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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한글역주, 서장 - 메시아 비밀 본문

고전/성경

도마복음한글역주, 서장 - 메시아 비밀

건방진방랑자 2023. 3. 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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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아 비밀

내가 메시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마가복음이 공관복음서 중에서 가장 오리지날한 성격의 문헌이라는 것은 20세기 성서학자는 거개(擧皆)가 다 인정한다. 그런데 마가복음의 기술 중에 아주 이상한 장면이 계속 반복해서 나타난다. 예수가 이적을 행하거나 귀신을 내쫓을 때나 변방을 다닐 때 항상 구차스럽게 자기본색을 감추게 해달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예수 자신의 이러한 메시아 감춤을 브레데는 메시아 비밀이라고 불렀다. 이 비밀을 캐는 브레데의 학구적 노력이 양식사학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개척하였던 것이다.

 

 

20세기 신학계에 여러 측면에서 가장 심원한 영향을 끼친 거목 불트만(Rudolf Karl Bultmann, 1884~1976)의 거대한 연구에 선행하여, 양식비평(form criticism, Formgeschichte)이나 편집비평(redaction criticism)의 선구적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획기적 업적을 남긴 신학자가 한 명 있었다. 브레데(William Wrede, 1859~1906)1859510일 하노버의 뷔켄(Bücken)에서 태어났다.

 

목사생활(1887~89)을 하다가 괴팅겐대학에서 신약학 사강사(Privatdozent) 노릇을 했고 1893년에는 브레스라우(Breslau) 대학에서 조교수가 되었다. 1896년에 정교수가 되었고, 교수직을 수행중에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다. 죽기 5년 전인 1901, 그는 향후 신학계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지우는(traend-setting) 걸작을 내었다.

William Wrede. Das Messiasgeheimnis in den Evangelien: Zugleich ein Beitrag zum Verständnis des Markusevangeliums.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01.

 

1901년에 초판이 나왔고 1913년에 재판이 나왔으며 1963년에 제3판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1971년에 그라이크에 의하여 영역되었다(J. C. G. Greig tr. William Wrede. The Messianic Secret. Cambridge and London: James Clarke & Co., 1971).

 

1·2차세계대전 중에 침묵을 지키다가 60년대에 다시 3판이 나오고, 70년 대에 영역되는 출판의 역사만 보아도 이 책의 래디칼한 성격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1세기가 지난 지금 정독해 보아도 그 문체와 논리의 싱싱함이 꼭 최근에 나온 치열한 문헌비평서 같다는 충격을 던져준다. 브레데는 역사적 예수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요한복음서는 부차적 자료일 뿐이며, 공관복음서야말로 일차자료라고 본다. 그런데 공관복음서 중에서도 마가복음이야말로 예수생애의 원형을 제공한 최초의 전기(轉機)였다는 마가복음 우위설(Markan priority)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마가자료는 예수생애의 역사가 아니라, 초기교회공동체의 신학화(theologising)의 역사일 뿐이라는 가설을 과감하게 내세운다. 그의 예수의 생애 위에 건설된 예수의 갈릴리사역을 역사적으로 구성케 하는 자료로서의 마가의 객관성을 부정한다. 그리고 기독교의 연구는 예수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실증사학이 아니라, 종교사학(Religionsgeschichte)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타 종교를 분석하는 것과 똑같은 인문과학적 비판적 방법론에 의하여 초기공동체의 신학적 입장을 분석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서 그가 마가복음 자료에서 주목한 문헌적 특징이 바로 메시아 비밀이라는 것이다. 마가복음 초장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예수께서 각색 병든 많은 사람을 고치시며 많은 귀신을 내어 쫓으시되 귀신이 자기를 알므로 그 말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시니라. (1:34. cf. 1:23-25, 3:11-12, 5:2-19, 9:20).

 

 

무당이 무당을 제일 잘 알아보는 법이다. 예수가 메시아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가장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은 다름아닌 귀신들이다. 예수는 그 귀신들을 제압하고 내쫓으면서도 바로 그 귀신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곁들이는 것이다.

