty acid)같은 연료들인데, 이것들이 체내로 흡수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연료들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몸의 컨스탄시를 유지하기 위한 열이 발생되는 겁니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더라도 엔진에서 분사된 휘발유를 태울 때 거기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차가 움직이는 거 아닙니까? 휘발유가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연료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포도 열의 문제입니다. 열이 공급되지 않으면 인체는 가동이 안 되서 죽습니다.
그래서 노자의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도(道)의 움직임은 항상 리터닝(Returning)하는 거다’라는 뜻이죠. 메타볼리즘(Metabolism, 신진대사)이라는 말은 희랍어로 ‘동(動, change, movement)’이라는 말예요. 반(反) 즉 ‘돈다’는 말은 카타볼리즘(catabolism, 이화작용, 散)과 아나볼리즘(anabolism, 동화작용, 聚)의 반복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몸이라는 거야말로 중용(中庸)의 구조입니다. 따라서 인체의 메카니즘은 물리적 측면이든 정신적 측면이든 모두 중용(中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의학의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를 말하는 것이죠.
피남과 응고, 그리고 중용
그런데 이게 깨지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면, 손에 상처가 나서 혈관이 파손되었을 때 이것은 파이프가 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동네 수도가 터지면 우리는 구청직원이나 시청직원을 불러 가지고 땜질해서 막는데, 인체는 바깥에서 불러올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인체의 파이프가 터졌을 경우에 사후 대책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그걸로 끝나는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관 안을 돌아다니는 피 자체에 응고 능력을 주었는데, 이것이 혈관 내를 흐르는 핼액자체에 구유되어있는 응집소(procoagulants)나 혈소판(platelet)같은 겁니다. 피브리노겐(fibrinogen)이 트롬빈(thrombin)이라는 단백효소에 의해 프브린 섬유(fibrin threads)로 전화되어 혈액의 응고를 형성하는 메카니즘은 생물학시간에 배웠을 거에요.
옛날에 흙벽을 바를 때 지푸라기를 섞어서 해야 잘 떨어지지 않고 제 모양이 갖춰지듯이, 인체를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섬유질입니다. 일단 빵구가 나면 혈소판과 백혈구가 그 부위로 집결합니다. 그래서 백혈구는 주위에 다른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쳐주고, 혈소판이 피를 응고시킬 시간을 제공해 주는 거죠.
그런데 더욱 중요한 점은 몸 자체에 구유되어 있는 사후 대처 능력은 반드시 양면성을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응고의 메커니즘(mechanism)만 발달되어 있다면 혈관이 즉시 꽉 막혀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인체에는 혈액 응고 작용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융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내가 인체의 구조에서 놀란 것이 말이죠, 처음부터 비상사태를 준비하고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몸 전체가 이런 식입니다. 인체는 결코 상황 상황에 대해 한쪽으로만 작용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 피자체가 응집소(procoagulants)와 반응집소(anticoagulants)의 발란스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피가 평소 응고 안 되고 흐른다는 것은 반응집소의 작용이 응집소의 작용에 대해 우세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혈관의 파열 등 외상이 생겼다는 것은 곧 응집소의 작용이 반응집소의 작용보다 우세한 환경을 형성한다는 뜻입니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응집소의 작용이 계속 우세하게 되는데 피브린이 형성된 후에도 피는 흐르기 때문에 응집소가 점차 제거되고 반응집소들이 곧 피브린 응집(clotting)을 다시 용해시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반응집소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헤파린, 유로키나제, 그리고 프라스민(plasmin) 즉, 피르리노라이신(fibrinolysin)과 같은 효소를 생각할 수 있겠죠. 이 얼마나 절묘하고 정교한 우주입니까?
고혈압, 저혈압, 당뇨병, 혈우병 등 모든 질병의 문제는 결국 이 양면성(dual aspect)이 한 쪽으로 치우칠 때 생겨나는 것이에요. 이것이 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란 말입니다. 이걸 모르고서는 인간을 논할 수가 없어요. 이처럼 인체는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feedback system)에 의해 중용(中庸)을 유지하는데, 이것을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라고 하고 물리학 용어로는 역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고 부르는 거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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