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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학부모 모임 및 1년차 소감 - 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2013 학부모 모임 및 1년차 소감 - 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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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단재학교에 1110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갓 1년을 근무한 셈이다. 누구에게나 1년의 기억은 뜻깊듯이 나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1년의 경험으로 교육에 대해 말하는 건 역시나 시기상조다. 햇병아리가 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선 단재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느낀 소감과 119일에서 20일까지 있었던 학부모 회의에 대한 후기를 적도록 하겠다.

 

 

방학 중 모인 단재 가족들의 모임. 이 날은 특히 평소엔 잘 나오지 않던 아버님들도 자리를 함께 하여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색무취한 교사를 양성하는 공간, 사범대학

 

누군가는 사대를 졸업했으니, 교육에 대해서는 전문가급은 아니어도 준전문가급은 되지 않겠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은 더 이상 고민을 안겨주는 장소가 아닌, 현실을 받아들이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장소로 전락해 버렸다.

적어도 내가 1학년 때엔 조금이나마 놀기도 하고, 중앙 동아리에 들어 평소에 하고 싶던 것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대학은 확 달라져 있었다. 신입생들은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다양한 것들을 접하려 하기보다 임용을 준비하기에 바빴다. ‘1학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도 임용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비관이 삶의 진리인양 캠퍼스를 짓누르며 너나 할 것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맹목적인 질주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웃기게도 시험에 집착하는 만큼 교육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임용이 되는 순간 교육자가 된다고 생각했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야 교육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살기 팍팍해진 사람들은 사는 것에만 연연할 뿐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게 된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어내는 삶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예비 교사, 그저 가르치는 기술자로 전락한 예비 교사를 사대에선 양산하고 있었다.

 

 

▲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고 중창단 단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합창단에 들어갔다.

활동을 하는 내내 '임용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과 싸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선택은 굿~ 초이스!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고민이 싹트다

 

그렇기에 내가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에서 떨어지고 난 뒤였다. 맘처럼 풀리지 않은 인생의 비의를 온몸으로 감내하며 왜 교육자가 되려 하는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삶이 생각을 배반한 그 자리에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삶이 순조롭게, 계획대로 진행될 때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계획에 따라 삶이 진행된다고 착각하기에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양 거만해지며 맘껏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이 생각을 배반한 그 순간에 생각들이 비로소 끼어든다. 지금껏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생각들이 더 이상 나의 삶을 정의할 수 없음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새로운 생각의 틀로 삶을 재정의 하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고 살려는 발버둥이다.

 

 

 

교사는 따르는 사람? 고민하는 사람?

 

그래서 예전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에 교사가 되려 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정리했던 데 반해, 그때에 이르러선 좀 더 진실하게 왜 교사가 되려 하는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나 자신은 교사를 될 만한 사람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리 만무하듯이, 그저 첫 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한 물음이기에 모든 게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식으로라도 고민하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을 터다.

교육의 속내는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가 정해놓은 인간상이 있고 교사는 그걸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국가가 정해놓은 인간상이 잘못되었을 때다. 일제 강점기 때 종군위안부가 되도록 종용한 교사들, 군부시대 때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부추기며 폭력과 사회억압을 묵인하던 교사들, IMF 이후 게으른 자들은 실패한다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하던 교사들이야말로 충실히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들이라 할만하다.

과연 이들을 탓할 수 있는가 없는가?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역할에 충실했던 피해자(아이히만도 이런 케이스다)’였다고 보는 사람일 것이며, 탓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교육을 하는 사람이므로 가치 판단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 또한 바로 임용이 되는 횡재를 누렸다면 필시 위에서 예로 든 교사처럼 행동했을 것이며, 그게 삶이라 떠벌리며 합리화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엇나가며 뒤돌아보게 됐고 교육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저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한 건 자신의 책임을 져버린, 교사로서의 영향력을 폄하한 생각없음일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만 생각없음이라면 크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이 생각이나 행동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이 어떤 교사에겐 아름다운 모습으로, 또 어떤 교사에겐 이상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그게 교육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인용

목차

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2. 단재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이상을 벼리다

3. 학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나눈 교육이야기

4.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한 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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