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건너 용만성을 고개 돌려 바라보며
도압록강회망용만성(渡鴨綠江回望龍灣城)
박지원(朴趾源)
孤城如掌雨紛紛 蘆荻茫茫塞日曛
征馬嘶連雙吹角 鄕山渲入萬重雲
龍灣軍吏沙頭返 鴨綠禽魚水際分
家國音書從此斷 不堪回首入無垠 『燕巖集』 卷之四
해석
孤城如掌雨紛紛 고성여장우분분 |
외로운 성은 손 같아 비 어지럽게 흩날리고 |
蘆荻茫茫塞日曛 로적망망새일훈 |
갈대와 억새 아득해 변방의 해 흐릿하네. |
征馬嘶連雙吹角 정마시련쌍취각 |
나가던 말 울자 쌍쌍이 뿔나팔 부는 것에 연이어지네. |
鄕山渲入萬重雲 향산선입만중운 |
고향 산 바람 불자 만겹 구름으로 들어가네. |
龍灣軍吏沙頭返 룡만군리사두반 |
용만의 병사와 관리는 모래 어귀에서 돌아오고 |
鴨綠禽魚水際分 압록금어수제분 |
압록강의 새와 물고기는 물 근처에서 갈라지네. |
家國音書從此斷 가국음서종차단 |
집과 나라의 편지는 이로부터 끊겨 |
不堪回首入無垠 불감회수입무은 |
머리 돌려 무한한 경계 들어가질 못하겠네. 『燕巖集』 卷之四 |
해설
이 시는 압록강을 건너 용만성을 돌아보며 중국땅에 처음 들어섰을 때 지은 시이다.
압록강을 건너 두고 온 고국의 손바닥만 한 외로운 용만성은 비가 내려 빗발이 어지럽고, 압록강 이편에는 갈대 억새가 아득하고 변방 해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어스름하다. 사신의 행차를 알리는 쌍나팔 소리 속에 길을 나선 말이 연이어 울고, 만 겹으로 쌓인 구름 속으로 고향 산은 점점 희미해진다(청각과 시각의 대비를 이루고 있음). 압록강까지 호위하던 용만의 군리들은 임무가 끝나 모래톱에서 돌아가고, 압록강의 새와 물고기도 물 사이에서 나눠진다. 이제부터는 중국이라 집과 나라 소식 담은 편지가 끊어질 것이니, 차마 머리 돌려 끝없는 저 벌판으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겠다.
하겸진(河謙鎭)의 『동시화(東詩話)』에, “그러나 (율시를 좀처럼 짓지 않는 燕巖이 律詩를 짓자 楚亭이 축하하는 시를 지었지만) 초정이 「송윤부사지연」이란 시에서, ‘이적이 일찍이 도호부를 열었던 곳에 가을은 황량하기만 하고, 전주가 옛날 숨었던 산에 눈이 뒤덮여 있네.’라고 한 것은 바로 연암이 요양을 가는 도중에 지은 시 가운데, ‘이적이 일찍이 도호부를 열었던 곳에 나무가 이어져 있고, 동명왕이 옛날 살던 궁궐에 구름이 뒤덮였네.’라는 구절을 답습한 것이다. 이로 보건대 초정은 율시조차도 연암에 매우 크게 미치지 못한다[然楚亭送尹副使之燕詩曰 秋荒李勣曾開府 雪壓田疇舊隱山 乃襲用燕嚴遼陽道中詩 樹連李勣曾開府 雲壓東明舊駐宮之句 此見楚亭 雖律詩 亦不及燕巖遠甚)]”라 하여, 연암이 시에서도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84~29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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