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호당(湖堂): 독서당(讀書堂)의 별칭. 조선 시대에 문신(文臣)들에게 휴가를 주어 글을 읽게 하던 곳으로 세종 8년(1426)에 시작되었고, 그후 중종 10년(1515)에 동호(東湖) 북쪽 기슭, 즉 지금의 두모포(豆毛浦)에 창설하였는데, 이때부터 ‘호당’이라 일컬었다.】에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호당구호(湖堂口號)
박순(朴淳)
亂流經野入江沱 滴瀝猶存檻外柯
籬掛簑衣簷曬網 望中漁屋夕陽多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亂流經野入江沱 란류경야입강타 |
어지럽게 흘러 들판을 지나 강물로 들어가 |
滴瀝猶存檻外柯 적력유존함외가 |
물방울이 아직도 난간 밖 가지에 있네. |
籬掛簑衣簷曬網 리괘사의첨쇄망 |
울타리에 도롱이와 옷을 걸어두고 처마에 그물을 말리니 |
望中漁屋夕陽多 망중어옥석양다 |
바라보는 중에 어부집엔 석양빛 많다네.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호당에서 지은 노래로,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짜임으로 강가의 정경(情景)을 형상화하고 있다.
꼬불꼬불 어지럽게 흐르는 시냇물이 들판을 지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비가 온 뒤라 물방울이 아직도 난간 밖 나뭇가지에 방울방울 걸려 있다. 울타리에는 비 올 때 입었던 도롱이를 걸어 두어 말리고 있고, 처마 끝에는 그물을 걸어 말리고 있는데, 저 멀리 바라보니 어부의 집에 석양이 지고 있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박순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사암(思庵) 박순(朴淳)의 시에, ‘은파에 오래 젖어 이 마음 쉴 새 없이, 새벽닭 울자마자 조복(朝服)을 챙기누나. 강남의 들집이 봄풀에 파묻히니, 도리어 산승 고용하여 대숲을 지키라네’라 했으니, 아! 사대부로서 그 누군들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마는 한 치의 녹봉에 끌리어 고개를 숙이고 이 마음을 저버리는 자가 많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 한 번 탄식의 소리를 내게 하기에 족할 것이다[朴思庵詩 久沐恩波役此心 曉鷄聲裏載朝簪 江南野屋春蕪沒 却倩山僧護竹林 嗚呼 士大夫孰無欲退之志 而低回寸祿 負此心者多矣 讀此詩 足一興嘅].”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67~36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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