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떠서 쉬는 듯 사는 이의 이야기
부휴자전(浮休子傳)
성현(成俔)
浮休子者, 靑坡居士之自號也.
居士悃愊無華, 純謹質直, 不通關節於人, 不立權勢之途, 不預罇酒迎送之會, 不營家人生産作業. 得之則豊飱美服, 不以爲有餘, 麁衣惡食, 不以爲不足, 性又多勤, 樂觀經史.
或譏其迂, 居士曰: “我其迂哉? 我則迂於世, 而不迂於學, 迂於人所見, 而不迂於身所謀, 讀于經以治其心, 讀于史以資諸事業, 如斯而已矣, 我其迂哉?”
居士嗜作詩, 或譏其拙, 居士曰: “不然. 詩可以寓性情, 該物理, 驗風俗, 知善惡. 居則觸興抽思, 消遣歲月; 出則作爲雅頌, 黼黻王度, 豈徒嘲嘯而已哉? 世之機變於利而墻面於學者, 未是不迂, 而我則不迂也.”
居士喜皷琴, 或譏其放誕, 居士曰: “我非巧其音聲也, 所以諧律呂也, 非縱淫逸也, 所以成中和之德也, 非徒詠歌也, 所以蕩滌胸中邪穢之氣也, 此古君子所以無故不離於側之意也, 我其放誕乎哉?”
居士好探山水, 或譏其蕭散, 居士曰: “步涉園林, 所以成趣也, 時從漁釣, 所以謀野也, 是投一日之閑, 而成委蛇之樂也. 我其枕石潄流乎哉? 遺世獨立乎哉?”
或問修己之道, 居士曰: “澹而無營, 泊而無私, 窮而無歉, 困而無餒, 逍遙乎無思無勞, 優遊乎無譽無尤, 彷徨乎無欲無情, 希夷乎無是無非, 惚怳乎無形無象, 如此則幾乎道, 而入至人之域矣.”
或問自號之意, 居士曰: “生而寓乎世也若浮, 死而去乎世也若休. 高車駿馬, 襲圭組而行沙堤者, 軒冕之儻來寄也, 非吾之所有也. 收神斂息, 化形魄而就斧屋者, 是人之返眞也, 非吾之所免也. 內足以樂道而死生不亂於心, 則浮亦何榮? 休亦何傷? 吾師道也, 非慕外物也.” 或呿舌眴目而走.
乃作贊曰: “山之高 累羣塿而極乎天 水之深 集衆流而成乎淵 先生之道 聚諸善而成大全.” 『虛白堂集』 卷十三
▲ 성협의 풍속화 ‘탄금’.
해석
浮休子者, 靑坡居士之自號也.
부휴자(浮休子)는 청파거사(靑坡居士)의 자호다.
居士悃愊無華, 純謹質直, 不通關節於人, 不立權勢之途, 不預罇酒迎送之會, 不營家人生産作業.
거사는 성실하면서[悃愊]도 화려하지 않아 순수하고 근면하고 꾸미지 않고 올곧아 사람에게 뇌물 거래【관절(關節): 뇌물의 거래.】를 통하지 않고 권세의 길에 서지 않으며 맞이하거나 보내는 연회의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고 집사람의 살림살이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得之則豊飱美服, 不以爲有餘, 麁衣惡食, 不以爲不足, 性又多勤, 樂觀經史.
소득이 얻으면 풍성한 밥과 아름다운 옷도 남음이 있다고 여기지 않고 거친 옷과 나쁜 밥도 부족하다 여기지 않았으며 성품은 또한 매우 부지런해서 기꺼이 경전과 역사서를 보았다.
或譏其迂, 居士曰: “我其迂哉? 我則迂於世, 而不迂於學, 迂於人所見, 而不迂於身所謀, 讀于經以治其心, 讀于史以資諸事業, 如斯而已矣, 我其迂哉?”
혹자가 우활하다 비난하니 거사가 “내가 우활한가? 나는 세상엔 우활해도 배움엔 우활하지 않고 남의 보는 것에 우활해도 몸의 꾀하는 것엔 우활하지 않으며 경서를 읽어 마음을 다스리고 역사서를 읽어 사업에 힘입으니 이와 같을 뿐이니, 나는 우활하구나!”라고 말했다.
居士嗜作詩, 或譏其拙, 居士曰: “不然. 詩可以寓性情, 該物理, 驗風俗, 知善惡.
거사는 즐거이 시를 지으니 혹자가 졸작임을 비난하자 거사는 말했다. “그렇지 않다. 시는 성정을 붙이거나 사물의 이치를 담거나 풍속을 증험하거나 선악을 알 수가 있지.
居則觸興抽思, 消遣歲月; 出則作爲雅頌, 黼黻王度, 豈徒嘲嘯而已哉? 世之機變於利而墻面於學者, 未是不迂, 而我則不迂也.”
거하면서 흥에 닿는대로 생각을 밀어 세월을 보내고 나가선 아송(雅頌)을 지어 왕도를 돕는 것이니 어찌 다만 비웃을 뿐이겠는가? 세상이 이로움에 기미를 변하며 배움에 벽을 향하니 이것이 우활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고 나는 우활하지 않네.”
