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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비빔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잠시 별나들이님과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제비꽃님과 장희숙님이 오시더라. 이로써 오늘 모이기로 한 멤버들이 다 모였고, 우리들의 얘기꽃은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 거실에 앉아 밖을 내다 봤다. 한 여름이지만, 구름이 껴서 선선해 보이는 날씨다. 말하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지금까지 1박 2일 모임에서 격월간지 『민들레』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호모쿵푸스』와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와 같은 단행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누군가는 ‘전 공부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해서 아는 게 없어요. 그래서 별로 할 얘기가 없거든요’라고 생각하여 참여하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다른 누군가의 ..
올해 8월은 예년 8월과는 사뭇 달랐다. 비가 제법 내려 더위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기 때문이다. 장마가 끝나 불볕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더위를 식혀줄 비가 내린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더욱이 지독한 가뭄으로 식수난까지 겪고 있던 때였으니, 축복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비를 중국 고전에선 ‘시우時雨’라 표현하고 그걸 우리말론 ‘단비’라 해석한다. 가물대로 가물어 땅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쫙쫙 갈라져 있을 때 내리는 비, 산불이 심하게 번져 미처 손 쓸 수 없을 때 내리는 비, 태양이 작열하여 사대강에 녹조가 창궐할 때 내리는 비가 바로 ‘시우’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화둥님 집엔 ‘春陽時雨(봄볕같이, 단비같이)’라는 글귀가 벽에 걸려 있다. 2년 전에 그 글귀를 보고 출처까지..
가슴 뛰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의 긴장과 설렘이, 날 가로막던 금기의 벽을 넘어설 때의 걱정과 불안이,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만날 때의 두근거림과 어색함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럴 땐 마치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비를 흠뻑 맞아가며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희를 온 몸으로 표현하듯 온갖 감정들을 맘껏 표현하고 싶어지며, ‘김씨표류기’의 김씨가 직접 밀을 재배하여 짜장을 만든 후 한 입 베어 물며 환희를 맛보듯 작은 행복이라도 흠뻑 맛들이고 싶어진다. ▲ 그 어떤 장면보다 뭉클한 두 장면. 가슴 뛴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마비되어 가다 그 얘기는 곧 너무도 익숙하여 어떤 고민도 안겨주지 않는 사람들만 만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척척 진행되는 일만 반복할 때, 더..
지금 한반도엔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다음 주면 북미정상회담을 할 것이고, 그 다음 날엔 지방선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역동적이며 모든 희망을 한 아름 품고 있는 가능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란 선이 마주치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런 분위기가 되기까지 무수한 과정들을 지나왔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12월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남북의 대결모드는 계속 진행 중이었고,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름하야 일촉즉발의 상황, 북한은 핵실험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였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켓맨’이란 비하발언과 함께 격앙된 반응을 여지없이 보이고 있었..
놀이터가 안전을 중시하며 만들어지고, 키즈카페에서 노는 아이들이 늘어나며, 방과 후 돌봄교실이 8시까지 확대되는 세상은 ‘아이를 위한 세상’이 아니라, ‘아이를 약자로 만드는 세상’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이를 위한 교육업체는 늘어만 가고, ‘아이의 건강은 태아 때 결정된다’느니, ‘평생 영어실력 초등학교 때 결정된다’느니 말들이 많지만, 그런 세상에 내 아이를 맡기기엔 ‘어쩔 수 없다’는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김규항씨는 『B급 좌파』란 책에서 ‘보수적인 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으로 내몰고 진보적인 부모는 불편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보수적인 부모는 아이가 일류대 학생이 되길 소망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 학생이 되길 소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