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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11장 - 3. 샤넬과 의상혁명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1장 - 3. 샤넬과 의상혁명

건방진방랑자 2021. 9. 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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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샤넬과 의상혁명

 

 

한복과 츠앙파오(長袍)

 

나는 비닐 같은 것 또는 나이론 섬유 같은 것으로 한복의 동정을 만들어서 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 동정은 목에 자꾸만 쓸려서 싫거든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꼭 면에다가 종이를 대어서, 집에서 만든 것을 달아 입습니다. 한복과는 다른 스타일로 목둘레가 퍼져있는 형태의 옷으로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츠앙파오(長袍)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두루마기를 별로 입지 않듯이, 실제로 중국에 가보면 입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청나라 오랑캐를 이야기할 때 기()자를 많이 쓰는데, 왜 그런가 하면 청()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만주이고, 만주는 원래 중국이 아닙니다. 북방의 여진족들이 원래 사냥을 많이 하니까, 사냥할 때 깃발을 가지고 서로를 구분하는 습관 때문에, 이 기()라는 말이 생겼어요. 그래서 만주 사람들을 기인(旗人)이라 하고, 그 옷을 치파오(旗袍)라고 합니다. 그 치파오가 중국 전역으로 퍼진 것이 츠앙파오죠. 츠앙파오를 비롯해서, 여러분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여자들이 입는 옷도 중국옷이 아니라 만주 옷입니다. 만주 사람들, 특히 기마병들이 입던 옷이기 때문에 이런 옷은 아주 간편해요. 명나라 때 입던 옷들이 우리 한복하고 비슷하죠.

 

 

 

샤넬의 의상혁명

 

지난 수요일 강의를 끝낸 후에 브레머(bremer)에 오래 있었는데, 그때 감기가 들어 지금 심하게 고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복을 안 입고 츠앙파오를 입고 나왔는데 참 편합니다. 나는 한복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아요. 문제가 있죠. 특히 한복에는 동정이 문제란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한복이라는 개념을 단일하게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조말까지 입던 옷들이 아주 다양합니다. 고구려 벽화에서 보듯이, 고구려 사람들은 지금의 한복과는 아주 다르게 안쪽 섶을 안으로 깊이 넣고 허리끈으로 묶어서 입었거든요.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면 고구려 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모든 의상을 한 번 입어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골고루 입어보는 과정에서 뭔가 새로운 의상혁명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이라는 것이 말이죠, 투피스로 쫙 잘라서 바지 형태로 입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20세기 의상혁명의 소산인데, 그 혁명의 주인공이 바로 샤넬입니다. 여러분들 샤넬 다 아시죠? 샤넬이라는 상표도 있는데, 의상혁명이 바로 샤넬혁명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는 지금 샤넬이 창안한 의상구조에 지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샤넬이라는 여자를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는 의상이라는 것이 모두 샤넬의 구조라는 걸 생각할 때 그럴 수 없죠. 샤넬이라는 여자 시대 이전의 유럽 옷들은 샤넬혁명 이후와는 다릅니다. 현대 의상은 기본적으로 샤넬로부터 온 것입니다.

 

 

 

포스트 샤넬 의상혁명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샤넬권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어요. 지금 의상에도 새로운 혁명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의상이라는 게 굉장히 간편하고 우리의 생활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사실은 지금 여러분이 앉는 형태나 이런 생활에는 바지나 스커트가 다 맞지 않습니다. 우선 샤넬이 디자인한 스트레이트 구조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바지를 입고 앉은뱅이 의자에 앉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작업복들은 괜찮지만 신사복들은 무릎팍이 툭 튀어나오게 되고 보기 싫게 되잖아요. 그런데 한복은 안 그렇죠. 한복은 앉아 있는 구조에 맞는 거란 말입니다. 여자 의상에서도 스커트를 입고 앉으려니까 불편하죠.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실생활과 매우 안 맞는 의상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자꾸 옷을 사 입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게 뭐냐면 근본적으로 안 맞으니까, 샤넬이 만든 구조 속에 여러분들의 습관이 완전히 들어가지를 않는 거죠. 자꾸만 옷이 불편하고. 불편하니까 갈아입게 되고. 지금 패션이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에게 정말 딱 맞는 패션, 한국 사람의 생활에 맞는 현대의 간편한 바지의 형태는 몸빼라는 것 하나 밖에 없어요. 그 형태에서 다시 생각해야 됩니다.

 

지금까지가 전부 의상혁명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이 츠앙파오도 간략하면서 괜찮아요. 품위도 있고. 생활하기에도 한복보다는 편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안 입는다는 거죠. 그래서 대만에 유학 갔을 때 이걸 입고 다니면, 대만 사람들이 나를 자기네 조상의 생활유습을 확실하게 실천하는 사람으로 알았을 정도니깐 말이예요. 현실적으로는 샤넬이 만든 20세기 의상혁명보다는 동양의 고전적 구조가 우리에게 맞긴 맞는데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맞는 구조를 가지고 새롭게 개변해서 의상혁명을 일으켜야지 그저 유행에 뒤좇아 다니는 그런 식으로는 곤란하단 말입니다. 의상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나에게 찾아오세요. 내가 힌트를 많이 줄 테니까. 앞으로 엄청난 떼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사장이 벌거벗고 나오는 광고를 때려대는 베네통을 위시하여 이태리 같은 나라는 아무 내용도 없으면서 디자인 하나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며 살지 않습니까?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서 눈을 떠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전부 남의 것을 베끼는 식 밖에 없거든요. 의상의 발전은 샤넬혁명을 뒤엎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이 점을 깊게 새겨두시고, 의상에 관심 있는 사람은 샤넬의 인생뿐만 아니라 작품세계를 구조적으로 연구해서 샤넬이 어떤 여자인지를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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