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림과 글의 공통점
古有買妙畵於中國者, 畵長松下, 有人仰面看松. 神采如生, 世以爲天下奇畵也. 處士安堅曰: “是畵雖妙, 人之仰面也, 項後必有皺紋, 此則無之, 大失其旨.” 自此終爲棄物.
又有古畵, 稱妙筆. 畵老叟抱兒孫飯以餉之, 神采如活. 康靖大王見之曰: “是畵雖好, 凡人之食兒, 必自開其口, 是則含之, 大失畵法.” 自此終爲棄畵.
夫畵與文章何異? 一失本意, 雖錦章繡句, 識者不取, 有具眼者能知之.
해석
古有買妙畵於中國者,
옛적에 중구에 오묘한 그림을 산 사람이 있었는데
畵長松下, 有人仰面看松.
큰 소나무 아래에 어떤 사람이 얼굴을 들고 소나무를 보는 것을 그린 것이다.
神采如生, 世以爲天下奇畵也.
신비한 풍채가 살아 있는 듯해 세상에선 천하의 기이한 그림이라 여겨졌다.
處士安堅曰: “是畵雖妙,
처사 안견이 말했다. “이 그림이 비록 신묘하지만,
人之仰面也, 項後必有皺紋,
사람이 얼굴을 들면 목 뒤에 반드시 주름이 지는데
此則無之, 大失其旨.”
이 그림엔 주름이 없으니 매우 실상에 위배됩니다.”
自此終爲棄物.
그래서 이때로부터 마침내 버린 그림이 되었다.
又有古畵, 稱妙筆.
또한 옛 그림이 있었는데 신묘한 필치라 칭송되었다.
畵老叟抱兒孫飯以餉之, 神采如活.
노인이 손자를 안고 밥을 먹이는 것을 그린 것인데 신비한 풍채가 살아 있는 듯했다.
康靖大王見之曰: “是畵雖好,
그런데 강정대왕(康靖大王) 1이 보고 말했다. “이 그림이 비록 좋다 해도
凡人之食兒, 必自開其口,
대체로 사람이 아이에게 밥을 먹을 적엔 반드시 절로 그 입이 벌어지는데
是則含之, 大失畵法.”
이 그림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매우 화법에 위배되네.”
自此終爲棄畵.
이때로부터 끝내 버려진 그림이 되었다.
夫畵與文章何異?
그림과 문장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一失本意, 雖錦章繡句,
한 번 본래의 뜻을 상실하면 비록 멋진 구절이나 화려한 글귀라 해도
識者不取, 有具眼者能知之.
아는 사람은 취하질 않으니 안목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걸 알 수 있으리라.
인용
- 강정대왕(康靖大王): 여러 정치적 업적을 남기며 조선왕조의 통치 체제를 확립한 성종을 말한다. 연산군이라는 희대의 폭군에게 왕위를 넘기고 1494년(성종 25)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시호는 강정(康靖)이고, 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선릉(宣陵)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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