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리산종주 (15)
건빵이랑 놀자
지리산 종주기 목차 13.11.11(월)화엄사 ⇒ 노고단 불안을 품은 동지들화엄사에서의 점심공양우린 노고단에 오르다우린 노고단에 올랐다 13.11.12(화)노고단 ⇒ 연하천 입산시간 지정제와 비박금지등산하며 공부한다편함 뒤에 있는 불편함 13.11.13(수)연하천 ⇒ 세석 기암괴석을 헤치고 가다자극적인 맛과 자극적인 인간위기상황에서 드러난 역량갑작스런 상황에서의 저력 13.11.14(목)세석 ⇒ 장터목 궁하해야 통한다여유롭던 하루제석봉의 횡사목첫 천왕봉 등반과 저녁만찬 13.11.15(금)장터목 ⇒ 털보농원 새벽 천왕봉 등반기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천왕봉이 알려준 지혜막힐 때 새 길이 열린다두 가지 광경지리산 종주를 마치며 인용목차 / 지도여행기
21. 5박 6일 간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다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12시에 시작된 하산길이 4시 4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드디어 지리산을 헤맨 지 5일 만에 지리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애초 계획보다 하루 일찍 하산하게 된 것이다. 선발대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우리를 기다려야만 했다. 7명의 사람과 7개의 배낭을 싣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본 지리산의 단풍은 정말로 멋있었다. 마치 월요일에 화엄사에 가던 길이 떠올랐다. 그건 마치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아득한 시간들이 지나 끝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걷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은 끝과 맞닿아 있다. 끝을 걸으며 처음을 떠올리고 처음을 시작하며..
20. 하산하는 길에 마주한 두 가지 광경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주원이는 무릎이 아파서 힘들긴 해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적당히 쉬어가며 꾸준히 내려갔다. 그래서 중산리 탐방로까지 내려가는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주원이의 저력은 그와 같은 꾸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세와 지민이었다. 내려가는 내내 많이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의 구간은 급경사 구간이어서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내려가면 무릎에 부담이 많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발을 접지를 뿐만 아니라,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더욱 더 허벅지에 힘을 주고 긴장하며 내려가야만 한다. 우리..
19. 원래의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린다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원랜 천왕봉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치밭목 대피소에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계획이 변경되다 천왕봉 근처에 다다르자 건호가 부리나케 오더니, 심각한 투로 “올라오는 길에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치밭목 대피소는 난방을 해주지 않는대요. 그래서 거기서 자는 건 엄청 힘들거래요. 그럴 바에야 치밭목에서 묵지 말고 아예 털보농원까지 가서 쉬는 게 어때요?”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 말인 즉은, 이틀에 걸려서 끝날 여행을 하루 만에 마무리하자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우선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아이들이 ..
18. 천왕봉이 알려준 지혜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어제 본 천왕봉은 가을의 운치를 한껏 품은 곳이었다. 가을산에 오르는 이유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서히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겨울을 준비하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인간이 갖지 못한 ‘버려야 할 때, 놓을 줄 아는 마음’을 그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오랜만에 본 천왕봉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사방이 확 트여 수묵화에서나 볼 법한 능선을 그대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리산에 한 번 와서 세 번 천왕봉에 오르다 그에 반해 오늘 새벽에 본 천왕봉은 쓸쓸하면서도 고지대 산악들이 지닌 풍미를 담은 곳이었다. 높다는 건 쓸쓸한 것이다. ..
17. 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1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8시까지 퇴실하라고 했지만, 우린 새벽 산행을 마치고 8시가 약간 넘어서 도착했다. 그래도 1호실은 개방되는 곳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 축하하는 의미로 나는 사이다를 민석이는 초코파이를 사서 약소한 파티를 했다. 5일차 일정을 시작하다 대피소에 도착해선 민석이가 함께 올라간 사람들을 위해 사이다를 사줬다. 무려 1.500원이나 하지만 아낌없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베푼 것이다. 그때 먹은 사이다는 지금껏 먹은 어떤 음료보다도 맛있었고 새벽 산행을 더 의미 깊게 만들어줬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먹기로 했다. 이제 세 번째 천왕봉 등산을 하려 한다. ‘..
16. 새벽 천왕봉 등반기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2층 다락방에서 자니, 시끄럽거나 부스럭거리지 않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맘 놓고 푹 잘 수는 없었다. 새벽산행을 해야 하는데, ‘과연 눈이 얼마나 왔을지? 그럼에도 올라가도 되는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6시 50분 정도에 일출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우린 4시 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건호와 승빈이는 일어났는데, 민석이는 어제와는 달리 가기 싫다고 하더라. 모두 다 챙기고 밖에 나온 시각은 5시 10분이었다. 눈은 그쳤지만, 꽤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건호는 아이젠이 없었고 승빈이는 장갑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물품을 챙겨올 수 있도록 들여보냈다. 몇 분 후에 건호가 나오..
