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버스 소동
자는 시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기상 시간은 8시로 정해져 있었다. 10시 20분에 펜션 앞에 나와 있어야 픽업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8시가 약간 넘었을 때 아이들을 깨웠다.
아침으론 카레밥을 먹었고 가져온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짐을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10시 가까이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거실에 모였다. 짧은 여행이지만 한 학기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떠난 여행이라, 이번 여행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 새벽까지 노느라 동이 텄음에도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아이들의 평은 대체로 좋았다. 뭔가 빡빡한 일정이 없다는 것에 대해, 자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은 것에 대해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전주여행 마지막 날에 아이들은 함께 모여 게임을 하다가 진실게임을 했었다. 그때 어찌 보면 서로의 은밀한 얘기들까지 가감 없이 함께 나누었다.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부담되고 어려운 일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저 사람이 날 어떤 식으로 생각할까?’와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단재 아이들이라고 해서 왜 그런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없겠는가. 하지만 분위기가 사람을 좀 더 여유롭게, 좀 더 개방적이게 만들 듯 그때의 분위기가 그랬다. 그래서 아이들은 평소에는 하지 못하던 자신의 속내, 과거의 이야기들을 게임이란 형식을 빌려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과거를 안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건 동질감이기도 하며, ‘과거를 같이 공유했다’는 동지의식이기도 하다. 그 후로 아이들은 서로 간에 더욱 격이 없이 편하게 지냈고 그런 흐름은 이번 여행까지도 이어졌다. 새벽 4시까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함께 놀 수 있었던 데엔 그런 배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사람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단재 아이들처럼 격 없이 게임도 하고 편하게 속내도 털어놓고 밤새도록 시간이 흘러가는 걸 아쉬워하며 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쟤는 것들이 생겼고, 맘을 터놓을 사람은 점차 사라져 갔다. 내가 닫혔기 때문인지,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호모루덴스들의 1박2일 동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잃었던 과거, 까맣게 잊었던 지난날의 추억들이 떠오르더라. 이래저래 짧지만 긴 여운이 있던 여행이었다.
▲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 불만이 거의 없는 평가 자리였다.
전철로 갈 것이냐, 버스로 갈 것이냐 소동
10시 40분쯤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니 가평역이 나오더라. 그때 작은 소동이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가는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이 나뉜 것이고, 초이쌤은 버스팀을 인솔하기 위해 다시 버스에 타게 된 것이다. 원래 계획은 전철로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이런 소동이 벌어지게 된 데엔 내막이 있었다.
어제 승빈이가 가평터미널에서 잠실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7000번 시외버스가 잠실까지 한 번에 가더라. 난 당연히 광역버스인 줄만 알고 자세히 검색하지 않고 초이쌤께 “내일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가는 걸로 하죠”라고 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7000번은 환승할인이 되는 광역버스가 아닌 시외버스더라. 그래서 가격도 훨씬 비쌌다(지하철 2.250원 / 광역버스+지하철 5.000원). 이런 현실을 얘기하며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말을 바꿨는데, 아이들은 가격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만 생각했다. 더욱이 가평에서 전철을 타면 서서 가야 하기에, 조금 비싸더라도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를 타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지게 되었고 난 전철을 타는 아이들과 함께 내리게 되었다.
우린 운 좋게도 11시 43분 전철을 열나게 뛰어 탈 수 있었지만, 터미널로 향했던 아이들은 터미널에서 무려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멘붕에 빠졌고, 결국 다시 가평역으로 돌아와 전철을 타고 와야 했단다.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본 다음에, 무엇이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바꾼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바뀐 사실에 대해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 나중에 자세한 내용을 찾으며 혼선이 발생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잘 알지 못하고 말해서 미안하다~
목차
1. 갑작스럽게 떠난 가평여행, 그리고 우리네 사는 이야기
3. 여행의 세 가지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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