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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한 사람을 추억하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곡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된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왜 추억하는 일 자체가 왜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기억을 통해 재구성하는 걸 ‘추억’이라 한다. 그런데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과정 속에 ‘생각이란 필터’로 걸러지고 ‘이상화된 관념’으로 치장되기 때문에 추억은 사실과 달라진다. 그래서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드라마에서는 아빠에 대해 좋은 추억을 지니고 있던 은재가 기억을 되찾으며 그 추억이 미화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기억은 추억을 배반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추억이란 때때로 이처럼 무서운 것일 수도 있는 거다. ▲ 이 드라마에서 ..
1. 역사를 찾아 떠나는 이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는 건, 단순히 공간적인 이미지로만 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본다는 뜻이다. 도보여행을 하며 느꼈던 건, 그냥 걷기만 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어떠한 느낌도 남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기 때문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그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이유도,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게 될 일도 없다. 하지만 그 장소에 사람이 더해지면 그 의미는 남달라진다. 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특별한 나만의 산으로, 물이 그냥 물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물로 느껴지는 것이다. ▲ 2012년도에 단재학교 영화팀과 찾은 전주. 전주는 고향이어서 특별할 게 없다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오니 특별한 곳이 ..
1. 들어가는 말: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만드는 방법 서대문 형무소는 꼭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건 애국심 때문에도, 순국선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역사가 어떤 현재적인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그걸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 단재학교 학생들이 카자흐스탄에 가게 되면서 학생 한 명과 오게 됐다. 볼거리는 많지만, 억지 비감을 강요하다 이미 재작년에 서대문 형무소에 방문했으니, 이번에 방문한 것까지 하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난번엔 그다지 감흥은 없었는데 이번엔 훨씬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설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하나하나 곱씹듯이 보게 되니 그와 같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관람방향을 따라..
5. 상상력으로 역사를 대하라 또한 이 영화는 소제목을 간간히 넣어서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상상하게 만든다. ‘삼배가 아니라 오배다’, ‘걸어가는데 그냥 눈물이 나온다’, ‘역사는 감이다’와 같은 소제목은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 장군총엔 바람과 중력에 무너지지 말라고 각 면마다 거대한 세 개의 돌을 대어놨다. 이런 큰 돌을 운용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는 얘기다. 유적지가 뭣이 중헌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소제목만큼 그 장면 하나하나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제목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영화가 다 끝난 다음엔 소제목만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 당시에 어떤 장면들을 봤는지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올라서 내용을 곱씹기에 좋다. 이 영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