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학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나눈 교육이야기
2013년 1월 19일부터 20일까지는 단재 가족의 모임이 있었다. 신년 모임의 성격으로 한 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학부모 전체 회의와 거침없던 말들
교사들은 단재학교에서 모여 함께 출발했다. 1시에 모여 이것저것 챙긴 후 20분쯤 길을 나섰다. 웰리힐리파크(구 성우리조트)는 강원도 횡성에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4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먼저 온 가족들은 스키를 타러 가거나,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스키를 타러 갔던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더라.
모두 모이자 이향 아버님이 예약하신 식당으로 이동하여 삼겹살을 배불리 먹었다. 역시 고기엔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이 테이블마다 세팅되고 한 잔씩 입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무래도 학부모 모임은 공적인 자리이기에 이야기를 가려가며 하게 되는데, 술이 들어가 긴장이 풀리니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건호 어머니와 혜린 어머니와 한 테이블에 앉아 편하게 이런 저런 세상사를 나눴다. 건호 어머니는 전주소리축제에 다녀온 소감을 들려주시며, 내년 소리축제 때엔 학부모님들과 함께 가고 싶다고 하시더라.
식당에서 나와 다시 리조트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당에선 자리에 앉은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나눴다면 여기선 삥 둘러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평소엔 듣지 못했던 학교에 대한 바람과 자식에 대한 기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새벽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되었고 중간에 건호 아버님과 밖에 나가 바깥바람을 쐬며 아버지의 개인사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분의 인생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도전과 응전’이라 할 수 있는데, 다양한 경험담이 도전욕을 자극하더라.
새벽엔 민석이와 건호가 자고 있는 침대에 끼어 잠을 잤지만, 세 명이서 자기엔 비좁았기에 자는 듯 마는 듯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엌은 이미 분주하더라. 건호 어머님께서 바쁘게 황태해장국을 끓이고,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술을 마시며 쓰린 속을 황태해장국으로 달래며 아침을 먹었다. 그 후 교사들과 새벽까지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 잠시 의견을 나눈 후 11시 20분에 리조트를 나왔고 1시 50분에 집에 도착했다.
▲ 맛난 고기파티, 그리고 맛깔나는 이야기의 향연. 모임은 그래서 좋다.
장소가 바뀌면 이야기도 바뀐다
새벽까지 나눴던 이야기는 평소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어쩌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을 것이다. 특히 평소엔 나오지 않았던 연중 아버님과 혜린 아버님이 말문을 열었고 어머니들도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줬다.
학부모 모임이든, 총회든 학교라는 장소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그 장소가 주는 압박감에 눌려서든, 평소에 잘 참여하는 사람이 쥔 주도권에 눌려서든, 자기의 입장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더욱이 오랜만에 참석해서 다수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세상에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장소가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면(거기에 술이 약간 들어가면),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가감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란 본디 장소성을 무시할 수 없으며, 모인 사람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타게 마련이다.
이 날 바로 그와 같은 변화가 있었다. 모처럼만에 참여하신 분들도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으며, 아이의 미래상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으니 말이다.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한 자식에 대한 미래상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180° 다른 경우도 있음을 볼 수 있었다.
▲ 이렇게 콘도에서 보는 스키장은 멋지긴 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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