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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버들을 꺾는 뜻은, 한시(漢詩)의 정운미(情韻味) - 6.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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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버들을 꺾는 뜻은, 한시(漢詩)의 정운미(情韻味) - 6.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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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버려진 신세=가을부채

 

가을 부채가 버림 받은 여인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것은, 한 나라 때 반첩여(班婕妤)가 지은 원가행(怨歌行)이란 작품 때문이다.

 

新裂齊紈素 鮮潔如霜雪 제나라 고운 비단 새로 자르니 깨끗하기 마치 눈 서리 같구나.
裁爲合歡扇 團團似明月 말라서 합환선을 만들었는데 밝은 달 모습처럼 둥그렇구나.
出入君懷袖 動搖微風發 님께서 출입할 제 손에 들고서 흔들흔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네.
常恐秋節至 凉飇奪炎熱 언제나 근심키는 가을이 와서 싸늘한 바람이 무더위 앗아가면,
棄捐篋笥中 恩情中道絶 고리 속에 깊숙히 내던져 져서 사랑하심 중도에 끊어질까 함일세.

 

제나라의 질 좋은 흰 비단을 잘 말라서 둥근 합환선(合歡扇)을 만들었다. 이를 님께 드리니 님은 늘 품 속에 지니시며 더울 때마다 부치신다. 그러나 혹 가을이 되어 더위가 수그러들면 님께서 이를 버리시지나 않을까 하는 근심이다.

 

이밖에 왕창령(王昌齡)서궁추원(西宮秋怨)에서 누가 울음 삼키며 가을 부채로 얼굴 가리고, 허전히 걸린 달빛 아래 임금을 기다리나[誰分含啼掩秋扇, 空懸明月待君王].”라 하였고, 당나라 때 어느 궁녀는 제낙원오엽상(題洛苑梧葉上), 즉 낙양(洛陽) 궁원(宮苑) 오동잎 위에다 쓴 시에서 묵은 총애는 가을 부채를 슬퍼하고, 새로운 은총은 이른 봄에 부치었네[舊寵悲秋扇, 新恩寄早春].”라 하여 잊혀진 자신과, 새로 총애 받는 여인을 대비하여 노래하였다. 유운(劉雲)은 또 반첩여(班婕妤)에서 임금 은혜는 볼 수 없으니, 첩의 신세 가을 부채만도 못해요. 가을 부채는 오히려 다시 찾을 날 있겠지만, 첩의 몸은 영영 잊혀 졌으니[君恩不可見, 妾豈如秋扇. 秋扇尙有時, 妾身永微賤].”라고 하였다. 모두 추선(秋扇)’ 즉 가을 부채를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에 견준 예들이다.

 

莫道當時恩愛多 그때에 괴임 받음 말하지 마오
秋來零落似殘荷 가을 들어 영락하니 시든 연잎 같구려.
滿庭霜露寒如許 뜰 가득한 서리 이슬 칩기가 이러한데
縱有淸風可奈何 맑은 바람 있다 한들 어찌 하리오.

 

권벽(權擘)제추선(題秋扇)이다. 가을 부채가 갖는 정운의를 십분 활용하였다. 그러나 행간에 담긴 뜻은 염정이 아니라 풍자다. 지금은 서리 이슬 내리는 추운 가을날이다. 설사 맑은 바람을 지녔다 한들 쓸 데가 없는 것이다. 서리 맞아 시든 연잎 같은 한 때의 은애(恩愛)는 말하지 말라. 인간의 부귀영화도 그렇듯 하릴없는 것이다.

 

우리 고려가요 동동(動動)에 보면, “유월(六月)ㅅ 보로매 아으 별해 바룐 빗 다호라 도라 보실 니믈 젹곰 좃니노이다 아으 동동(動動)다리.”라 한 것이 있다. 머리를 많이 빗어 이빨이 빠진 빗, 쓸모없어 버린 그 빗처럼 님이 나를 버리셔도, 나는 님이 나를 돌아보실 때까지 언제나 따르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 부채만이 버림 받은 여인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남포(南浦)의 비밀

2. 남포(南浦)의 비밀

3. 버들을 꺾는 마음

4. 버들을 꺾는 마음

5.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6.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7. 난간에 기대어

8. 난간에 기대어

9. 저물녘의 피리 소리

10. 이해 못할 국화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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