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읊조리며
우부(又賦)
김창협(金昌協)
蒹葭岸岸露華盈 篷屋秋風一夜生
臥溯淸江三十里 月明柔櫓夢中聲
一年一度中秋月 無雨無雲此夜晴
好放扁舟江闊處 柁樓看到打三更 『農巖集』 卷之三
해석
蒹葭岸岸露華盈 겸가안안로화영 |
갈대 언덕마다 이슬 빛남이 가득해 |
篷屋秋風一夜生 봉옥추풍일야생 |
거룻배 지붕에 가을바람이 밤 내내 부네. |
臥溯淸江三十里 와소청강삼십리 |
누워 맑은 강 30리를 거슬러 |
月明柔櫓夢中聲 월명유로몽중성 |
밝은 달에 부드러운 노젓는 소리 꿈 속 소리인 듯하여라. |
一年一度中秋月 일년일도중추월 |
1년에 한 번 있는 한가위 달 뜬 밤에 |
無雨無雲此夜晴 무우무운차야청 |
비도 없고 구름도 없어 오늘 밤 개었어라. |
好放扁舟江闊處 호방편주강활처 |
조각배가 강 트인 곳에 멋대로 띄워 |
柁樓看到打三更 타루간도타삼경 |
타루에서 삼경에 북치는 소리 듣네. 『農巖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1688년, 그의 나이 38살에 청풍부사(淸風府使)로 재임하던 시절, 남한강을 기행(紀行)하면서 지은 시이다.
김창협의 900수의 한시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산수기행시(山水紀行詩)이다. 17세기에 김창협(金昌協)ㆍ김창흡(金昌翕) 형제가 이하곤(李夏坤)ㆍ홍세태(洪世泰) 같은 발군의 시인들의 호응 아래 주도적으로 전개했던 백악시단(白嶽詩壇)의 진시운동(眞詩運動)은 조선 후기에 있어 가장 빛나는 문학운동이었다. 그들은 ‘성정(性情)의 발로에 따라 시를 써야 한다는 유가(儒家)의 상식을 뛰어넘어’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자연, 인물, 풍속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에게는 대상 그 자체가 중요할 뿐, 계획된 의도나 꾸밈과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형(形)과 신(神)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세계를 이상적인 경지로 생각했다. 당시 문단의 속상(俗尙)을 거부하고 진정한 ‘조선시(朝鮮詩)’를 향해 끊임없이 실험을 계속했으며, 그 정점에 바로 김창협의 산수기행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김성언, 「농암 김창협의 삶과 시).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우연히 여러 선생의 절구(絶句) 가운데 독송할 만한 것을 생각하였다. …… 김농암(金農巖) 선생의 「강행(江行)」시에 …… [偶思諸先生絶句可誦者 …… 金農巖先生江行……].”라 하여, 이 시를 독송할 만한 절구시(絶句詩)로 꼽고 있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당시 유행하던 ‘생호곡사농암(生壺谷死農巖)’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문장을 말하는 자들이 걸핏하면 ‘산 호곡 죽은 농암’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그 문집을 가져다 보니 참으로 그러하였다[譚文者動稱生壺谷死農巖 後就其文集而觀之 儘然].”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43~24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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