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의 시냇가 정자의 기둥에 쓰다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조식(曺植)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 천 석 들이 저 큰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두드려도 소리 없네. |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 만고에 우뚝한 천왕봉 하늘이 울려도 울리질 않네. 『南冥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덕산 계정의 기둥에 쓴 것으로, 남명(南冥)의 높은 기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시이다.
십이만 근이나 되는 종은 매우 크기 때문에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거대한 종은 물론 남명 자신에 대한 비유이기도 함). 어찌하면 저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려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어떠한 상황에도 천석의 종처럼 의연함을 지키고 싶다는 자신의 이상을 의미함)?
이 시에 대해 『상촌잡록(象村雜錄)』에는 “조남명(曹南溟)의 이름은 식(植)이고, 자는 건중(楗中)이다. 절의(節義)를 숭상하여 천길 절벽(絶壁)에 선 듯한 기상이 있었다. 숨어 살고 벼슬하지 않았으며 문장을 짓는 데에도 기위(奇偉)하고 속되지 않았으니, ……와 같은 시는 시운(詩韻)이 호장(豪壯)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자부함도 얕지 않다[曺南溟名植 字楗中 尙節義 有壁立千仞之氣 隱遯不任 爲文章 亦奇偉不凡 如請看千石鍾 非大叩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不徒詩韻豪壯 亦自負不淺也].”라 평하고 있다.
그리고 『성호사설』에서는, “남명 조 선생은 과거를 거치지 않고 벼슬에 제수되었으나 곧 사퇴하였는데, 한낱 낮은 벼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병이 나서 급하므로 감사가 장계를 올려 아뢰자, 어의를 보내어 약을 가지고 가서 간호하게 하였고, 급기야 작고하자 특별한 예로 대사간(大司諫)을 증직하였다. 그를 예우함이 이토록 극진하였으니 한 세상을 풍동(風動)할 만하다. 진실로 그런 분이 아니었다면 또 어찌 이와 같은 일이 있었겠는가? 고인(古人)의 언행(言行)ㆍ인격(人格)을 논한 사람들이 모두 벽립만인(壁立萬仞,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예(賞譽)」에, ‘王公目太尉: “巖巖淸峙, 壁立千仞.”’이라는 것이 보임. 절벽이 만 길이나 된다는 뜻으로 즉 사람의 기개를 비유함)으로 공을 지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그의 「뇌룡명(雷龍銘)」ㆍ「계복명(鷄伏銘)」을 보고서 그 사람됨을 상상해 보았거니와, 또 그의 시에, ‘請看千石鍾 非大叩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이라 하였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역량과 기백인가? 비록 퇴계(退溪)의 일월춘풍(一月春風)【주광정(朱光庭)이 처음 정명도(程明道)에게 배우고 돌아와서 사람에게 말하기를, ‘한 달을 봄바람 속에 앉아 있었다’ 하였음】과는 비교해 논할 수 없겠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심섬(心瞻)이 저절로 부풀게 한다[曹南冥先生 不由科目拜官而辭退 不過一卑位也 然病劇道臣啓聞 遣御醫齎藥物徃護 及卒特贈大司諫 其禮崇重至 此足以風動一世也 苟非其人 又豈有是哉 尙論者莫不以壁立萬仞爲題目公 是也 余見其「雷龍」ㆍ「鷄伏」之銘想見其爲人 又嘗有詩云: ‘請看千石鍾, 非大叩無聲.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此何䓁力量氣魄 雖不可比論於退溪之一月春風 令人心膽爲之壯浪].”라는 평이 실려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22~32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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