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이번 트래킹은 이전의 트래킹과 다른 점이 있다. 이번 학기 들어 두 번의 트래킹을 했었다. 첫 번째 통인시장 때는 아이들 태반이 나오지 못했고, 두 번째 롯데월드 때는 그걸 방지하고자 학교에서 함께 자는 방법까지 썼다.
▲ 두 번의 트래킹을 가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하지만 이제 습관을 형성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닌,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학교에서 함께 자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젠 자신의 자발적인 힘으로 시간을 조절해야 할 때이지, 누군가의 강제로 인해,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해 시간을 조절당해야 하는 때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함께 자고 출발하는 건 그 순간에만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바뀌거나 책임감이 생기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 회의할 때 초이쌤은 자주 지각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의 규칙에 꼭 맞추라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한 것 같으니, 이젠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조건을 정하고 그걸 한 달 동안 지켜보는 것으로 하자. 물론 그 조건은 무작정 쉬운 걸로 정하기보다 양심에 따라 정해야 해”라고 제안하셨다. 그건 더 이상 아무리 학교 규칙을 말하고, 여러 방안(벌금제, 상담제 등)을 마련한다 해도, 개인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누군가에겐 제 시간에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이고, 맘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초이쌤의 제안에 대해 ‘아예 늦어도 된다는 빌미를 주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게 된다. 솔직히 나의 입장에선 늘 강박적으로 시간을 지키며 살아왔기에(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집이 부유하여 나를 뒷받침해줄 수 없다 보니, 성실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단재학교에 온 첫 해엔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와는 완벽히 다른 사고방식과 습관을 지닌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가 스스로 바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지 누군가가 윽박지르거나 제재를 가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오히려 이 때 초이쌤이 내놓은 제안은 아이들에게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이걸 아이들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 4월 한 달간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킬 수 있다면 하나의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하게 됐다.
▲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했다.
자신만의 지각 목표치를 정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가장 양심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최저한의 기준을 정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지하게 기준을 정했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정훈이는 “그럼 제대로 오기로 한 날 외엔, 지각해도 되는 거죠”라고 장난치듯 말한다. 예전에 준영이와 지각 문제로 얘기할 때 학교 규칙과는 달리 준영이 상황에 맞는 규칙을 정하려 하자, 준영이가 “‘10시까지 오기’, ‘11시까지는 꼭 오기’ 등으로 규칙을 정할 경우, 오히려 늦을 빌미를 주게 되니, 한 달 동안은 믿는 셈 치고 학교 규칙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게 좋을 거 같아요”라고 했었는데, 정훈인 준영이가 우려했던 그 부분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훈이의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승태쌤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8시 50분까지 등교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정한 것은 학교 규칙만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늦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라고 꼭 집어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상습 지각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렇게까지 각 아이들을 배려했고 그 아이가 책임질 수 있도록 했는데, 과연 얼마나 그 시간에 맞추려 노력할까? 아마도 이번 대공원 트래킹에서 그런 노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14년 5월 30일에 영화팀과 아차산으로 산행을 가면서 천호대교를 건널 때의 사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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