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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버들을 꺾는 뜻은, 한시(漢詩)의 정운미(情韻味) - 2. 남포(南浦)의 비밀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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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버들을 꺾는 뜻은, 한시(漢詩)의 정운미(情韻味) - 2. 남포(南浦)의 비밀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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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포(南浦)의 비밀

 

 

송인(送人) 감상

 

다시 로 돌아가 보자. 1구에서는 비가 개이자 긴 둑에 풀빛이 곱다고 했다. 겨우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긴 둑에 봄비가 내리자, 그 아래 어느새 파릇파릇 돋아난 봄풀이 마치 갑자기 땅을 헤집고 나온 것처럼 제 빛을 찾았던 것이다. 지루했던 겨울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 내리는 봄비를 맞는 마음은 설레이는 흥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이제 막 생명이 약동하는 봄을 맞이하면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으니, 그 처창(悽愴)한 심정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김동환은 강이 풀리면에서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님도 탔겠지. 님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라고 노래한 바 있다. 봄이 오면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이 풀리듯 내 마음의 시름이 풀려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나는 거꾸로 님을 떠나보내며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다시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제 2연을 떠올린다. “정월(正月)ㅅ 나릿 므른 아으 어져 녹져 하논대 누릿 가온대 나곤 몸하 하올로 녈셔 아으 동동(動動)다리 정월의 강물은 녹으려 하는데, 그와 같이 내 시름을 녹여줄 님은 오실 줄 모르고 나는 어이해 한 세상을 홀로 살아가느냐는 탄식이다.

 

대동강 물이 어느 때 마르겠느냐는 3구는 좀 엉뚱하다. 슬픈 노래를 부르다 말고 왜 갑자기 강물 마르는 이야기냐 말이다.

 

한시의 기승전결(起承轉結) 구성이 갖는 묘미가 바로 이 대목에서 한껏 드러난다. ‘()’는 글자 그대로 대상을 보면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고, ‘()’은 이를 이어 받아 보충하는 것이다. ‘()’에서는 시상(詩想)을 틀어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12구와 3구 사이에는 단절이 온다. 그 단절에 독자들이 의아해할 때, 4()’에 가서 그 단절을 메워 묶어줌으로써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이루게 된다.

 

() 대상을 보면서 생각을 일으키는 것
() 이를 이어 받아 보충하는 것
() 시상(詩想)을 틀어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1.2구와 3구 사이에는 단절이 온다.
() 그 단절에 독자들이 의아해 할 때, 단절을 메워 묶어줌으로써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이루게 된다

 

3구에서 강물 타령으로 화제를 돌려놓고, 4구에 가서 설사 강물이 자연적 조건의 변화로 다 마를지라도, 강가에서 이별하며 흘리는 눈물이 마르기 전에는 강물은 결코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앞서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과 같은 시가(詩歌) 언어의 과장을 말한 바 있지만, 눈물을 제 아무리 많이 흘린다 한들 도대체 그것이 대동강의 유량(流量)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비록 그렇기는 하나, 이를 두고 허풍 좀 그만 떨라고 타박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엄청난 과장은 시인의 슬픔이 그만큼 엄청난 것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니 말이다.

 

이 시는 하평성(下平聲)인 가운(歌韻)을 쓰고 있다. 이 운목(韻目)에는 등 시에서 자주 쓰이는 운자(韻字)가 많이 포진하고 있어, 고금의 시인치고 이 운()으로 작시하지 않은 이가 거의 없으니, 이를 가지고 새로운 표현을 얻어 내기란 지난(至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이 작품 뒤로도 아예 의 운을 그대로 써서 차운한 시가 적지 않으나,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얻기 어렵다. 이제 와서 운자(韻字)는 한시 감상에 있어 고려의 대상이 안 되게 되었지만, 중국 사신의 찬탄 속에는 앞서 남포(南浦)가 주는 신운(神韻) 위에, 이러한 운자(韻字) 사용의 산뜻함도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송인(送人)의 후일담

 

필시 뒷사람의 부회일 듯싶지만, 정지상이 홍분(紅粉)이란 기생과 헤어지며 지었다는 이 시는 뒷날까지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箕城, 佳麗之地, 自古, 騷人墨客, 大小使星, 莫不遊玩. 且是紅粉之送別後也, 麗朝學士鄭知常詩曰;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近有京客, 遊箕城, 方伯饋酒, 味淡如水, 給一房妓, 臨別無淚. 客曰: “惜乎, 大同江水, 將不日而盡!” 方伯曰: “何謂也?” 客曰: “杯有添酒之水, 人無添波之淚, 江水惡得不盡乎?” 滿座, 拍手. -奇聞

 

 

조선 시대 어떤 서울 나그네가 평양감사로 있던 친구를 찾아가 노니는데, 기대에 비해 대접이 시원치 않았다. 술맛은 꼭 맹물 맛인데다가 수청하는 기생은 이별의 즈음에도 눈물 한 방울 비치지 않았다. 이래저래 서운했던 그는 감사를 향해 다짜고짜 대동강 물이 며칠 못 가서 마르겠네.”라고 하였다. 감사가 영문을 몰라 무슨 말인가?”하고 되묻자, 서울 나그네 왈, “술잔에는 첨주(添酒)의 물이 있는데, 사람은 첨파(添波)의 눈물이 없으니 어찌 강물이 마르지 않겠는가[杯有添酒之水, 人無添波之淚, 江水惡得不盡乎]?” 참으로 야무진 독설이다. 친구 대접하는 감사의 눈치가 빤하니 기생인들 무슨 애틋한 정이 있었으랴 만은, 술에 타느라고 강물은 소모하면서 계집은 이별의 눈물이 말랐으니, 과연 대동강 물은 여태도 마르지 않고 잘 흐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금소총(古今笑叢)』 「기문(奇問)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후대의 기림도 자못 떠들썩하다. 신광수(申光洙)그때 남포(南浦)서 님 보내던 그 노래, 천년 절창 정지상(鄭知常)이라[當日送君南浦曲, 千年絶唱鄭知常].”이라고 했고, 신위(申緯)논시절구(論詩絶句)에서 이색(李穡)부벽루(浮碧樓)시와 함께 나란히 세워 이렇게 기리었다.

 

長嘯牧翁依風岉 바람 부는 산비탈서 휘파람 불던 목은옹(牧隱翁)
綠波添淚鄭知常 푸른 물결 위에다 눈물 보태던 정지상(鄭知常).
雄豪艶逸難上下 호방함과 아름다움 우열 가리기 어려워라
偉丈夫前窈窕娘 늠름한 장부 앞에 정숙한 아가씨라.

 

1구는 목은(牧隱)"길게 휘파람 불며 산비탈에 기대었자니, 산은 푸르고 강은 홀로 흐르도다[長嘯依風岉, 山淸江自流]."라 한 데서 따온 것이다. 목은의 웅장하고 호방한 기상과, 정지상의 염려(艶麗)하고 표일(飄逸)한 풍격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가늠키는 어려우니, 비유하자면 헌헌장부(軒軒丈夫) 앞에 요조숙녀(窈窕淑女)가 수줍게 서 있는 격이라는 기림이겠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남포(南浦)의 비밀

2. 남포(南浦)의 비밀

3. 버들을 꺾는 마음

4. 버들을 꺾는 마음

5.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6.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7. 난간에 기대어

8. 난간에 기대어

9. 저물녘의 피리 소리

10. 이해 못할 국화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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