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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 이야기 - 3. 청춘을 길러내는 변산공동체학교이길 바라다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변산공동체학교 이야기 - 3. 청춘을 길러내는 변산공동체학교이길 바라다

건방진방랑자 2019. 6. 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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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춘을 길러내는 변산공동체학교이길 바라다

 

그런데 아무리 변산공동체학교가 남다른 학교라고해도 완벽한 곳은 아니다.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삐걱거리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해주지 못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에 대해

 

과연 변산공동체학교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학교 교육 체제 속에서 자라면서 겪는 가장 큰 손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유치원 교육에서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제도 교육 기관은 아이들이 제힘으로 자기 적성과 취미, 그리고 삶의 리듬에 맞추어 시간을 통제하고 조절할 기회를 조직적으로 빼앗습니다. 어떤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그리고 싶어 하지만 끝나는 종이 울리면 붓을 놓아야 합니다. 그 다음 시간은 수학 시간인데 이 아이는 수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50분이나 이어지는 수업 시간 동안 대부분 한눈을 팔거나 딴전을 피우면서 때웁니다. 이렇게 학교에 가서 마칠 때까지 다른 사람이 조각조각 빈틈없이 짜 놓은 시간의 틀에 맞추어 10년 넘게 살다 보면 아이의 지적 능력도, 감수성도, 행동 양식도 모두 기계처럼 되어 무엇인가 저 나름으로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보리출판사, pp 42

 

 

학생의 개인 능력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이나 촘촘히 짜인 시간표 때문에 수동적인 인간이 된다는 비판은 적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도권 교육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되, 좋은 점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유용한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제도권 교육의 장점은 어떤 지식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에 확실하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 필요한 지식 중에 어떤 것은 강의식 수업을 통해서 전해주는 게 더 효율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것을 가르칠지 교사ㆍ학생ㆍ학부모가 모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정보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제도권 교육이 이론 교육만을 중시하여 폐해를 키워왔으니, 대안 교육은 반대의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작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래서 타당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정보 교육 자체를 너무 홀대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학벌 사회이기 때문에 정보 교육을 강화하자는 얘긴 아니다. 단지 앎과 삶이 일치되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앎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빈민가에서 인문교육을 했던 얼 쇼리스Earl Shorris의 이야기는 참고해볼만 하다. 학문이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계에 오르기까지 많이 연구한 사람의 도움닫기도 필요한 법이다. 생각하는 방법, 고민하는 법을 배운 사람만이 다른 삶을 생각해볼 수 있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

 

 

(가난하고 소외되어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여기서 인문학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여유와, 절실함, 모두의 문제이다. 만약 당신이 다르게 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거나 갖고 싶다면, 만약 당신이 지금과 다르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당신은 인문학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추방과 탈주pp 148

 

 

위 글에서는 인문학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걸 정보교육이라고 바꾸어도 무방하다. 앎과 삶이 일치될 때, 모든 지식은 인문학적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를 모집하여 제대로 된 정보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의 의식이 자라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적으면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사고가 경직될 수도 있다.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는 같이 공부하고 놀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변산공동체학교에는 변산에서 농사짓는 집 아이들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니 가뜩이나 사람도 없는 농촌에서 변산공동체학교에 오는 아이들 수가 적을 수밖에. -105

 

 

변산공동체학교는 보통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그러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학생을 전국적으로 모집하여 정원을 늘리거나(실제로 2009년엔 전국적으로 30명을 모집했다고 한다), 계절학교를 다른 대안학교와 함께 실시하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장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 변산공동체학교만의 기치가 흐려질 위험도 있고, 다른 대안학교와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에게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는 의미에서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넷째, 경험의 범위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사람은 하나의 가치만으로 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관점을 경험해 보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 곳은 도시생활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오로지 농촌문화, 농촌적 가치만을 가르치려 한다. 아무리 좋은 가치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깨달음 없이 그것만을 강요받을 때 사람은 수동적인 인간이 되기 쉽다. 도시적 삶도 살아보고, 피상적으로 관계 맺는 것도 경험해 보며, 서열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도 경험해 보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 또한 세상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목표는 온실 속의 화초를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기 위한 것이기에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변산공동체학교가 자리잡아 가는 모습.  

 

 

 

청춘이 청춘을 기르는 교육 공동체를 꿈꾸며

 

나는 교육이란 청춘이 청춘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 또한 어느 지식 체계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변해야 하고 학생 또한 기존 지식 체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길을 고민하며 변해가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함께 길을 나서기 때문에 스승이자 벗인 관계師友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언제고 청춘이 되어야 하며, 학생도 청춘의 파릇파릇한 열정을 지녀야 한다. 교육을 이런 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제도권 교육은 늙은이애늙은이를 키워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제도권 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훈육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변산공동체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비록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교육의 정신이 제대로 이해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 학교가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의 청춘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이 학교를 이끄는 사람들의 청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의 합치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도 이 학교가 더욱 발전하여 자기 앞가림 할 힘함께 살 힘을 두루 갖춘 청춘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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