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에 오르는 길 중에, 추억 속에 있던 평탄한 길은 온데간데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길만 있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던 길은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난이도 높은 등산로가 천왕봉을 더욱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민이는 바위를 타고 오를 자신이 없어 오르지 못했고, 주원이는 무릎 통증 때문에 오르지 못했다. ▲ 쉬고 싶을 텐데도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종주 중 처음으로 천왕봉에 오르다 천왕봉은 정상만 삐죽 솟아 있는 느낌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다 보면 넓이가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 ‘지리산 천왕봉 19..
13. 지리산 종주 중 가장 여유롭던 하루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초기에 계획을 짤 땐, 세석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거였다. 원래대로 했다면, 오늘은 청학동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일정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산불예방 때문에 세석대피소가 예약을 받지 않아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래서 세석 바로 옆에 있는 장터목 대피소에 예약하게 된 것이다. ▲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다시 상의하는 아이들. 삼신봉에 갔다 올까? 천왕봉에 미리 오를까? 세석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3.4㎞ 밖에 되지 않으며 2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건 곧 오전 중에 오늘 여행이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날은 날씨가 변수였다. 지리산에 오기 전부터..
12. 궁하면 통하게 되는 이유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지리산 프로젝트가 6박 7일의 일정으로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시작=반’이라는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그건 곧 반은 시작이라는 말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재해석할 수 있다면 반절 정도가 지나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지금부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정리하며 나머지 일정을 진행할 것이다. 궁즉통의 참 뜻 지금도 전날 밤에 걱정이 앞서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때와 노고단에 오르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닥치지 않은 미래는 늘 두려운 법인데, 그 땐 겁에 잔뜩 질려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11.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저력과 대담함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세석에 도착하기 전에 어떤 봉우리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자세히 본 적은 처음이다. 서서히 해가 산 사이로 사라진다. 산 주변엔 노을이 짙게 어리기 시작하여 무척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장엄한 광경을 우린 넋을 놓고 바라보며 산에 오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 선명하게 보이던 해넘이의 광경. 장엄함의 극치다. 현세의 포기하지 않는 저력 현세는 그제 노고단에 오를 땐 아예 땅바닥에 누울 정도로 힘겨워했고, 어제 연하천에 도착할 땐 그나마 뒤처지진 않았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함께 갔던 건호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도착했다.”고 말할 정도였..
10. 사람의 역량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7명이서 몰려다니다 보니, 시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의 체력이 현격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오전팀과 오후팀이 나뉘어져 코펠과 연료, 그리고 버너를 번갈아 들고서 이동한다. 6명이 모두 출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걸어가기 시작했다. ▲ 밥을 먹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산이 우리를 키운다 몇 분이나 걸어왔을까? 갑자기 건호가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두리번거린다. 그러고 나서 “코펠 챙겨온 사람?”이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우리 뒤에 오시던 분들이 “벽소령 앞 의자에 검은색 코펠이 놓여 있던 데요.”라는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신다. 그 순간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8. 기암괴석을 헤치고 벽소령 대피소로 가는 길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셋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연하천에서 출발하여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세석까지 가는 일정이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3.6㎞이고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6.3㎞이니, 총 9.9㎞를 가면 된다. 일반적으로 5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연하천 대피소가 특이한 부분 연하천 대피소는 노고단 대피소에 비하면 건물 크기도 작고 자는 공간도 좁은 편이다. 하지만 남녀 숙소가 분리되어 있는 점은 맘에 든다. 연하천 대피소만 특별하게 모포가 아닌 침낭을 대여해 준다. 그리고 바닥의 한기를 막을 깔판은 2.000원을 내고 주문해야 한다. 그러니 겨울에 침낭을 챙기지 않고 지리산 종주를 하려면, 각 대피소 당 4.000원(모포..
7. 나의 편함 뒤엔 누군가의 불편함이 있다 ▲ 둘째 날 경로: 노고단 대피소 ~ 연하천 대피소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남쪽 능선을 따라갈 땐 따스한 햇살이 몸을 녹여주기에 걸을 만 했지만, 북쪽 능선을 따라갈 땐 음지인데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무지 추웠다. 계속 가다보면, 양지와 음지를 번갈아 지나가게 된다. 드디어 삼도봉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를 기점으로 삼도(전남, 전북, 경남)가 나눠진다. 경계는 인간이 나눈 인위적인 선이지만, 때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도 된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경계, 나라와 나라의 국경, 남과 북의 접경지 등이 모두 인위적인 구분이지만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계들이고 또한 그 의미를 부여하려 무진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
3. 함께 걷기에 우린 노고단에 올 수 있었다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2시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는 4㎞로 보통 사람들은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들은 능숙한 산악인이 아니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6시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본격적인 등반은 시작되었다. 짐이 한 가득이지만 한 걸음씩 걷는 아이들. 순조롭지 않은 등산의 시작 이번 산행을 시작하면서 계속 ‘6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이미 대피소 예약은 했기 때문에 좀 늦는다고 전화를 하면 그 뿐이지만, 6시 이후엔 비예약자들에게 방이 배정되며 출입문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