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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리기별 - 잔부스러기를 꿈꾸며(09.02.15.일)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개밥바리기별 - 잔부스러기를 꿈꾸며(09.02.15.일)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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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부스러기를 꿈꾸며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을 읽고

 

 

성공한 삶이 있으면, 그와 반대되는 실패한 삶도 있다. 그걸 판가름하는 건 누굴까? 며칠 전에 선배랑 이야기를 나눴다.

 

 

 

 

잘함과 못함

 

선배는 자신이 살림을 못한다고 말하곤 했다. 두 명의 자식을 키우고 학원까지 운영하는 커리어우먼이던 선배의 뜻밖의 말이었기에 의문이 들었다. “살림을 잘한다는 것과 못한다는 것의 기준은 뭐예요?”라고 되물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러자 선배는 정말 좋은 질문이라며 감탄을 했다. 누구나 그건 느끼기 나름이고 정의하기 나름이니까. 아마도 주위에서 살림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자신도 살림에는 별관심이 없다 보니 자연히 그런 식으로 자기 규정을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가정을 건사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살림에 조금 소홀할지는 몰라도 못하는 건 아닌 거다. 결국 일반적인 정의가 아닌 스스로의 정의가 더 필요한 일이란 얘기다.

 

 

 

개밥바리기별과 샛별

 

성공한 삶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누구나 추앙해주니까. 저녁 어스름할 때 떠오르는 개밥바라기별이 되기보다 새벽에 떠오르는 샛별이 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별은 다른 별이 아니다. 하나의 별이 보여지는 시간에 따라 달리 불릴 뿐이다. 그건 성공한 삶이 어느 시각에 따라 실패한 삶으로, 실패한 삶이 성공한 삶으로 보여질 수 있음을 말하는 예다. 그렇다면 정작 성공한 삶이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각자의 삶, 그리고 그 길 위에 놓여진 수많은 우연들과 스쳐감, 그건 성공일까, 실패일까? 그런 스쳐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되는 일들은 극히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 모든 스쳐감들을 겪음으로 나는 예전의 나와 전혀 다른 나로 변했기 때문이다. 성공이란 잣대로 걸러냈던 스쳐감들 그 모두가 나에겐 둘도 없는 경험이며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이다. 준이의 방황과 그 속에 스쳐갔던 수많은 인간의 군상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들 모두 부스러기들에 불과하다. 성공이라 볼 수 있는 삶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있다. 하지만 그 삶은 성공한 삶처럼 느껴진다.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로우며 의식은 자유분방하기에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소위 누구나 추앙하는 성공한 자들의 틀에 박혀 있는 일상의 나태함보다 더욱 살아 있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다시 묻겠다. 이들의 삶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단일한 잣대(세상이 유포한 권력과 돈이란 잣대)를 벗어나면 이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이고 읽힐 수 있다. 그 속에 내 자신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삶의 길이 있고 잔부스러기일지라도 행복에 겨운 삶이 있다. 허깨비와 같은 것을 쫓아 늘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며 자신을 버리며 살아가는 성공한 이들보다 좀 더 자기 자신에 집중하며 그 바람 그대로 살아가는 실패한 이들이 되어 보자. 잔부스러기가 되어 이 세상에 맘껏 흩날리길. (16:10)

 

 

 

인용

지도 / 월간 / 09 / 2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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