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포그래픽 세미나는 어땠나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올지, 어떤 앎의 촉발이 일어날지 잔뜩 기대하게 만든 강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기대 이하의 저급한 ‘앎의 허영’만을 채우고 오는 자리였던 것이다. 왜 그렇게 결론 내렸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자.
대상 선정의 실패 : 오합지졸의 고지점령?
주최 측의 입장에선 대상을 한정지어 적은 인원이 오는 것보다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여 많은 인원이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중을 위한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활기가 넘치고 시너지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게 강사에게도 청중에게도 모두 문제가 된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다. 300명 정도가 모였는데, 휙 둘러보니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직업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인포그래픽이 디자인 영역이기에 디자인 실력으로만 따져도 우리 같이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펙트럼이 너무도 다양하다보니 강사들도 어느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를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양하게 모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강의는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둘 자취를 감추었다.
▲ 이 사진만으로도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강의내용의 실패 : 짧은 시간에 전문적인 내용을?
전문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전문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2~3시간 진득하니 들으며 공감을 해야만 어느 정도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한 강사 당 배정된 시간이 50분이다. 인포그래픽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거나, 자신에게 있어서 인포그래픽은 무엇인지 얘기해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욱이 그 사람의 스타일과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익숙해질 만하면 시간이 다 되었다고 강의를 마치니 힘은 배로 들었다. 그런데도 7명의 강사를 촘촘히 배치하여 조금의 시간적인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모든 강연은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강사입장에서 보자면, 청중의 수준이 각양각색이며 강의시간 또한 50분으로 한정되어 있어 어떤 것을 강의해야할지, 어떤 깊이까지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제대로 준비해오기보다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쭉 나열하여 보여주거나, 회사를 홍보하는 식으로 시간 때우기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기 위해 나왔는지, 인포그래픽이란 것에 대해 일반인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생각은 있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인포그래픽을 배우러 와서, 남의 자랑만 듣고 온 셈이다.
시간 안배 실패 : 쉬어야 보이고 쉬어야 들린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50분씩을 배정됐지만, 대부분 55분을 넘겨서 끝냈으며 누군가는 1시간을 훌쩍 넘겨 끝내기도 했다. 그러니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음 강의를 들어야 하는 강행군이 계속 되었다.
우리가 정식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 배정된 점심시간이었는데, 코엑스의 특성상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겹치는 시간대라 음식점을 찾아 줄 서서 기다린 후에 밥을 먹고 올라오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계속 무언가에 쫓기듯 강연을 들으니 집중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의자는 갈수록 가시방석이 되어 갔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갈 테다’라고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놓고 갈 테다’가 되고 말았다.
▲ 밥상만 잘 차려놓으면 뭐하노,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게 없는 것을~
불쾌한 포만감을 주던 인포그래픽 강의
총평을 하자면 뷔페집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비유를 하면 누군가는 ‘만족스런 강의였나 보네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7명의 강의를 들었지만, 전혀 만족스럽지도 궁금함이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뷔페집에 가서 아무리 배불리 잘 먹어도 만족감은 들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줄어드는 게 아까워 아껴가며 먹을 때, 음식에 대한 만족감이 커지는 법인데 뷔페집에선 그런 ‘줄어듦의 아쉬움’을 느낄 수 없다. 강의도 강의 내용이 탁월하거나, 강사의 재치가 넘치거나, 창의적인 방식의 강의를 들을 때 만족감이 높아지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수많은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억지로 먹는 듯한 불쾌감만 들었던 것이다.
▲ 이 시간표만 봐도 허걱할 거다.
그런데 실제론 쉬는 시간도 없었고 6시 15분이나 되어서 끝났다는 사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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