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혀 다른 존재와 소통하려 노력하길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을 만나 우리 문화에선 아주 중요한 Must Have 아이템이었던 모자가 다른 문화에선 전혀 쓸모없는 짐에 불과할 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모자를 팔려던 송나라 상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14년 1월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까지 모여 감마워크숍을 진행하며 찍은 사진.
익숙함으로 만나느냐, 불편함을 견디느냐
이런 상황에서 송상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자가 팔릴 수 없는 문화’라고 멋대로 규정짓고 송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송나라의 문화로 규정지은 것이기에 선입견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방법은 타자를 만났으되 만나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라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만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라고 해야 맞다. 만나지 않았으면 월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기에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만남으로 오히려 고정관념만 더욱 굳어져 소통의 가능성마저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다른 하나는 절망을 받아들이고 월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송나라에 살았기에 송나라의 문화에 익숙해졌다면, 월나라에 산다면 어느 순간 월나라의 문화에도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문화적 차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공동체 양식에 따른 편견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88올림픽 당시에 서양이 비판한 ‘개고기 식용 문제’는 윤리적인 차원의 비판이라기보다, 문화적인 차원의 비난에 가까웠다. ‘나와 다른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동양은 미개하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서양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정도 살았다면, 그리고 개고기 문화가 왜 생긴 것인지 알게 되었다면 그런 식으로 비난을 하진 못했으리라. 이처럼 송상도 월나라에 살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송나라 문화 잔재를 점차 벗어버리게 되었다면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송나라에서 익숙해졌던 관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때에 월나라의 문화적 문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송상은 마침내 월나라 문화에 익숙해지며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할 수 있다.
▲ '라디오스타'라는 영화는 송나라 상인이 월나라에 가서 점차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익숙함에 빠지지 않고 불편함을 견디는 2015학년 2학기이길 바라며
난 월나라에 남아 그들의 문화를 점차 받아들이며 변해가는 송상이고 싶다. 단재학교에서 4년 정도 학생들을 만나고 있기에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학생들을 만나며 나의 생각에만 갇혀 그들에게 강요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지식만을 가르치는 매뉴얼화된 교사가 될 것이냐? 학생들 개개인을 이해하며 그들의 개인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함께 변해갈 수 있는 교사가 될 것이냐?’하는 것이 4년차 이후의 교사상을 그릴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라 생각한다.
▲ '청소년 밝은 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영화팀. 30초 짜리 영화지만 만드는 데만도 며칠 간의 회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교사 경력이 쌓이며 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전문가는 오히려 월나라 사람들을 보고 기겁하여 송나라로 돌아간 상인처럼 편견과 고정관념만 가득한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사 경력은 학생들과 만나 인생의 주름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갔느냐에 따라 쌓인다고 생각한다. 긴밀하게 마주치고 공명하며 함께 변해갈 수 있도록 노력할수록 주름은 더욱 짙게 남으며 그게 곧 교사 경력이 되는 것이다.
1학기엔 어찌 보면 여태껏 해온 것을 반복하며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했다. 고민보단 일상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2학기엔 좀 더 심기일전하여 학생들과 함께 찐하게 뒤엉키고 싶다.
▲ 우린 어떤 인연이기에,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었을까? 2학기엔 더욱 신나게 살아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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