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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8.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다 ‘독립출판’이란 생소한 개념어를 듣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마지막 강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7월의 땡볕 더위 속에 시작된 강의는 7월의 마지막과 함께 마지막을 고한 것이다. 역시 뭐든지 시작하고 보면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며, 그 시간만큼 배우게 된다. ▲ 학교에서 센터로 가는 길. 7월은 덥고 습했지만, 그만큼 가슴은 뜨거웠고 열정은 타올랐다. 신나게 한바탕 잘 공부했다 이때 배우는 게 단순히 강사가 전해준 지식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배운다는 건 단순히 모르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강의를 듣는 시간은 소통하는 시간이자, 인연이 엮이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고, 그건 곧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최근에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불쌈꾼 백기완’이란 다큐를 봤다. 백기완, 그는 한국전쟁에서 학도병으로 참전을 했었고 늘 반정부세력으로 낙인찍혀 모진 고문과 오해를 당해왔다.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라 할 만하다. ▲ 80세가 넘으셨지만, 어느 자리에 가도 가장 전면에 앉아 계시던 백기완 선생님. 『곤란한 결혼』을 이야기하며 한발 떼어보기 이 영상에서 버럭 눈물이 났던 부분은 마지막 「묏비나리」라는 시를 읊조리던 장면에서였다. 이 시는 훗날 광주 민주항쟁의 주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만들어져 불리기도 했다. 맨 첫발 딱 한발 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도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 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 띠기에 언 땅을 들어 올리고..
비빔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잠시 별나들이님과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제비꽃님과 장희숙님이 오시더라. 이로써 오늘 모이기로 한 멤버들이 다 모였고, 우리들의 얘기꽃은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 거실에 앉아 밖을 내다 봤다. 한 여름이지만, 구름이 껴서 선선해 보이는 날씨다. 말하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지금까지 1박 2일 모임에서 격월간지 『민들레』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호모쿵푸스』와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와 같은 단행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누군가는 ‘전 공부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해서 아는 게 없어요. 그래서 별로 할 얘기가 없거든요’라고 생각하여 참여하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다른 누군가의 ..
올해 8월은 예년 8월과는 사뭇 달랐다. 비가 제법 내려 더위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기 때문이다. 장마가 끝나 불볕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더위를 식혀줄 비가 내린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더욱이 지독한 가뭄으로 식수난까지 겪고 있던 때였으니, 축복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비를 중국 고전에선 ‘시우時雨’라 표현하고 그걸 우리말론 ‘단비’라 해석한다. 가물대로 가물어 땅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쫙쫙 갈라져 있을 때 내리는 비, 산불이 심하게 번져 미처 손 쓸 수 없을 때 내리는 비, 태양이 작열하여 사대강에 녹조가 창궐할 때 내리는 비가 바로 ‘시우’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화둥님 집엔 ‘春陽時雨(봄볕같이, 단비같이)’라는 글귀가 벽에 걸려 있다. 2년 전에 그 글귀를 보고 출처까지..
가슴 뛰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의 긴장과 설렘이, 날 가로막던 금기의 벽을 넘어설 때의 걱정과 불안이,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만날 때의 두근거림과 어색함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럴 땐 마치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비를 흠뻑 맞아가며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희를 온 몸으로 표현하듯 온갖 감정들을 맘껏 표현하고 싶어지며, ‘김씨표류기’의 김씨가 직접 밀을 재배하여 짜장을 만든 후 한 입 베어 물며 환희를 맛보듯 작은 행복이라도 흠뻑 맛들이고 싶어진다. ▲ 그 어떤 장면보다 뭉클한 두 장면. 가슴 뛴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마비되어 가다 그 얘기는 곧 너무도 익숙하여 어떤 고민도 안겨주지 않는 사람들만 만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척척 진행되는 일만 반복할 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