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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어린이대공원 트래킹 -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어린이대공원 트래킹 -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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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대공원은 2012년부터 2년 간 리모델링을 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신나게 논 놀이터도 그 때 새 단장을 하면서 만들어진 곳일 거다. 어린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걸어 다니든 스쳐지나가든, 사람이 있던 장소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보여행을 다녀와선 길과 마주쳤던 이야기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며, 카자흐스탄을 다녀와선 해외여행에 대한, 고려인에 대한 이야기가 샘솟는다. 사람과 풍경이 마주치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면 그 안에서 그냥 마주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상이 어리고 다채로운 생각이 영그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어린이대공원을 관람하는 중에 어떤 이야기들이 샘솟았는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으니, 어린이대공원은 쉴만한 곳이다.

 

 

 

대공원의 아쿠아리움, 바다동물관

 

먼저 바다동물관에 가니 물개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며 놀고 있더라. 갇힌 곳에서만 헤엄칠 수 있는 한정된 자유지만, 그럼에도 물개가 맘껏 유영하는 모습은 섹시했다.

 

 

활기차게 물에서 유영하는 물개.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때 저쪽 구석을 보니 엄청 뚱뚱한 물개 한 마리가 보인다. 몸이 간지러운지 연신 고개를 처박고 몸을 긁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원하지 않던지, 급기야 아예 벌러덩 누워 바닥에 몸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게으른 사람, 행동이 굼뜬 사람의 행동과 어찌나 똑같은지 한참이나 웃었다. 그때 지민이는 물에 들어가면 물살 때문에 간지러운 것도 가실 텐데……라는 말을 하더라.

거기서 밑으로 내려가면 아쿠아리움 같은 곳이 나온다. 위에서 볼 땐 물개는 물 밖으로 자주 나와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물범을 물속에서 잠을 자는 녀석이기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물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에서 아주 원 없이 물범을 볼 수 있더라. 물개에 비해 물범은 훨씬 컸으며, 꼭 매우 살찐 장어 같은 느낌이었다.

 

 

뚱뚱한 장어 같은 느낌의 물범. 지민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사람의 정복욕과 소유욕이 만든 공간, 동물원

 

바다동물관에서 나와 바로 옆으로 가니 초식동물관이 있더라.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슈렉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덩키가 우릴 맞아줬다. 어찌나 똑같이 생겼던지, 금방이라도 말을 하며 우리를 한 바탕 웃길 것만 같았다.

 

 

슈렉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덩키.

 

 

그 다음엔 맹수들이 사는 곳을 지나쳐 가는데, 그때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다. 식사시간이 되었는지 사육사가 먹이를 주며 곰을 훈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육사는 사육장 꼭대기의 안전한 곳에 올라가 곰에게 먹이를 보여준다. 그러니 곰은 먹이를 따라 철제구름다리 같은 곳에 오른다. 그때 사육사는 손을 위로 올리며 일어서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그에 따라 곰은 중심을 잡고 일어선다. 그 모습을 보고 사육사는 먹이를 던져주고 곰은 그 먹이를 한 번에 받아먹는다.

동물 조련의 효시는 자극-반응으로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라고 할 수 있다. 먹이를 통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 행동이 완료되었을 땐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훈련받은 개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기계적인 단순 반응에 대한 얘기다. 이처럼 곰도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겪었을 것이고 사육장 꼭대기에 올라선 사육사를 보며 자동적으로 구름다리에 올라가야 먹이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다.

 

 

우리에게 곰은 하나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를 흔히 동물원의 원숭이 취급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사람은 자신이 남의 눈요깃거리가 되거나, 가십거리가 될 때 화를 내며 위와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아이러니는 시작된다. 자신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거나 재미의 요소가 되는 건 싫어하면서, 정작 자신은 동물에게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말이다.

동물원은 사바나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동물을 무작정 잡아들여 한정된 공간에 집어넣고 눈요깃거리로 만든 데서부터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은 태생적으로 반동물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인간은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 곳이며, 하나님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1:28)”는 명령을 철저히 지킨 곳이라 할 수 있다. 사육사의 몸짓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곰을 보면서, 동물이 인간의 취향에 맞춰야만 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는 사실에 마냥 기쁠 수만은 없었다. 곰의 처절한 몸부림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행동이기 때문이다.

 

 

저쪽에 사람들이 몰려서 보는 이유가 있다. 바로 거기서 곰에게 먹이를 주는 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용

목차

사진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3. 지각이 트래킹 기분을 망치다

4. 어린이대공원과 역사적인 아이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6. 어린이대공원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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