 

 

문둥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하여진지라 가라사대 삼가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말고, (1:42)

 

 

예수는 이적을 행한 후에도 그 권능의 역사를 남에게 숨길 것을 강력히 당사자들에게 지시한다(1:43~45, 5:43, 7:36, 8:26). 뿐만 아니라,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그리스도로서 고백하자, 예수는 베드로에게 자기가 그리스도임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8:30). 그리고 변모산에서 변형(Transfiguration)하여 신적 현상을 드러냈을 때도(the revelation of Jesus' divine nature)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경고한다(9:9). 두로 지경을 갈 때에도 남에게 모르게 가려고 하며(7:26), 갈릴리를 지날 때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9:30). 그리고 주변의 타인들이 예수의 비밀을 지키려고 야단칠 때도 있다.(10:47~48). 그리고 예수가 비유로 말하는 것도 제자외의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4:10~13, 33~34).

 

우리가 성경(성스러운 문헌)이라는 편견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이러한 기술을 살펴볼 때, 예수의 언행은 참으로 유치하고 쪼잔하고 구질구질하게 보인다. 자기가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며 이 세상을 구원하는 구세주라고 한다면 정정당당히 권능을 행하고 떳떳하게 그것을 타인에게 밝힐 것이지, 뭘 그것을 구차스럽게 숨기려 한단 말인가? 중용20에도 이런 말이 있다. ‘행하지 않을 수는 있으니, 일단 행할진댄, 떳떳치 아니하면 놓지 말아야 할지니[有弗行, 行之, 弗篤, 弗措也].’뭘 그렇게 자기가 메시아라는 것을 스스로 숨기려고 노력하면서 또 메시아의 권능을 행하고 다닌단 말인가?

 

브레데는 아무래도 이러한 마가의 기술은 예수의 생애에 관한 보고일 수가 없다고 단정한다. 그것은 AD 70년경 초기마가기독교공동체의 신학적 입장을 대변하는 모종의 비역사적(unhistorical) 신학적 장치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 예수자신의 메시아숨김(the Self-Concealment of the Messiah)은 하나의 단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곧 인자가 죽은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9:9)이라는 단서이다. 이 말 속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부활이 곧 메시아의 입증이므로, 부활이라는 사건 이후에는 예수의 메시아됨이 스스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숨겨져 있는 신학적 입장은 예수의 메시아됨은 부활이라는 사건으로 결정적인 사태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브레데는 마가가 수집한 원자료에는 살아있는 예수 스스로 전혀 메시아라는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살아있는 인간적 예수는 결코 메시아가 아니었다. 스스로 그러한 클레임(claim)을 배제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단은 예수를 메시아로서 숭상했다. 불트만이 말한 대로 교회는 종말론적 회중(Eschatological Congregation)이었다. 그러나 교단도 최초의 형성시기에는, 예수가 생전에는 메시아가 아니었으며 부활로 인하여 메시아가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메시아가 아니었던 사람이 갑자기 죽고나서 메시아가 된다는 사태는 여러모로 모순을 내포하게 된다. 그러기에 점차 메시아신앙은 생전의 예수에게로 투영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생전의 예수도 메시아로서 묘사되기에 이른 것이다. 마가라는 복음서 작가는 바로 이 메시아신앙의 두 단계의 과도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따라서 두 단계의 관념의 긴장관계가 병존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긴장관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에게는 구차스럽게 보이는 메시아비밀의 표상을 제출했던 것이다. 예수는 이미 생전부터 메시아였지만, 사람들에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부활의 때까지는 그것을 비밀로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브레데의 놀라운 분석이 20세기의 양식사학이라는 새로운 거대 물줄기를 개벽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도마복음의 서장이 말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말씀들(the secret sayings)’에 관한 것이다.

 

 

 제51편 사진 설명에서 인류 최초의 기독교 수행승 폴의 이야기를 했지만, 폴은 항상 안토니(Anthony, 251~356)와 같이 언급된다. 폴은 안토니보다 약 20세 연상이다. 안토니 생애에 관해서는 아타나시우스가 전기를 썼다. 폴과 안토니는 같은 시기에 아라비아사막에서 고독한 수행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알지 못했다. AD 343년 어느 날 안토니는 이미 90년 이상을 한 동굴에서 수행하던 폴의 비젼을 보고 그를 찾아가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까마귀가 빵 하나 전체를 물어다 놓았다. 폴은 말했다: “지난 60년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까마귀가 빵 반 쪽을 가져다 놓았죠. 오늘은 당신이 오셨다고 주님께서 주님의 사도 두 사람 분량의 양식을 보내셨군요.” 온전한 빵 한 개를 까마귀가 물고오는 이 장면은 콥틱기독교 성화의 가장 유명한 테마이다. 초기기독교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왼쪽이 안토니, 오른쪽이 폴이다. 안토니수도원 안토니지성소의 벽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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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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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주제상관도표

기독교성서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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