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자전거여행 (6)
건빵이랑 놀자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 예전에 6박 7일 동안 대구 달성에서 출발하여 낙동강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그 여행을 시작하며 기록을 남겼었다. 처음에 ‘삶이란 하나의 도화지에 자신의 색채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순간순간 그린 그림들이 모이고 쌓여 그게 삶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얘기했듯이 그런 순간순간의 그림들이 대단할 이유도, 뭔가 엄청난 의미를 지닐 필요도,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작은 일일지라도 그 순간을 수놓으며 반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서 난 그 여행을 ‘도화지에 한 획을 그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 획을 긋는 것만으론 그림이 완성되지..
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김만덕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중섭미술관에선 이중섭을 만나 가슴 뭉클했었는데 여기서도 김만덕을 직접 만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만덕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사람이고 이중섭은 50년 전의 사람이지만, 기념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들 또한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팔팔 끓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겠더라. 이래서 맹자는 “옛 시를 읊고 옛 글을 읽었는데도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살던 때를 말할 수 있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옛 사람을 벗 삼는다(尙友)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그들을 통해 나도 그들과 벗이 되었으..
50. 후회하지 않기 위해 빗길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 양평 →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 35.27km 쥐 죽은 듯 조용히 잠만 잤다. 오늘은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 짓는 역사적인 날이지만, 어제 저녁의 일로 기쁨보단 깊은 어색한 침묵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새벽 5시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서 가장 먼저 날씨가 어떤지가 궁금했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벌써 내리고 있는지, 라이딩 도중에 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모두 끝난 다음에 올 것인지 그 순간만큼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지막 라이딩을 준비하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기만 할 뿐 아직 비는 내리지 않더라. 그러니 ‘서둘러 출발한다면,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할 지도 모..
47. 신륵사와 역사교육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신륵사는 남한강변에 만들어진 고찰이다. 강 바로 옆에 있어서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사찰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 절이 바로 남한강 옆에 있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절의 탑과 초고층 빌딩은 같다? 삼국시대에 들어오기 시작한 불교는 국교로 채택되어 백성들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찰하면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과 같이 높이 솟은 탑이 떠오른다. 탑stupa은 부처님의 사리를 넣은 무덤으로 사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탑은 사람이 살기 위한 건축물은 아니지만, 부처님의 사리를 안치하여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자 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시대엔 이러한 탑의 의미가 더 클 수..
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이제 6일째 자전거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침도 맛있게 먹었겠다, 재욱이 자전거도 고쳤겠다, 펑크패치용 본드도 샀겠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이다. 여기에 날씨까지 화창하여 하늘이 더욱 높게 느껴지는 맑디맑은 가을날씨다. 예전에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드높아진 하늘을 보며 ‘언젠가 나도 가을을 만끽하며 즐길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있어야만 하는 나를 위로했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 신륵사를 향해 여주 한복판을 달린다. ‘점과 점의 여행’과 ‘선의 여행’, 그 중에 ‘선의 여행’으로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
2. 스펙터클한 시작과 기대 ▲ 10월 4일(일) 현풍터미널 → 대구 달성군 하빈면 / 36.05KM 2학기 전체여행으로 변산반도에 3일간 다녀온 이후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굳이 이불을 덮지 않아도 자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바닥이 어찌나 차가운지 약간 두꺼운 보를 깔았음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어느덧 매서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가고 이젠 장판을 깔아야지만 잠을 푸근히 잘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기에 그냥 보만을 깔고 잠에 들었고 그 때문에 오들오들 떨다가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일어났다. 이쯤 되면 은근히 헛갈린다. 추워서 일찍 일어난 건지, 장기간 여행을 한다는 긴장으로 일찍 일어난 것인지 말이다. 여러 도전에 성공했다고,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