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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산수(山水)의 미학(美學), 산수시(山水詩) - 7.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辨)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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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산수(山水)의 미학(美學), 산수시(山水詩) - 7.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辨)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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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萬物變遷無定態 만물이 변천함은 일정함이 없나니
一身閒適自隨時 한가로이 자적하며 때를 따라 사노라.
年來漸省經營力 근년 들어 사는 일은 돌보질 않고
長對靑山不賦詩 청산을 마주 보며 시도 짓질 않는다.

 

이언적(李彦迪)무위(無爲)란 작품이다. 소동파(蘇東坡)적벽부(赤壁賦)에서 대개 장차 그 변하는 것으로부터 본다면 천지는 일찍이 한 순간도 그대로 있지 못하고, 그 변치 않는 것으로부터 본다면 물()과 아()가 모두 다함이 없다[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고 했던가. 젊은 날 성취를 향한 집착과 작위하고 경영하던 마음을 훌훌 던져 버리고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겨 다만 일신(一身)의 한적(閒適)을 추구할 뿐이다. 청산은 말이 없으니 그를 보며 묵언(默言)의 마음을 배운다. 도학자의 구김 없는 마음자리가 잘 펼쳐져 있다. 낙천지명(樂天知命)의 높은 경계다.

 

윤선도(尹善道)의 시조 만흥(漫興)에 다음과 같은 작품이 있다.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몬내 됴하하노라.

 

 

술잔을 들다가 문득 먼 산이 새삼스럽게 시선에 잡힌다. 말없이 다가서는 그 품새는 마음속에 그리던 님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서 있는 듯 반갑다. 위 이언적의 시와 마찬가지로 활연(豁然)한 탈속(脫俗)의 경계를 맛보게 한다.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천 석 들이 저 큰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두드려도 소리 없네.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만고에 우뚝한 천왕봉 하늘이 울려도 울리질 않네.

 

남명(南溟) 조식(曺植)천왕봉(天王峰)이다. 큰 종은 거기에 맞는 공이가 있어야 한다. 젓가락으로 두드려 범종의 소리를 어찌 들을까. 큰 시루를 엎어 놓은 듯, 엄청난 종을 구름 위에 매달아 놓은 것처럼 천왕봉은 오늘도 만고상청(萬古常靑)의 자태로 언제나 거기 서 있다. 누가 저 종을 소리 나게 울릴 수 있으랴. 하늘이 천둥 번개로 공이 삼아 꽝꽝 울려 대도 산은 요지부동(搖之不動), 끄떡도 하지 않는다. 날마다 산기슭 정자에 앉아 산을 보며 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 산을 닮아간다. 산을 종으로 유비(類比)하여 바라본 발상도 재치 있거니와, 선비의 의연한 마음가짐이 범접할 수 없는 기상으로 압도해 온다.

 

百里無人響 山深但鳥啼 백리에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 산 깊어 들리느니 새 울음소리.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중 만나 앞길을 물어 보고는 중 가자 다시금 길을 잃었소.

 

강백년(姜栢年)금강도중(金剛途中)이다. ‘백리(百里)’라 했으니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길이 있겠고, 앞 쪽에는 나그네를 압도하며 금강의 봉우리들이 솟아 있겠다. 하루 종일 걸어도 아무도 만나지 못한 나그네는 자신의 걸음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반가운 중을 만나 갈 길을 거듭 확인했지만, 중이 가고 나자 길은 어느 새 사람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위 시로 그림을 그리려 할 때, 화면 속에는 시인만 그려야 옳을까, 아니면 지팡이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는 중과 그곳을 바라보는 나를 그려야 좋을까. 또 새 울음소리는 어떻게 그려 넣을까.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가어옹(假漁翁)과 뻐꾸기 은사

2. 가어옹(假漁翁)과 뻐꾸기 은사

3. 청산에 살으리랏다

4. 청산에 살으리랏다

5.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6.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7.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8. 들 늙은이의 말

9. 들 늙은이의 말

10.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11.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12.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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