居士喜皷琴, 或譏其放誕, 居士曰: “我非巧其音聲也, 所以諧律呂也, 非縱淫逸也, 所以成中和之德也, 非徒詠歌也, 所以蕩滌胸中邪穢之氣也, 此古君子所以無故不離於側之意也, 我其放誕乎哉?”
거사가 기쁘게 거문고를 타자 혹자가 멋대로 연주되는 걸 비난하니 거사는 “나는 음성을 기교롭게 내려 한 게 아니라 음색에 맞도록 한 것이고 음탕하게 소일한 것 뿐만 아니라 중화(中和)의 덕을 완성한 것이며 읊조렸을 뿐만 아니라 가슴 속 더러운 기운을 씻어내려 했던 것이니 이것은 옛 군자가 까닭 없이 거문고의 곁을 떠나지 않은 뜻이니 나는 멋대로 연주한 것이라네.”라고 말했다.
居士好探山水, 或譏其蕭散, 居士曰: “步涉園林, 所以成趣也, 時從漁釣, 所以謀野也, 是投一日之閑, 而成委蛇之樂也. 我其枕石潄流乎哉? 遺世獨立乎哉?”
거사는 산수를 찾길 좋아하니 혹자는 쓸쓸하고 한산하다 비난하자 거사는 “동산과 수풀을 거닌 것은 성취하려 한 것이고 이따금 어부를 따라 낚시한 것은 들에서 계획한 것이니 이것은 하루의 한가로움을 던져 느긋한 즐거움을 성취한 것이지. 나는 돌을 베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할 것이리라. 세상에 남겨져 홀로 선 것이리라.”라고 말했다.
或問修己之道, 居士曰: “澹而無營, 泊而無私, 窮而無歉, 困而無餒, 逍遙乎無思無勞, 優遊乎無譽無尤, 彷徨乎無欲無情, 希夷乎無是無非, 惚怳乎無形無象, 如此則幾乎道, 而入至人之域矣.”
혹자가 자기의 도를 닦는 걸 물으니 거사는 “담담하여 경영치 않고 머물되 사적인 게 없으며 곤궁하되 탐하지 않고 곤궁하되 주리지 않으며 소요하되 생각도 수고도 없으며 넉넉하되 기름도 탓함도 없으며 방황하되 욕심도 정도 없고 희이(希夷)하되 옳고 그름도 없으며 홀황하되 형상도 없으니 이와 같다면 도에 가깝고 지인(至人)의 경지에 들어가리라.”라고 말했다.
或問自號之意, 居士曰: “生而寓乎世也若浮, 死而去乎世也若休.
혹자가 자호를 한 뜻을 묻자 거사는 말했다. “살아선 세상에 붙어살길 뜬 것 같고 죽어선 세상을 떠나길 쉬는 것 같지.
高車駿馬, 襲圭組而行沙堤者, 軒冕之儻來寄也, 非吾之所有也.
높은 수레와 빼어난 말로 벼슬길[圭組]에 들어가거나 모래언덕을 다니는 것은 고관이 별안간 와서 붙은 것이지 내 소유한 것이 아니라네.
收神斂息, 化形魄而就斧屋者, 是人之返眞也, 非吾之所免也.
정신을 거두고 숨을 거두어 형백(形魄)으로 변해 무덤[斧屋]에 나가는 것은 이것은 사람이 참으로 돌아간 것이지 내가 피할 게 아니지.
內足以樂道而死生不亂於心, 則浮亦何榮? 休亦何傷? 吾師道也, 非慕外物也.”
안팎으로 도를 즐겨 생사가 마음에서 어지럽히지 않으면 뜬 삶이라도 또한 무에 영화롭겠는가? 쉰다 해도 무에 상하겠는가? 나는 도를 스승삼는 것이지 외물을 사모한 게 아니라네.”
或呿舌眴目而走, 乃作贊曰: “山之高 累羣塿而極乎天 水之深 集衆流而成乎淵 先生之道 聚諸善而成大全.” 『虛白堂集』 卷十三
혹자가 혀를 차고 눈을 찡그리고 달아나니 이에 찬을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山之高 | 산의 높음이여 |
累羣塿而極乎天 | 뭇 언덕이 쌓여 하늘에 닿았고 |
水之深 | 물의 깊음이여 |
集衆流而成乎淵 | 뭇 물줄기 모여 못을 이루며 |
先生之道 | 선생의 도여 |
聚諸善而成大全 | 모든 선함을 모아 큰 온전함을 이루었네. |
인용
'한문놀이터 >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장군경업전林將軍慶業傳 - 宋子大全 (0) | 2019.05.26 |
---|---|
북창전北窓傳 - 柏谷集 (0) | 2019.05.20 |
김시습 - 문천상전(文天祥傳) (0) | 2019.05.20 |
매호공소전梅湖公小傳 - 梅湖遺稿小傳 (0) | 2019.05.19 |
성간 - 용부전(傭夫傳) (0) | 2019.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