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펑크 (5)
건빵이랑 놀자
41. 위험이 닥칠 때 우린 하나가 된다 ▲ 충주 → 여주 / 64.69km 재욱이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떠오른 대로 반창고를 붙이며 때우려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듯이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부론면에만 가면 금방 해결될 거라 생각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 펑크를 본드가 아닌 반창고로 때우고 있다. 이건 개그인가요? 현실인가요? 동병상련이란 따뜻한 마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바보 같은 대처법이었다. 반창고를 붙인다는 게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서 본드가 없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게 바보 같다는 얘기다. 한강자전거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도 틈틈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볼 ..
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 충주 → 여주 / 64.69km 부론면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익숙한 길이다. 여긴 남한강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보여행 땐 아침 안개까지 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우린 꿈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 걸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 같은 길을 다닌다. 비포장도로에서 로드 자전거를 끌고 간 사내와 타고 간 사내의 이야기 작년엔 도로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서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새 공사가 완료되었더라. 그래서 우리는 포장까지 완벽하게 된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끝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심지어 콘크리트를 잘게 쪼갠 돌까지 쌓여 있었다. 준영이와 나는 바퀴가 ..
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얼마나 달렸을까? 현세가 옆으로 오더니 말하더라. “건빵쌤 앞바퀴까지 펑크가 났어요” 다섯 번째 불행이다. 거기에 덧붙여 민석이도 옆에 오더니, “쌤 제 자전거도 서서히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데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조금 바람이 빠지긴 했지만 충분히 숙소까지는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현세 앞바퀴의 펑크를 때우기 위해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 멈춰야만 했다. 그쯤 되니 모두 넋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하여 어떻게든 때워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때 진짜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됐다. 바로 도로변에 있던..
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고, 그게 시작일 뿐이었다. 그저 현세 자전거 뒷바퀴의 펑크만 잘 때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옮기고 나니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너희들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라고 신이 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땐 되게 민감해져 있었고,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어느덧 해가 저물어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 전염된 펑크와 사라진 캠코더 분황1교 쪽에서 갓길로 내려와 일반도로에 진입하니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 그곳이라면 수리하기 편할..
14. 돌발 상황조차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넉넉함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한치 앞도 모르지만, 나아갈 때가 있다. 아마도 삶이란 바로 그런 걸 거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고 싶어 하고 예상하고 싶어 한다. 확률학을 발달시키고, 심리학을 발달시키는 기저에는 바로 미지未知의 영역을 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문명이란 것은 자연 상태로 있을 때보다 예측 가능하도록 바꾸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천재天災를 통제하고 인재人災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바로 문명 발달의 척도인 것이다. 여행은 모르는 상황 속을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을 확률에 의해 예측할 수 있고 대처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