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혀 다른 존재를 만나다
그렇다면 단재에서의 4년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걸까? 1학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한 번 정리를 하고 싶었다.
▲ 올해 4월 22일에 샤롯데에 드림걸즈라는 뮤지컬을 보러와서 사진을 찍다.
사람과 책을 만날 때 인생은 변한다?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어떤 꿈을 꾸며, 이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두 가지에서 영향 받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5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그 두 가지란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우리가 읽는 책이다. -찰스 존스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듣던 중, 위의 말을 듣는 순간 귀가 확 열리는 듯한 체험을 했다. 위의 얘기는 사람의 성장이 어떤 것들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 고백하기도 했지만, 찰스 존스는 ‘책과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고백하고 있다. ‘책’은 곧 타자의 의식이 활자로 굳어진 것이며, ‘사람’은 활발발한 의식의 흐름이 개체로 표현된 것이다. 결국 두 가지로 나누어 표현했을 뿐, ‘나 외에 다른 존재와 만나라’라는 메시지라고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들 때쯤, 어느 정도 기틀이 잡혀 안정적이 될 때쯤, 어떤 고민도 없이 일이 술술 풀릴 때쯤 한 자리에 머물려 하지 말고 외부로 의식의 촉수를 펼치라는 조언이다.
▲ '배워서 남주자'라는 영화팀 수업은 책을 공부하여 친구들에게 공부한 내용을 나눠줘야 한다.
너를 만나 오히려 혼란에 빠지다
그런데 단순히 다른 존재를 만났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수 만권의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만나기 전과 만난 후가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면벽수행을 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이건 만남이란 행위 너머에 어떤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왜 이와 같은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송나라 사람이 장보라는 모자를 팔기 위해 월나라로 갔다.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문신을 하고 있어 모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장자』 「소요유」
宋人資章甫而適諸越, 越人斷髮文身, 无所用之.
‘만났느냐’의 문제 이전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소통할 마음이 있느냐’라는 것임을 위의 문장으로 알 수 있다.
위의 문장이 어떤 상황 속에서 나온 얘기인지 살펴보자. 송나라와 월나라, 두 나라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송나라의 문화와 월나라의 문화는 근본부터 달랐다. 송나라엔 성인이 되거나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 되면 모자를 써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문화가 있었지만, 월나라엔 사람이 자라면 머리를 자르고 몸에 문신을 하여 사회적인 지위를 드러내는 문화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 두 나라가 여태껏 그래왔듯이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어 있었다면, 문화의 차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장보라는 모자를 팔고자 하는 송상宋商이 등장하면서 차이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적어도 송상 자신에게는 말이다.
상인은 모자를 팔러 가면서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 월나라에 가면 모자 수요가 급증하여 자신이 거상이 될 거라 김칫국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 월나라에 가서 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월나라 사람들이 모자라는 생소한 물건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전혀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송상은 얼마나 그 상황이 황당했을까.
바로 이게 타자를 만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타자는 내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어떤 존재이기에 의식이나 지식으로 결코 단순화시킬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를 만났다고 하여 나에게 변화가 있거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 타자는 섬이다. 그 섬에 가보기 전까진, 그곳에서 살아보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아본다 해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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