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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학년 1학기 작은 발표회 - 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15학년 1학기 작은 발표회 - 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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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

 

아주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으로 시작해보자. ‘2015학년도 1학기가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무리 짓는 시기가 왔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이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이고, 시작과 끝의 인상이 워낙 강렬한 탓에 중간 과정은 별로 생각이 안 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말로 그랬다.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 동안은 검정고시 준비 기간이었기에 정신없이 사회와 역사를 공부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했고,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일상을 채워갔다. 학교라는 성격상 수시로 여러 일들이 발생했고 더욱이 대안학교라는 특성상 매우 역동적이기까지 하다보니, 의식적으로 시간을 인식하려 하지 않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래서 벌써 월이야’, ‘벌써 한 학기가 끝난 거야라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1학기가 순식간에 흘러 버렸다.

 

 

 

기억으로 남긴 시간

 

그렇다면 그 시간을 낚아채기 위해, 순간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작년까지는 별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입교사 때는 적응하기 바빴고, 2년 차엔 카자흐스탄 여행, 지리산 여행 등 다채로운 일이 많았으며, 3년 차엔 학교의 재정비와 학교 이전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꼭 정리해야 하나?’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건 어찌 보면 정리병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런 거 다 떠나서 귀찮기도 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먼저 앞섰고, 그럴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보면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으니 자연히 하지 않게 됐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결국 기록을 남긴다고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잖아. 그럴 바에야 힘들 게 기록할 필요 없잖아. 그냥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이지라고 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냥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기억으로 남긴 시간에 만족하게 됐다.

 

 

흐른 그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남기느냐도 의미가 있다.  

 

 

 

기록으로 낚아 챈 시간

 

여전히 위와 같은 마음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단재학교에서 4년을 지내오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그건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시간을 애써 인식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 버린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가고 난 그 현실에 그저 만족하고 만다. 그러다 보니 난 뭘 하고 있지?’하는 알맹이가 빠진 듯한 공허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2012년도엔 단재학교에서 첫 해를 보냈다. 그때 수많은 갈등이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기록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의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의 2012년도는 암흑 속에 고이 묻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갈등이랄지, 상황에 대한 인식이랄지 그 모든 게 어설프고 서툴렀으며 찌질해 보일지라도 기록으로 남겨놓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들을 지나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며, 그때의 여러 감정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드는 요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그 당시의 감정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현재적인 시각으로 폄하할 수 없는 데도 그땐 그런 것들을 내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2012년을 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다. 그저 흐른 시간만큼이나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기록하여 시간을 낚아채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아련한 순간들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고 그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지금은 어설플지라도 지금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나이니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심정으로 말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는 학습발표회에 대한 소감을 남기지 않고 간단하게 사진에 코멘트를 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후기를 쓰고자 한다. 기록함으로 그 때의 뿌듯하고도 즐거웠던 순간을 좀 더 길게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으론 그 당시의 우리의 추억이 아로새겨져 있지만, 그 때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인용

목차

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

2. 1학기 동안의 학습결과를 나누는 자리 작은 전시회

3. 준비과정을 통해 교육의 가능성을 보다

4. 모범생이 되지 말라

5. 작은 전시회,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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