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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김만덕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중섭미술관에선 이중섭을 만나 가슴 뭉클했었는데 여기서도 김만덕을 직접 만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만덕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사람이고 이중섭은 50년 전의 사람이지만, 기념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들 또한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팔팔 끓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겠더라. 이래서 맹자는 “옛 시를 읊고 옛 글을 읽었는데도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살던 때를 말할 수 있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옛 사람을 벗 삼는다(尙友)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그들을 통해 나도 그들과 벗이 되었으..
15. 존재가 선물이 되는 순간 표선면까지 가는 길도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가득 끼더니 더욱 흐려졌고 맞바람까지 불어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2시간 정도 걸릴 거리가 그래서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 2011년 사람여행 때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길에 아침으로 먹은 것. 이때 맥주의 맛을 알았다지. 제주식 해장국? 점심으론 뭐를 먹을까 하다가 어제 점심엔 중화요리를 먹었기에 오늘은 다른 걸 찾기로 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해물요리(딱새우 된장찌개나 자리물회 같은 것)가 끌리긴 했는데 막상 마을에 들어섰음에도 눈에 보이는 음식점이 별로 없더라. 그때 해장국집이 보였는데 아침에도 해장국을 먹었기에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배가 무척 고팠고 심하게 부는 바람에 시달려 ..
10. 서귀포로 가는 아름다운 길을 달리다 어젠 그래도 간간히 햇살이 비치며 기온도 높아 꽤 덥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벌써부터 구름이 한가득 끼어 있어 서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고, 겨울용 외투로 중무장을 했다. ▲ 가까운 곳에 해장국집이 있어서 들어왔다. 배불리 먹고 이튿날의 일정을 시작해보련다. 해장국, 넌 나에게 치욕을 안겨줬어 아침은 호텔 근처에 있는 미향해장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해주는 곳인 줄은 알았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문을 열고 들어가 “해장국 하나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얼큰한 맛과 순한 맛 중 뭐로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보통 때였으면 당연히 순한 맛을 시켰을 거다. 누군가는 매운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난 매운맛은 질색이니..
청주로 가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상행선 버스를 탔다. 올해 3월에 전주에 내려왔으니, 8개월 만에 상행선 버스를 타는 셈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늘 타던 상행선 버스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특별한 경우에나 탈 수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청주는 지금껏 두 번 갔었다. 한 번은 목포에서 고성까지 도보여행을 하는 중에 지나간 곳이었고, 그 여행으로 진천에서 고추를 심게 되는 체험을 해보면서 그 다음 해에도 고추를 심기 위해 청주터미널에 갔었다. 이처럼 스쳐가던 도시에서 오늘은 찾아가는 도시로 변모한 셈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2009년에 처음 왔을 땐 청주와 청원은 나눠 있었는데 지금은 통합되며 통합청주시가 되었다. 청주야 반갑다. 엇갈림, 틀어짐의 행복 청주로 향하는 버스는 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